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융복합, 크로스오버 효과
[문화칼럼] 융복합, 크로스오버 효과
  • 승인 2022.08.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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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지난주 2022 월드뮤직 시리즈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몇 년 전 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어 많은 반향을 일으키다가 중단된 월드뮤직이 이번에 문화예술회관 주최로 다시 지역 팬들 앞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음악성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르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국내 6팀, 해외 4팀 총 10개 팀이 사흘간에 걸쳐 풍성한 월드뮤직의 세계를 펼쳤다. 해외 팀 뿐만 아니라 국내 팀의 음악적 완성도 역시 돋보였다. 그리고 각국의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현대 대중화한 월드뮤직은 동서양 또는 고전과 현대의 음악적 요소가 융복합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임을 잘 보여줬다.

엄청난 가창력과 음악성으로 큰 박수를 받은 핀란드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전통악기 칸텔레 연주자 ‘이다 엘리나’ 그녀는 헬싱키 페스티벌 감독을 역임한 핀란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다. 발현악기로 분류하는 ‘칸텔레’로 경이롭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경지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줬다. 칠레의 현대 민속 그룹인 ‘카밀라 이 실비오’는 우리 귀에 익숙한 남미 칠레의 민속음악 색채가 가득한 사운드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안데스 산맥의 바람소리 같은 음악은 성큼 다가온 가을밤을 잔잔하게 물들였다.

국악 아카펠라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토리스’는 아카펠라로 판소리 한바탕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우리 소리가 가진 힘을 잘 보여 줬다. 기타, 베이스 그리고 장구 이렇게 단촐하게 구성된 ‘고니아’는 심플하지만 완성도 높은 음악성을 선보였다. 음악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단단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악기연주로만 40분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기우를 날려버린 멋진 팀이었다. 대금연주자 이영섭이 이끄는 ‘바이날로그’는 약 20년 가까이 많은 무대에서 극찬을 받아온 내공을 보여줘 월드뮤직의 모범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곡 ‘열려라 참깨’는 아랍음악의 색채가 강한 곡으로서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노래였다. 멤버들의 기량이 고르게 뛰어난 밴드라는 인상을 받았다.

밴드 이날치는 자신감과 거침없는 매너·음악성으로 역시 대단한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범 내려온다’ 한 곡으로 단숨에 한국음악계의 또 하나의 아이콘이 된 국악밴드 이날치는 보통의 밴드와는 출발이 다른 게 아닌가 한다. 많은 단체가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다가 유명세를 얻게 되면 하나씩 떨어져 나가 솔로로 활동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들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드러머와 두 명의 베이시스트는 이미 자기영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네 명의 소리꾼 역시 그러하다. 한마디로 국악계의 성골, 진골이 모였다.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공부를 하였고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상을 푸짐하게 받은 경력자들이다. 소리판의 미래를 열어갈 재목으로 평가 받던 이들이 한복을 벗고 모던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이날치 멤버들은 2018년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 ‘드라곤 킹’ 작업을 통하여 만나게 되었다. 베이시스트 장영규의 주도로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으며 음악적 방향 설정에도 그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장영규는 ‘씽씽밴드’를 통하여 국악과의 만남을 가진 바 있으며 “익숙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과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젊은 소리꾼들의 생각 역시 열려있고 당차다. 안이호는 이렇게 말한다. “영·정조 시대 판소리와 대원군·고종 때의 그것이 같을까? 갓 쓰고 도포를 걸치고 하는 판소리와 지금 자신들과 같은 모습의 그것 역시 21세기 판소리다” 그리고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지금 자신들의 활동은 그곳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너머로 건너가 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날치의 소리꾼들은 한명 한명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날치 맴버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때로는 전통적 소리판에서도 그들의 얼굴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번 2022 월드뮤직 시리즈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듯이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는 융복합, 크로스오버를 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했을 때 예술적 영역이 더욱 확장된다. 서로 다른 음악의 요소가 물리적, 화학적으로 결합될 때 그 표현의 범위가 넓어지며 감동의 깊이가 더해진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단 어설픈 더하기로는 이렇게 만들 수가 없을 것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팀들의 특징은 각자의 영역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다음 크로스오버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즉 잔이 차고 넘칠 때 거기서 융복합이 일어나고, 그러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월드뮤직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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