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품어주는 정치가 그렇게 어려운가
[대구논단] 품어주는 정치가 그렇게 어려운가
  • 승인 2022.08.2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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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집권당 국민의힘이 내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보기에 민망하고 안쓰럽기조차 하다. 명색이 집권당으로 오직 국민을 위한 일편단심으로 정진해야할 당의 모습이 시정잡배의 언어로 서로를 물고 뜯기에 바쁘다. 원래 정치인들의 언어가 정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고 있으니 서로 간에 감정을 추스를 기회가 없다. 정치인들은 국가의 권력을 가지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명분으로 존재한다. 상당한 예우와 존경을 받는 직업이다. 맡은바 소임에 충실하다면 어느 누가 저리 비켜 서있으라 할 사람도 없고 응분의 대접을 해줄 것이다. 지난번 대선이 한참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여당후보였던 이재명의 육성녹음이 나돌아 화제가 되었다. 본인이 즉시 사과하는 기지를 발휘해 더 이상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한 표차로 낙선한 원인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물론 민주당의 패배는 그까짓 욕설 때문이 아니고 문재인정권의 전반적인 실정(失政)이 가져다준 업보겠지만 아무튼 국민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지금 국민의힘이 스스로 벌어드린 이전투구는 전적으로 정치지도자의 아량 부족에서 나온 것이다. 승자는 패자를 감싸 안아줘야만 존경을 받는다. 어린 나이에 당대표가 된 이준석은 지난번 대선을 치르며 많은 문제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석열후보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았다. 나름대로 정치적 견해를 밝힌 것이기에 비판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받아드리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섭섭할 수 있는 발언일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처지에서는 그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기도 어렵고 말로 먹고사는 정치지도자들의 왈가왈부를 일일이 따져볼 여유도 없다. 더구나 일국의 대통령후보라면 극히 미약한 발언 몇 번에 감정을 둘 필요가 없다. 게다가 윤석열은 당당한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고 벌써 취임한지 네 달째다. 이준석이 당대표를 맡은 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으니 그는 당에서 훈장을 줘도 아깝지 않은 공로자다. 그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에서도 떨어지기만 했던 사람이지만 거대야당의 대표로 선출되었을 때 국민의 여망은 문재인정권을 “갈아보자”는 가슴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준석은 스스로의 능력보다는 국민전체의 흐름이 정권교체로 쏠려있는 시점에서 당권교체를 이뤄냈기에 각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야당을 골고루 경험한 국민의힘이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정확하게 수용하여 승리를 거머쥔 것은 윤석열이라는 시대의 기린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문재인에게 발탁된 사람이지만 조국사태를 계기로 부정과 부패를 척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언론과의 소통을 활발하게 해 나름대로 개혁에 앞장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검사위주의 인사행정과 윤핵관으로 지칭되는 정치인들을 내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준석에 대한 노여움이 있다손 치더라도 무조건 끌어안아야 한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이 있다. 포용력의 다른 이름이다.

대정치인은 비록 적일지라도 품어 안는 너그러움을 잃어서는 만민의 존경에서 멀어진다. 대통령은 정치인들의 행위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따져서는 안 되겠지만 나에게 비판적인 언어와 행동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불러 다독거리는 것이 큰 사람의 너그러움이다. 정치가 법정으로 비화하면 결국 판사의 육법전서에 굴종하고 만다. 대통령은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당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대처하여 행여 다른 세력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비극적인 사태가 나지 않도록 단속해야만 한다. 이준석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에 달려있다. 유능한 젊은이 한 사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감정과 사사로움으로 대하게 되면 모든 손해는 대통령에게 쏟아진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을 품에 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된 정치가 확립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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