[일상 속 디자인 기행] 겉만 보면 ‘정보 전달 기계’…들여다보면 ‘새로운 놀이’
[일상 속 디자인 기행] 겉만 보면 ‘정보 전달 기계’…들여다보면 ‘새로운 놀이’
  • 류지희
  • 승인 2022.08.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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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이니지 시대
디지털 메뉴·키오스크 대표적
수준 높은 비주얼·기술력 활용
편리하고 다양한 간접체험 가능
서비스 디자인엔 이야기 존재
사용자의 이해도·활용도 따라
효율 10% 혹은 1000% 될 수도
무형의 가치 읽는 능력 키워야
수퍼네추럴
부산 뮤디엄다 ‘수퍼네추럴’전시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기술력을 잘 보여준 아트전이다. 상업적인 광고목적 뿐만아니라 문화예술계에도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몇 주 전 디자인 전시회에서 마음에 쏙 드는 그림 액자를 하나 구매하였다. 이 작품은 낮과 밤의 시간차에 따라 그림의 색감이 유동적으로 변하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광섬유라는 특수 소재를 한 땀 한 땀 수놓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완성되어 받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린다. 이 그림은 소재 특성상 주변의 밝기에 따라 굴절율이 달라지면서 빛의 밝기와 색감이 변화한다. 덕분에 실제 풍경을 감상하는 듯한 착시효과는 사용자에게 간접적인 경험과 일상 속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매일 똑같이 집에 걸려있으면 지겹잖아요. 이제 좋아하는 그림을 더 오랫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감상하세요.”라고 설명을 시작하던 작가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변화하지 않으면 무료하다고 느낀다. 더욱 다양하게 더욱 빠르게 더욱 효율적인 것을 바라며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사이니지이다. 맥도날드에 키오스크, 카페 디지털 메뉴판, 지하철역 광고사인 등의 디지털 광고물들에 그 심리가 여실히 잘 녹아들어 있다. 심플한 사각 프레임 안에 무수히 많은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이제는 어딜 가나 쉽게 볼 수가 있는 움직이는 광고물들이 우리 손안에 스마트폰을 비롯해 일상 아주 작은 부분들에 도 접목이 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융복합 서비스 산업의 관점에서는 아주 유효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특히 사용자의 요구와 필요사항에 대한 의견 반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때문에 기업체들의 마케팅과 소상공인들의 브랜드 홍보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사점이 있다. 먼저 하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또 다른 하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자. 사용자의 경우, 고도의 비주얼과 서비스 기술에 의해 편리하고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 사이니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제작자가 만들어 놓은 작업물에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카페 전자메뉴판이라고 가정한다면, 메뉴 내용이 변동될 때마다 배너 디자인에 대한 수정 보완을 디자이너에게 요청하여 업데이트할 수 있다. 종이 포스터로 제작할 때보다는 수정 반영도 용이하고 비용도 훨씬 절감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경험하는 시간이 최소화되어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가 높아진다.

동일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의 입장은 어떨까.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와 플랫폼들이 대중화되면서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편하게 듣고 보는 짧은 영상과 광고 이미지 속 뒤편에는 호수 아래 백조의 바쁜 발길질과 같은 디자이너 및 창작자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쇄물의 경우, 비교적 몇 차례의 수정 후 인쇄가 되면 완료이지만, 디지털 매체로 송출되는 웹편집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수정에 또 수정, 업데이트와 리뉴얼을 반복하며 수없이 손을 데는 작업이 들어간다. 이러한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인 디자인이 더 높은 가치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그에 따른 사용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실제로 수많은 브랜드 업체들과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서비스를 ‘무상 지원’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곤란함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디자인은 고객과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고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물 속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서비스기술력이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다루는 일은 사용자의 이해도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로 매겨진다.
 

디지털사이니지시스템
대구에서 유명한 떡집 수성시루에도 얼마전 디지털 사이니지 시스템을 접목하여 떡을 만드는 과정부터 메뉴소개 등 먹음직 스러운 브랜드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누군가는 디지털 사이니지에 들어가는 제품 광고 포스터 한 장을 몇 백억 대의 가치로 측정하여 값을 매기고, 또 다른 이는 종이 한 장의 값어치로 받아들인다. 전자의 경우 잘 만든 제품 사진 한 장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엄청난 파급효과와 기회, 매출을 가치로 생각한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광고 속에 담긴 가치와 그것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한 제작자들의 무형의 기술력보다는 광고 한 장에 매겨지는 비용에만 더 집착을 한다. 이를테면 ‘포스터 한 장이 뭐 이렇게 비싸?’라는 의식을 가진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사용자들이 그 가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1000%의 효율을 낼 수도 있고, 10%의 효율을 낼 수도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성하고 있는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기획하는 것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스토리는 무형이며, 무형의 스토리를 유형으로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다. 고로 디자인은 스토리를 담고 있기에 그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경험해야 하는 것은 화려한 디자인의 내면에 내포하고 있는 스토리인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지금, 경험해 보지 않으면 가치를 느낄 수 없기에 ‘경험재 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흘러간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보편화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디자인이자 서비스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감하고, 공감하며 나아가 문화를 형성하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및 활용 수준이 높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하루 만큼 서비스 전문 기술 시대에 서비스 종사자들의 입장이 되어 서비스 기술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무엇이든 경험이 곧 돈이되고 가치가 되는 시대이니까.
 

 
류지희 (디자이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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