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선인들, 세상을 ‘남녀·해달·밤낮’… 이분법적으로 관찰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선인들, 세상을 ‘남녀·해달·밤낮’… 이분법적으로 관찰
  • 김종현
  • 승인 2022.08.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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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진법 정보처리로 컴퓨터를 태동시킨 윷판
한국 학자, 중국서 윷놀이 기원 주장
中 고서엔 한반도서 ‘저포놀이’ 유입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 담고 있어
일본, 콩윷으로 점치는 놀이가 전해져
‘세상도 이분법적으로 생성됐다’ 생각
홀수-하늘의 수·짝수-땅의 수로 여겨
음양오행 의미 윷가락 응용해 놀이로
‘윷’ 64괘상으로 한해 운세 볼 수 있어
윷가락점치기
윷가락 점치기 64괘상으로 한해 운세를 알수 있다. 그림 이대영

◇중국고서 “東胡로부터 저포놀이가 들어왔다”

농경문화 측면에서 언급하면, 우리나라 많은 사대주의 학자(전문가)들은 중국 ‘저포(樗蒲)’에서 윷놀이의 기원을 찾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저포놀이는 오목(五木), 척로, 호로라고도 하며, 이는 고대 중국 동한(東漢)에서 당나라(唐)까지 유행했던 막대기던지기놀이였다.’고 적고 있다. 또한 시기에 대해 ‘동한시대 중국으로 유입되어 전래되었다’고 적고 있다. 동한(東漢, AD 25~220) 마융(馬融, 70~166)의 ‘윷놀이노래’가 있는데 ‘옛날 현통 선생이 있다면, 윤리도덕을 차려가면서 놀기엔 윷놀이만한 좋은 게 있었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남조의 유송(劉宋, 420~479)과 하법성(河法盛)이 저술한 ‘진중흥서(晉中興書)’에선 “저포는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동호인(東胡)들이 갖고 놀았던 것이 유입되었기에 외국에선 즐기는 모양이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걸 오히려 중국고서는 한반도 동쪽오랑캐(東胡)들로부터 저포놀이가 들어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윷놀이와 유사한 외국놀이까지 연장선을 연결하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고고학 박물관 관장을 역임했던 민속학자 스튜워드 컬린(Stewart Culin, 1858~1929)이 쓴 논문 ‘한국의 놀이-유사한 중국, 일본의 놀이와 비교하여’에서 “고대 점술에 기원을 둔 윷놀이는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 인도의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은 십자형이 있는 윷판을 확장한 모양이며, 서양의 ‘체스(Chess)’ 혹은 일본의 야사스카리(八道行成, やさすかり)는 윷놀이를 발전한 형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북미 인디언들 가운데 윷놀이를 전승하고 있는 부족은 i) 오클라호마의 키오와족(Kiowa), ii) 애리조나 백산 아파치족(Arizona White Mountain Apache), 파파고족 및 호피족, iii) 뉴멕시코 타구아족(Tagua) 등이 있다. 남미 인디오에 있어서는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차코(Chaco)족, 마야후예인 북 과테말라 케치(kekch)족 등이 있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레이크 인디언풍속박물관 전시관에 윷놀이하는 북미인디언의 그림이 현재까지 전시되어 있다.

한편 윷놀이가 아닌 윷점(柶占)에서 유래한 ‘납작한 콩(flat bean)’이란 의미의 ‘파톨리(patolli)’ 콩윷(bean dice, 菽占)으로 점치는 놀이가 있다. 일본에서는‘신의 뜻(神託, god’s will)을 알고자 점을 쳤던 것으로 7세기의 고시가(古詩歌)의 모음집이었던 ‘만엽집고의(萬葉集古義)’에 “1개가 엎어지고 3개는 배를 들어내면(一伏三向) 도(コロ)이고, 3개가 엎어지고 1개만 배를 들어내면(三伏一向) 걸(シク)라고 주석을 달아 놓았는데…” 이는 한국의 윷놀이라고 일본학자 시카모치(鹿持雅澄, 1791~1858)가 실토했다. 또한 1521년 유럽에서 남미를 정복하기 이전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신전에서도 윷판유적(十字圖와 北斗七星)이 2기(基)나 발굴되었고 지금도 전속(傳續)하고 있다.

