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어록
[좋은 시를 찾아서] 어록
  • 승인 2022.09.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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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주는 손이 복 받는 손”이라며

붉은 강낭콩에 팥을 가마솥에 푹삶은 밀밥을

세간 사는 이웃들에게 나누라던 할아버지

기말고사 앞두고 책상에 엎드린 내게

“가시네 문장 날다”며

전기세 아까워 불꺼라 소리치던

딸 넷에 둘째인 내게

눈만 닿으면 늘 못마땅하시던 할머니

“한 번도 무얼 먹고 어떻게 살까”를 고민한적 없다던 가장

그 오랜 여자들은 다 어디에 두고

“베샤메무쵸”를 부르며 늘 마무리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죽어도 이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울아버지 딸이라며

겨울밤 헤어진 내복 양말 꿰매며 서럽게 울던 어머니

그 때 영문도 모르며 따라 울었던 우린

딸이어서 알아서 숨어야 하는 이치를 깨우치며

많이 미안했지요

이 분들의 말씀 집합결과에서

지금 이 모습의 생이 흐릅니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어느 시대든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았던 사람은 분명 있었을 겁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작은 파편에 불과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몸부림이 시대의 예술이 되고 시가 되지 않았을까요?

-허행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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