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미트', 모성애에 의한, 모성애를 위한…‘엄마판 테이큰’
영화 '리미트', 모성애에 의한, 모성애를 위한…‘엄마판 테이큰’
  • 김민주
  • 승인 2022.09.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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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릴러
아들 찾기 위한 치열한 추격전
절박·처절한 맨몸 액션 돋보여
짧은 러닝타임 속 디테일 놓쳐
신선함 모자란 스토리 아쉬워
영화-리미트1
영화 ‘리미트’ 스틸 컷.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모성(母性)은 위대하다.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위험을 감지한 여성이 믿을 수 없는 힘과 스피드로 자녀를 구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어머니의 오감은 자녀를 향해 항시 열려 있어 사소한 말투, 무의식적인 행동 하나만으로도 변화를 한발 앞서 발견하곤 한다. 영화 ‘리미트’는 모성애에 한계(limit)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은’(이정현)은 싱글맘으로,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생활안전과 소속의 경찰이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단계도 서슴지 않는 생계형 경찰이다. 그녀가 악착같이 사는 이유는 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서다.

어느 날, 소은의 관할 내에 아동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딸의 유괴 소식을 듣고 실신한 피해자 엄마 ‘연주’(진서연)를 대신해 소은이 엄마 대역을 맡게 된다. 유괴범을 찾기 위한 수사가 계속되지만 실마리는 도통 찾을 수 없고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이때 소은의 핸드폰으로 아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아들이 아닌, 익숙한 유괴범의 목소리이다. 유괴범은 소은의 아들마저 납치했다. 이젠 남의 아이가 아닌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동료들을 속여야 한다.

겉으로는 유괴범과 협상을 하는 척하지만, 동료 경찰들을 속이고 유괴범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범인도, 경찰도 믿지 않고 그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일 각오를 한다. 이제 그녀는 경찰이 아닌 엄마로 치열한 추격을 시작한다.

영화 ‘리미트’는 사건의 타깃과 그 타깃을 쫓는 관계로 그려졌던 기존 범죄 스릴러와 달리, 사건을 쫓던 중 범인이 대상을 변경하는 ‘타깃 스위치(target switch)’라는 설정을 스토리에 녹여낸다. 관객들은 역전된 상황에 새로운 긴장감과 호기심을 느낀다. 자신의 아들을 되찾기 위한 그녀의 치열한 추격과 거친 모성애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이 영화의 신선함은 여기서 고갈된다.

‘리미트’는 모성애에 의한, 모성애를 위한 영화다. 아들이 유괴된 이후 소은이 기필코 자기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달리는 모습이 오롯이 그려지고, 이는 곧 영화의 뼈대가 된다. 그러나 모성애라는 감정 하나로 이 영화에 몰입하고, 감정선을 따라가기에는 스토리라인이 다소 부족하다.

87분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속도감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인물들의 서사를 과감하게 잘라 디테일을 놓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범죄 스릴러에서는 주인공 못지않게 빌런의 존재감이 중요한데 전사도, 서사도 없는 이들의 맹목적인 악행은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임팩트도 약해지고, 빌런이 처단될 때의 쾌감 또한 비교적 덜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이정현은 처절하게 악을 쓰며 아들을 찾으려는 엄마의 마음을 직접 구르고 부딪히며 몸으로 증명했다. ‘엄마판 테이큰’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하다.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은 전직 비밀 요원이 납치된 딸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내용이다.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이정현은 능숙하거나 화려한 액션보단 엄마로서의 절박함과 처절함이 담긴 맨몸 액션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문정희의 변신 또한 놀랍다. 푸석푸석하고 새치 가득한 머리, 거친 피부 결, 섬세하게 일그러진 표정 등 미스터리한 인물의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꼼꼼하게 설정한 디테일이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느껴져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작품적으로 ‘여성 주체 스릴러’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세 주연 배우가 입을 모아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미씽: 사라진 여자’ ‘콜’ 등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여성 스릴러’ 작품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소 다양성이 부족하기도 한 한국 영화계에서 ‘리미트’의 도전은 외연의 확장과 장르의 다양성을 넓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단 하나의 희망, 그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이승준 감독의 말처럼, ‘리미트’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어른의 추악한 이기심을 향한 질타와 선을 넘는 자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전달할 것이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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