◇음양(陰陽, bite)이란 이진법(二進法) 철학탄생

우리의 선인들은 처음부터 세상을 남녀, 해달, 밤낮, 바다와 산, 옮음과 그름, 여름과 겨울, 하늘과 땅... 등 이분법적으로 관찰했다. 세상도 그렇게 생성되었다고 생각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학문을 음양조화설(陰陽調和說)이라고 했다. 같은 숫자라도 홀수(奇數)는 양수(陽數) 혹은 ‘하늘의 수(天數)’로 봤고, 짝수(偶數)는 음수(陰數)이고 ‘땅의 수(地數)’로 봤다. 우주창조는 ‘영(零, Zero)’에서 하나(一)가 태어나고 이어서 2(二) 그리고 3(三)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천부경(天符經)’에선 우주창조의 빅뱅(Big Bang) 혹은 블랙홀(Black Hole)의 기밀을 81자의 한자로 풀이했다. 1~10까지의 수리(數理)를 하늘(天)·땅(地)·사람(人)의 삼극(三極)으로 하고 탄생→ 성장→ 노화 → 질병 → 사멸(生·長·老·病·沒)의 변화과정을 유기적인 조화(organic harmony)로 풀이했다. 첫 구절은 “우주의 시작은 출발점도 없이 개벽된 것이며, 이미 3극(天地人)으로 나눠져 창조되는 변화계획(本, change plan)은 끝도 없이 펼쳐짐이다(一始無始一析三極無盡本).”라고 했다.

세상이 음양으로 시작된다(陰陽萬物之源)는 최초변화의 철학은 주역(周易)이었다. 음양이라는 이분법에 수를 3차 결합해 8괘(八卦, 23)를 만들었다. 이를 다시 중복시켜 64(82 혹은 26)개 괘상(卦象, case)으로 세상변화를 풀이했다. 주나라 시대의 역(易)이라고 우리는 주역(周易)이라고 했다. 좀 더 세상이 복잡다기해지자 이를 다시 세분해서 256(28)괘상(case)으로 설명했던 한나라 시대의 한역(漢易)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885년 역학자 일부(一夫) 김항(金恒, 1826~1898)은 ‘바른변화(正易)’를 만들었다.

음양조화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자, 10개의 천간(天干,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과 12개의 지지(地支, 땅을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를 음양으로 구분하면 10간(干)에서 갑(甲)·병(丙)·무(戊)·경(庚)·임(壬)은 양(陽)이 되고, 을(乙)·정(丁)·기(己)·신(辛)·계(癸)는 음(陰)이다. 12지(支)에서 자(子)·인(寅)·진(辰)·오(午)·신(申)·술(戌)은 양(陽)이고, 축(丑)·묘(卯)·사(巳)·미(未)·유(酉)·해(亥)는 음(陰)이다. 10간(10개의 하늘기둥)을 다시 오방(위)색으로 분류하면 갑을(甲乙)은 동방청색, 병정(丙丁)은 남방적색, 무기(戊己)는 중앙황색, 경신(庚辛)은 서방백색, 임계(壬癸)는 북방흑색에 해당한다. 그래서 2022년 즉 임인년(壬寅年)을 검정호랑이 해(黑虎之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참으로 쓸데없는 소리다.

지구에 가까이 있는 오행성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으로 농경시대엔 목성을 농업을 관장하는 별로 섬겼다. 조선시대에 제사를 지낼 때 ‘유세차(維歲次)’라는 세차기준성(歲次基準星)을 목성으로 했다. 오늘날 서양에서는 남성은 화성(Mars)에서 여성은 금성(Venus)에서 왔다고 믿고 있다. 대표적으로 존 그레이(John Gray, 1951년생)가 1992년에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가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기억나는 구절로는 “여자는 사랑을 받으면 힘이 생기고, 남자는 인정을 받아야 움직인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마치 몽골 속담에 “여자는 봐주는 사람을 위해서 화장을 하고, 남자는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말과도 같다. 남녀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남자는 자기 동굴에 들어가고, 여자는 이야기를 한다.”라는 다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음양오행의 의미를 우리 민족은 4개의 윷가락을 응용해서 놀이를 창작했다. 윷가락(柶條) 하나로는 흑백(앞뒤) 변화로 삶의 의미를 즐기면서 풍류까지 만들었다. 4개의 윷가락을 한꺼번에 던지면 도, 개, 걸, 윷, 모 등의 5가지 양상이 나타난다. 던지는 회수에 따라 5의 n제곱(5ⁿ)이란 경우양상수를 만들게 된다. 조선시대의 윷점(柶占)에서도 주역의 8(23)괘를 도입해서 64괘상(cases)으로 풀하고 있다. 윷가락 하나로 3번을 던져서 나오는 수치를 앞이면 1(一)이고 뒤이면 2(二)로도, 아니면 주역(周易) 8괘처럼 음 혹은 양표시로도 표시할 수도 있다.

오늘날 아라비아 숫자로 111~444까지 64 괘상, 즉 건삼연(乾三連)에서 곤삼절(坤三絶)까지 64괘상으로 한해 운세를 볼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토정비결은 64(26)개의 괘상보다 더욱 세분화하여 128(27)개의 괘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릴 때 윷점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 몇 개의 괘상을 적어보면 111은 ‘어린 젖먹이 아이가 젖을 줄 어머니를 만난다(兒見慈母)’, 222는 ‘학이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鶴登於天)’, 333은 ‘나무에 꽃이 피고 성장해서 열매를 맺는다(樹花成實)’과 444는 ‘형이 귀여운 동생을 얻을 수 있다(哥哥得弟)’라고 풀이했다.

글·그림=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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