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정유미 매거진 ‘포포포’ 대표, 꿈 대신 가족 선택한 엄마들…잊었던 열정에 불 지핀다
[나는 청년입니다] 정유미 매거진 ‘포포포’ 대표, 꿈 대신 가족 선택한 엄마들…잊었던 열정에 불 지핀다
  • 윤덕우
  • 승인 2022.09.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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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매거진 ‘포포포’ 창간
영미시장 노리며 아마존 입점
결혼이주 여성과 그림책 제작
지방 거주여성 생활 아카이빙
생활 습관 성형 플랫폼 론칭
자녀의 규칙적 수면 습관 유도
엄마 자기계발 시간 확보 도움
이달 美 페스티벌서 공개 예정
정유미대표와-책3
정유미 대표가 애독자들과 포포포 옥상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포포포 옥크닉(옥상 피크닉토크 프로그램) 이다.

‘나는 청년입니다’에서는 지난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도쿄에서 개최된 ‘여성기업가 포럼’에서 만난 대구경북 여성기업인 4인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특집 속의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도쿄에서 개최된 ‘여성기업가 포럼’에서 만난 대구경북 네번째 여성기업인(4) ‘정유미 대표(포포포)’

△‘진짜 하고 싶은 것’에는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어릴 적, 주 독서 장르는 위인전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위인전이 어린이 권장도서로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고, 필자는 그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위인전을 많이 읽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인전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삶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주인공들은 어떤 특정 포인트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것을 기필코 해내고 만다는 특징이 있었다. 위인전에 등장한 모든 주인공들을 일반화 할 순 없지만 대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 꿈꾸는 바가 분명한 분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이뤄낸 분들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계획과 실행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획은 실행되지 않을 때가 있고 실행은 성공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미실행에 대한 원인과 실패에 대한 분석의 과정은 수반된다. 엄밀히 말하면 설득력 있는 합리적 핑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 드는 생각은 진짜 진심으로 그 일을 하고 싶었냐는 것이다. 어쩌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인전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능력이 있었다. 매 순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냐’는 질문에는 결과가 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는 하기 싫은 일들에는 핑계를 찾고, 반드시 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 일에는 방법을 고민하는 삶을 반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만난 포포포의 창업자 정유미 대표는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한 출판기획자이자 문화기획자였다.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매거진

엄마가 된 순간부터 핑계는 충분했다. 절대적 시간은 늘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핑계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또 다른 자유를 가져다주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엄마가 된 이후부터는 어떤 일을 해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마른걸레를 쥐어짜듯 시간을 사용해야만 했다.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간이 만들어지는 기적 또한 경험했다. 이런 경험들은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자신을 돌이켜 보면 이런 경험들은 엄마이기 때문에 겪는 경험도 아니고 나만이 겪고 있는 경험도 아니라는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어떠한 일을 행함에 있어서 수없이 마주하는 스스로와의 타협, 조율과정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만들어지기도 하고 소멸 되어 버리기도 한다.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행운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자들 곁에는 수많은 러닝메이트가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허들과 마주할 때마다 그것을 넘기 위한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러닝메이트들의 손을 잡고 함께 허들을 넘었다고도 했다. 학창시절까지는 이런 러닝메이트를 매일 같은 시간에 학교라는 같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현재는 러닝메이트를 만날 기회는 적다. 심지어는 러닝메이트를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정유미 대표는 포기를 모르는 여성, 핑계를 거부하는 여성들의 러닝 메이트로서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내 삶의 러닝메이트는 매 순간 언제 어디에나, 어쩌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존재할 수 있다는 기대와 상상을 했습니다”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해 그들을 공통된 관심사를 매개로 이어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했죠”

△엄마의 잠재력을 응원한다는 진정성은 비즈니스 모델 확장으로 이어졌다

정유미 대표는 아직 발견되지 못했을 뿐, 평범하지만 동시에 비범한 엄마의 서사를 모티브 한 매거진 ‘포포포(POPOPO)’를 2019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동료이자 친구, 멘토를 학창시절처럼 매일 만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매거진이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고 말했다. 2019년 창간 이후 포포포는 2020년 교보문고 100인의 테이블, 2021년에는 20인의 테이블에 선정될 만큼 독자 수요가 점차 늘어났고, 알라딘 ‘육아/독립’ 매거진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영미권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영병기 제작이 이루어졌고 아마존과 해외 서점에 입점하게 되었다.

시작은 매거진 이었다. 독자층이 늘어나면서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정유미 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두 번째 도전은 결혼이주 여성들과 함께한 그림책 만들기였다. 지역내·외, 국내·외 할 것 없이 결혼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여성의 수가 상당한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가족에게 잠시 양보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했다. 이들과 함께 엮은 그림책 「letters to library」는 필리핀, 미얀마, 러시아, 일본, 중국, 한국 등 총 6개국의 결혼이주여성 9명이 모여 만들었으며, 각국의 도서관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지방령’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지방에서 자신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아카이빙 하는 작업 또한 이어갔다.

정유미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글로벌 NGO ‘아쇼카(ASHOKA)’와 ‘포카칩(포포포-아쇼카-블루칩(*회원들을 부르는 애칭))’이라는 협업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포카칩은 일상의 체인지메이커들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커뮤니티로 젠더, 장애 등 자신이 처한 사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양성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최근 정유미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자녀와 양육자를 대상으로 좋은 습관이 쌓이는 생활 습관 형성 플랫폼 ‘바라다 드림(Balada Dream)’을 론칭했다. 성장기 자녀의 수면 습관을 형성하는 미나리(Miracle Night Ritual) 프로그램에서는 사랑, 믿음, 용기와 같은 키워드를 제시해 매일 일기를 쓰고 자기 전 운동으로 연결하는 10주간의 온라인 과정을 통해 시장의 수요와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이의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형성해 엄마가 성장할 수 있는 Me-time을 확보한 다음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제공해 ‘엄마를 돌보는 것이 곧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라는 포포포의 미션을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9월에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앞에서 열리는 추석 페스티벌에 참가해 고객들을 직접 만나 플랫폼을 알리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의 초석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정유미 대표는 자녀 양육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아왔던 여성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멘토로, 파트너로, 새로운 파트너를 이어주는 중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의 꿈을 잇는 스타트업이 되고파

살다 보면 때때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를 위해 중요한 것은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시간 속에서 개인별 상황적 요인은 모두 다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것을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겨야만 한다. 이 과정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서사가 누군가에게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정유미 대표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포포포를 통해 친절한 지침서를 제공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연결시켜 세상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소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꿈을 잠시 가족에게 양보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죠. 포포포는 꿈을 가지고 있는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그들의 꿈을 잇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정유미 대표는 청년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세상의 통념을 저격하는 친절한 저격수였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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