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동반자
[달구벌아침] 동반자
  • 승인 2022.08.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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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우리 인생은 긴 여행과 같다. 저 먼, 어느 곳에서 이 땅, 지구로 여행 온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자'라 말할 수 있다. 오랜 여행을 하려면 필요한 것이 많다. 돈과 건강, 시간,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여행할 좋은 동반자다.

동반자(同伴者)는 같은 길을 걷고 서로가 짝이 되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동반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물론 좋은 동반자를 '이런 사람이다'라고 하나로 꼬집어 정답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철저히 본인의 경험을 통해서 이런 동반자는 불편하고 이런 동반자는 여행을 함께 다닐 때 좋더라는 식의 정리를 지금부터 해보려 한다. 사람이 모두 달라서 나의 경험이 정답은 될 수 없을지는 모르나, 살아가면서 참고할, 한 번은 귀담아 들어두어도 좋을 만한 이야기는 충분하리라 생각해본다. 자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본인의 여행 스타일은 체험형 자유여행이다. 차 타고 '쌩~'하고 지나가는 관광 식의 여행이 아니라, 만져보고, 먹어보고, 그곳에 잠시라도 머물면서 직접 경험해보는 여행을 추구한다. 그래서 단체로 떠나는 패키지여행보다는 소수로 떠나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 길게 여행을 잡고, 여행을 함께 하는 동반자, 즉 일행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은 편이다.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오해, 갈등이 발생하면서 동반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나의 긴 여행에 좋은 동반자인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가 되었다.

먼저 본인이 뽑은 함께 여행하면 좋은 동반자 1위는 '유머 있는 사람'이다. 유머라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웃기는 것을 넘는다. 그것은 깊은 내공이 필요하고, 어려운 순간에도 한숨 돌릴 여유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사용할 비상식량(무기)과도 같다. 유머가 없는 사람은 재미를 잘 모른다. 늘 진지하고, 늘 심각하다. 인생이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어서야 되겠는가? 인생은 즐거워야 하지 않나. 신이 인간에게 준 눈물은 기쁠 때를 위한 것이라 하고, 웃음을 준 것은 힘들 때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안소니 퀸이 주연으로 출연한 고전 명화 '희랍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안소니 퀸)가 힘들 때마다 춤을 추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는 춤을 추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죽었을 때 모든 사람이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춤을 췄다고 한다. 그 춤은 좋아서 추는 춤이 아니었다. 도저히 다른 어떤 것으로도 이 괴로움을 이겨낼 방법이 없어서 추는 춤이라고 했다. 그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의 삶도 돌아보면 참으로 괴로운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유머였다. 유머는 남을 웃기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머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도록 해주는 능력이다. 힘들 때마다 유머를 통해 고통을 다르게 해석해 내면서 본인은 길고 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의 그런 모습이 슬픈 순간에 춤을 추던 '조르바'를 닮았다. 유머 있는 사람과 동행하라. 아마도 인생이란 여행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여행을 위해 동행하면 좋은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여행이라는 것을 정의해보면 '생소함과의 만남'이고, '두려움과의 정면승부'라 표현할 수 있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낯선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런데 두려움으로 그 길을 가려 하지 않는다면 여행 자체가 무의미하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로 던져진 여행객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다. 두렵지만 기꺼이 그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라는 것은 단순히 겁이 나지 않고, 두렵지 않음이 아니다. 겁나고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마음이다. 넘어짐이 두렵지만 넘어짐을 알고도 기꺼이 넘어짐을 선택하는 것이 용기다. 지구별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 그것은 여행자가 가져야 할 필수 조건이다. 쉬운 길만 가려 하고, 남이 닦아 놓은 길로만 가려고 하는 것은 정성 들여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겠다는 심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은 여행자가 아니라 관광객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로 여행을 온 것이지 관광 온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저기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우리는 끝없는 여행자, 집시와 같다. 용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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