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놉, 기이해서 피하고 싶은데 자꾸 보게 된다
영화 놉, 기이해서 피하고 싶은데 자꾸 보게 된다
  • 김민주
  • 승인 2022.08.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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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지 말 공급하는 남매
반짝 인기 아역배우 출신 남성
3명의 하늘 위에 나타난 ‘그것’
미스터리함에 두려움 느끼지만
‘그것’ 이용, 유명해지려 해
전형적인 ‘무서운 도구’ 없이
관객에 원초적 공포심 유발
인종차별·미디어 산업 등
사회적 문제 은유적 표현
영화놉(NOPE)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위성 지도에도 제대로 표기되지 않을 정도로 외진 사막에서 ‘헤이우드’ 흑인 가문은 목장을 운영한다. 어느 날 수상한 구름이 목장에 드리우고 기이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쏟아진다. 말 조련사인 'OJ 헤이우드'(대니얼 컬루야)는 말에서 추락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 순간 아버지는 사망했다. 아버지 눈에 박힌 동전 한 닢과 말에 박힌 열쇠가 죽음의 흔적이다.

의문의 사건의 슬픔과 충격 속에서 지내던 OJ는 ‘헤이우드’ 목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사에 말 조련사로 활동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목장주가 된다. 밖으로 나돌던 여동생 ‘에메랄드’(케케 파머)도 목장으로 돌아왔다. 활달하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동생 에메랄드와 매사에 진지하고 고독을 즐기는 OJ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지낸다.

오랜만에 들어온 일에 남매는 자신들이 아끼는 말 ‘럭키’를 데리고 광고 촬영장으로 향한다. 촬영장엔 백인들로 꾸려진 제작진이 흑인 남매와 그들의 말을 불편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에메랄드는 그 시선들에 굴하지 않는다.

에메랄드는 ‘말을 탄 흑인 기수를 촬영한 16장의 연속 사진인 2초간의 영상이 훗날 영화 산업 전체의 기반이 됐다’고 소개한다. 말의 이름과 주인의 이름은 기록에 남았으나, 흑인 기수의 이름은 사라졌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말이 사고를 치자 OJ와 에메랄드를 곧바로 촬영장에서 쫓아낸다.

한편, ‘주피터 파크’에는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 가족이 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리우드에서 아역배우로 활약했다. 하지만 TV 쇼 출연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렸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현재는 연예계에서 떠나 어린 시절 자신의 인기 캐릭터 ‘꼬마 보안관’을 소재로 한 서부극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하늘 위 이상한 현상을 일으키는 ‘그것’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다. 움직이지 않는 구름 뒤에 숨어있는 ‘그것’에 그들은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를 통해 ‘유명’해지고자 한다. OJ와 에메랄드는 ‘그것’을 촬영해 오프라쇼에 나가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주프는 주피터 파크에서 ‘그것’을 소재로 한 서프라이즈 쇼를 만들어 아역 배우의 전성기로 돌아가고자 한다.

지난 17일 개봉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NOPE)은 어떤 영화인지, 혹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영화다. 언뜻 보기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에 맞서 목장을 운영하는 카우보이 남매가 사투를 벌이는 SF 호러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이후에도 ‘그 장면은 대체 왜 등장했던 거지?’라는 수많은 궁금증들이 꼬리를 물게 된다.

결국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서 포털 검색창에 ‘놉’을 치는 순간 2차 관람이 시작된다. 감독의 전작 ‘겟 아웃’ ‘어스’와 같이 ‘놉’에도 다층적이고 은유적으로 사회적인 이야기를 수많은 레이어로 쌓아 만들어냈다. 적나라하지 않지 않지만 은근하게 많은 것을 전달한다.

가장 먼저 연상할 만한 메시지는 ‘인종차별’이다. 주인공 남매는 백인 스태프가 주류를 이루는 할리우드 영화판에 말 배우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인물 설정만으로도 백인 주류사회와 관련된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큰 틀에서는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촬영 감독부터 동물 조련사, 기술 전문가 등 배후에 있는 장인들을 골고루 조명한다. 여기에 끔찍한 트라우마를 갖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배신당한 ‘주프’를 통해 아역 배우들의 현실을 꼬집으며 미디어 산업을 풍자하고 있다.

영화는 보통의 공포영화처럼 처음부터 칼, 전기톱을 들고 피해자를 찾는 단순한 설정의 작품이 아닌 잘 꾸며진 드라마 속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한다.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생명체를 확인하기 위해 위를 바라보고, 관객들은 또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 시선을 따라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키게 되며 관객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은 두 배가 된다.

감독은 어쩌면 이처럼 계속해서 보고 싶어지는 ‘그것’의 속성을 통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관객들 역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끊임없이 기묘한 그것을 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던 필 감독의 아이러니한 풍자는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결국 이 영화는 ‘스펙터클’ 즉 ‘규모가 큰 구경거리’에 대한 찬사를 바치기도 하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이 구경거리를 중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를 경계하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화재 폭발 사고, 끔찍한 교통사고 영상을 볼 때 슬프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결국은 반복적으로 사람들은 비극을 구경거리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일종의 비유로 영화에서는 ‘나쁜 기적’이라 표현했다. 알려지지 않은 인간은 유명해지고 싶어 하고, 길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인간은 길들이고자 하는 욕망을 계속해서 품게 된다는 태도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조던 필 감독과 ‘겟 아웃’에 이어 재회한 ‘다니엘 칼루야’는 특유의 큰 눈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OJ를 통해 영화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낸다. 케케 파머는 공포심과 성취감을 오묘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그려낸다. 스티븐 연, 마이클 윈콧, 브랜든 페레아도 영화의 기묘한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는 대자연에 있지만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이 갇혀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가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이는 촬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는 디지털카메라와 필름 카메라 촬영의 결합으로 완성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을 함께 한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40분 이상의 아이맥스 필름 촬영분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사운드까지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은 마치 그 광활한 서부 지역의 말 목장에 초대된 것 같다. 최적화된 포맷에서 영화 ‘놉’을 즐긴다면 온전히 영화적 체험과 감독의 의도를 더욱 몰입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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