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백일 상차림을 불태운 이준석의 ‘모진 입’
[데스크칼럼] 백일 상차림을 불태운 이준석의 ‘모진 입’
  • 승인 2022.08.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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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윤삼수 서울본부장

오늘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한·미 정상회담, 6·1지방선거 압승, 나토 정상회의 참석, 도어스테핑 등 기세 좋게 출발했던 윤석열 정부가 인사 논란, 與내홍, 정책 혼선 등을 둘러싼 비판 여론과 낮은 지지율 속에서 국정 쇄신을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법원에 비상대책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 대표가 자기 당을 가처분 신청한 것은 파란만장한 한국 정치사에 처음 보는 모습이다. 성 상납이라는 도덕적인 흠결로 징계 후 36일 만에 나타난 그는 62분간 기자회견에서 거친 언사와 울분에 찬 태도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당내 윤 핵관과 윤 대통령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당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낮아 리더십 위기”라고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퍼부었다.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 힘 불태워야한다”고 의원들을 싸잡아 원망했다.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거친 언사를 했다”고 폭로성 주장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성 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 자신에게 제기된 문제를 해명하거나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이 모든 원인은 그의 가볍고 ‘모진 입’에서 시작했다. 그 입은 ‘내부 총질’에는 탁월한 화력이 검증됐으나 적을 향한 포문은 좀처럼 열지 않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좌파를 비판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내부를 공격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아무튼 벌집을 쑤신 이 전 대표의 전면전은 윤 대통령과 여당엔 초대형 악재다. 요즘 싸움 구경하기 쉽지 않다. 아직 흔한 곳이 국회와 정당이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지내면서도 당 안팎의 누군가와 다투었다. 신평 변호사는 “전생이 뭐였는지 이준석은 싸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에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라는 큰 장애물이 남아있다. 인용된다면 여당 대표가 2명이 된다. 기자회견으로 부족했던 이 전 대표는 “라디오에서 보자”며 오늘 예정된 가처분 신청 법원 심리를 앞두고 라디오에 출연해 “尹정부 100일 성적 25점”이라고 반윤(反尹)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 갈등의 정치로는 국민과 여권 내부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당과 대통령을 향한 더 이상의 ‘자폭테러’를 멈춰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의 원로로서 중재자 역할과 대안을 제시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홍 시장은 15일 SNS에 “1년 전 전당대회 때 당원과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무언가 바꾸어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준석 신드롬을 만들어 냈지만 정권교체가 된 지금은 윤 정권이 안정되고 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민심과 당심이라고 본다. 더 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며 “아직도 막말을 쏟아내면서 떼쓰는 모습은 보기에 참 딱하다”,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르다,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려라.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불과하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국민은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 가격 폭등 등 경제 실정을 겪었다. 그리고 공무원·공기업 인원 늘리기, 과도한 재정 지출과 우방과 대립, 갈등하고 국민을 편 갈랐다. 내로남불, 무너진 안보, 법치 파괴, 재정건전성 악화, 큰 국가채무 증가율 등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했어도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한미동맹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하고 최악의 상태인 한일관계 복원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서울 숭례문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한·미 동맹 해체” 주장이 나왔다. 중국과는 저자세 외교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로 추진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간 가장 많이 한 말은 “열심히 일합시다”였다. 지난 정권에서 못 들어본 생경한 말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저성장을 밑천으로 출범했지만, 실정을 바로잡고 흐트러진 공직에 긴장감을 높이고 빨리 나라를 정상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민은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고 물난리까지 겹쳐 삶이 고달프다. 싸움 구경할 처지가 안 된다. 정치권은 싸움을 멈춰라, “열 사위는 밉지 않아도 한 며느리가 밉다”는 속담이 있다. 경제 위기 극복과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윤 대통령을 그만 미워하고 응원해야 한다. 임기는 1725일 남았고 취임 백일밖에 안 됐다. ‘아직 알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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