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데스크칼럼]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 승인 2022.09.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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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0.81명)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낮은 가운데 2070년에는 인구가 3천8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과가 지난 5일 발표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출산율이 낮은 홍콩(0.75명)을 제외하고 236개 국가 중 두 번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국가 평균 1.59명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합계 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는 2070년 46.4%까지 급증해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형적인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의 합계출산율은 2.32명으로 1970년 4.83명에 비해 2.51명(51.9%) 감소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0.81명)으로 1970년 4.53명보다 3.72명(82.2%)이나 급감했다. 앞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2020년 기준 20~49세 인구 중에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구가 50%에 육박하는 등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했다

이에 따라 일단 비혼(非婚)이 늘고 있다. 2021년 21만 4천건이었던 혼인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2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20~30대가 되면 결혼과 출산, 가정 구성이라는 전통적 기준잣대가 시대와 사고의 변화로 개인의 행복,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life style)로 바뀌면서 싱글족 및 만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젊은이들도 많지만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들이 많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산되면서 경력단절을 우려하거나 육아비용 등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고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 등 결혼후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최근 결혼 5년차인데도 출산을 하지 않고 있는 젊은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아이를 낳으면 그나마 여유가 있는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했다.

막대한 육아비용과 주거문제를 꼽았다. 특히 자녀가 학교에 입학한 후 들어갈 사교육비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다. 명문대 입학을 절반의 성공으로 여기는 분위기,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젊은이들에게는 더 클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소주를 몇잔 마신 후 대리운전을 불렀다. 40대 후반인 대리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대리기사는 월27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였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나는 적은 월급을 받고 살지만 아들 만큼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간답게 살았으면 한다. 모든 고생은 나의 몫”이라며 “40대 주부중에는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서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 애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싶겠나”라고 했다.

교육비 못지 않게 주거문제에 대한 부담도 엄청났다. 과거에는 월급을 받아 적금을 하면 내집을 장만 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지만 지난 5년간 수 백%폭등한 아파트 가격을 보면 내집 장만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혔다.

결혼 3년차를 맞은 한 여성의 얘기가 귓가를 맴돈다. “결혼은 신랑이 좋아서 했는데 출산은 엄두가 안난다. 경력단절도 문제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내인생이 없어질 것 같다. 자녀를 낳으면 내집마련은 평생 못할 것 같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38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재정을 쏟아 부었음에도 출산율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출산율 저하는 국력 약화를 넘어 국가가 소멸될 수도 있다. 명문대를 나와 서울에 살지 않아도,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다니지 않고 중소기업을 다녀도 대우받는 사회분위기가 온다면. 적금만 해도 내집을 마련할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사회가 온다면 그나마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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