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CEO 탐방]한용구 ㈜합동STS 대표 “代를 이어 스테인리스처럼 강한 기업 만들겠다”
[휴먼 CEO 탐방]한용구 ㈜합동STS 대표 “代를 이어 스테인리스처럼 강한 기업 만들겠다”
  • 강은주
  • 승인 2022.08.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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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니다 가업 이어받아
14년간 현장 일 하며 실무경험
스테인리스 이용 구조물 제작
직접 화물차 몰고 지방 납품도
中 공장 찾아 직접 거래처 개척
자라며 본 모든 것이 경영 수업
아버지와 반대 성향 ‘합’이 좋아
직원 처우 개선·중장기 계획 구상
한용구사진
한용구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일 하면서 보람을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산업 현장은 전통산업 질서 개편 등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 부흥기를 지나온 1세대 경영자에서 신세대의 2세대 경영자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이다. TV 드라마에서 만나는 2세대 경영자의 이미지는 고급 외제 자동차에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으로 그려져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2세대 경영자들이 마주한 산업 일선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금은 팬데믹과 출렁거리는 세계 경제로 인해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혼돈의 시기다. 2세대 경영자가 어떤 마인드로 변화에 대처하고 발전 방안을 찾을 것인가가 당면 과제다. 3D 직종의 업체 대표는 자식에게 사업 물려주기를 꺼리고, 자식은 부모 밑에서 잔소리 들으며 고생하느니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한다. 이것이 현재 중소기업 산업 현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다.

“대를 이어 스테인리스처럼 강한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철강 지구에 있는 ㈜합동STS(대표 한용구·42)를 찾았다. 회사 입구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많은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침 화물차 한 대가 들어왔다. 화물차에서 내린 사람은 작업복 차림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모습이었다. “어서 오세요. 일하다 보면 늘 이런 모습이라서 샤워하고 만나야 하는데”라며 합동STS 한용구 대표가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가업을 이어받은 2세대 경영자다. SKY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다니다가 아버지의 호출에 두말 안 하고 가업을 이어받았다. 14년간 현장 일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실무경험을 쌓았다. 가업 승계는 11년 전에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한 부장’으로 살았다. 거래처 고객이 대부분 아버지와 삼촌뻘이라 조심스럽지만, 현장에서 체득한 나름의 소통법도 익혔다. 스펀지처럼 스며들어 가업 승계를 끝낸 한 대표를 소개한다.

-합동STS는 어떤 회사인가.

△스테인리스를 자르고 접어서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제작하는 스테인리스 건축자재 총람 기업이다. 1985년 경산에서 ‘합동금속’으로 시작했다. 이 분야의 1세대 업체로 전국에 공장이 몇 군데 없을 때부터 시작했다. 한상언(78) 전 대표가 회사 창립자이자 나의 아버지다. 부품 생산에서 지금은 반가공 제품 생산으로 전환했다. 현재 매출은 연간 60~70억원, 직원은 10여명이다.

-2세 경영자인데 기대와 다른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전부 다 한다. 오늘은 화물차 몰고 지방 업체에 납품하고 왔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장거리 운전해서 직접 배달한다. 14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하던 일이고 지금도 하고 있다. 요즘은 힘든 일은 대표가 해야 한다. 하하.

-한 대표는 남부럽지 않은 대학 출신에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가업을 잇게 된 계기는.

△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롯데로지스틱스에 취직했다. 1년 남짓 다닐 무렵 아버지께서 “대구 내려와라”라고 했다. 당시 집사람과 연애 중이었는데 집사람을 설득했다. 서울 생활을 청산했다.

장남인 나는 아버지의 일을 보고 도우면서 컸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뒤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5살 때 아버지는 스테인리스강 파이프에 무늬 넣는 일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대구 북성로 가게로 이사했다. 지금의 종합유통단지 철강 지구로 온 때는 내가 군대 병장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반세기 동안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 직접 몸으로 뛰며 어렵게 일군 사업체였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에 나 역시 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가업 승계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운명 같은 것이다. 아버지가 일하던 당시 대구지역에 경금속이 성행했던 이유는 풍부한 노동력과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싼 중국 제품이 밀려오면서 이 분야 산업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일군 일꾼들도 연세가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하도급 업체 사장들이 자식들에게 사업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지금은 제품을 하청공장에 주거나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직접 공장 제조로는 수익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유통 비중이 늘어났다.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경영 수업을 받았나. 어떤 성과를 냈는가.

△현장에서 뛰어보니, 자라면서 본 것이 모두 경영 수업이 아니었나 싶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던 동생보다 나에게 회사 일을 많이 시켰다. 화물차 배송일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 옆에서 보조하며 자란 탓에 힘든 것이 없었다. 아버지는 묻고 답하기보다 늘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14년 전 대구에 내려왔을 때, 현장 분위기는 연세 드신 분들이 그만두고 있었다. 걱정하는 나에게 아버지의 첫 번째 요구는 “여행을 통해 사회를 경험하라”는 것이었다. 2005년 휴학 시절, 중국에서 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중국어로 물건 사고, 기차 탑승권 끊는 일이 가능할 정도였다. 전자사전 하나만 달랑 들고 중국으로 갔다. 목적은 수입선을 찾기 위해서였다. 중국에는 프레스 공장이 많았다. 경북 경산보다 조금 큰 소도시 전체가 스테인리스 공장일 정도였다. 700여 가지 품목이 있었는데 공장별로 한 품목에만 집중했다. 규모도 컸다. 이미 중국공장은 우리 회사 카탈로그를 갖고 비슷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직접 거래처를 개척했다. 수입품 컨테이너가 들어올 때 정말 뿌듯했다. 그때 인연을 맺은 중국 업체와 아직도 거래 중이다.

-현장에는 2세대 경영자에 대한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도 있을 텐데.

△나의 철칙이 ‘아버지 명성에 누를 끼치지 말자’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다. 가장 닮고 싶은 사람도 아버지이고, 뛰어넘고 싶은 사람도 아버지다. 아버지는 나의 멘토다. 영업 고객 대부분이 아버지와 삼촌뻘이었다. 얌전할 수밖에 없었다. 국산 차만 타고 회사 작업복만 입고 다녔다. 아직도 명함을 2개(대표, 부장) 들고 다닌다. 10년 넘게 부장 명함만 사용했다. 어느 날 거래처 사장이 “한 부장도 이제 이 바닥의 때가 묻어서 능글능글하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치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아버지와 세대 간 갈등은 없었나.

△입사해서 롯데 규정을 가져가서 회사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기술하사관 출신인 아버지는 “우리 회사는 롯데가 아니니까 조용히 다녀라”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외향적이고 무뚝뚝하고 호전적이고 담대하신 분이다. 입사 초창기에 아버지께서 “직접 밴딩 작업을 해보라”라고 했다. 나는 3달 동안 계산하고 고민 끝에 제안했다. 아버지는 그 일을 1주일 만에 해내셨다. 아버지와 나는 성향이 다르다. 나는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지만 아버지는 성큼성큼 건너는 스타일이다. 아버지는 빨리 행동하고 나는 심사숙고한다. 아버지와 나는 정반대 성향이다. 그래서 오히려 합이 좋은 편이다.

-반대 성향도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다. 사주를 본다고 하던데.

△아버지께서 사주를 보신다. 아버지는 독학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발했다. 나는 아버지 어깨너머로 조금 배웠다. 거래처 고객과 화젯거리를 찾기 위해 심심풀이로 사주를 봐주기 시작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거래처 사람들과 대화도 즐거웠고 시간도 금방 갔다. 회식하다 보면 사람들이 사주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재미있는 결과는 사장과 직원의 사주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통계는 과학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과유불급, 사주는 심심풀이일 뿐이다.

-2세 경영자로서 비전은 무엇인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헝그리 정신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개척한 아버지를 이어, 체계적인 시스템을 다지겠다. 특히 직원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다. 역점 사업으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다. 현장에는 점점 젊은 직원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우리 일이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편한 일이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이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

-경영철학은.

△JC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늘 하던 말이 있다. 자기관리를 위해 시간 관리와 끊임없이 배우라는 것이다.

-희망 사항은.

△은행 이자가 내렸으면 좋겠다.

강은주 편집위원 tracy11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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