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이 오다] 과도하게 덩치 키운 배달앱…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
[다른 삶이 오다] 과도하게 덩치 키운 배달앱…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
  • 채영택
  • 승인 2022.09.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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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대면 생활의 명암
‘코로나 수혜’ 배달앱의 그늘
3개 기업, 배달앱 시장 지배
적자 감수하며 몸집 키우다
독과점 되자 수수료 대폭 올려
다수 이해관계 얽힌 고비용 구조
개선도 쉽지 않아 피해만 커져
영상은 가까이, 독서는 멀리
독서보다 유튜브로 여가 활동
실질 문해력 전반적 저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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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대구 한 구립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드문드문 앉아 책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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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방과후 한글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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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방과후 한글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세계적 보건위기인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삶의 양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배달 문화가 자연스럽게 삶의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배달 시장은 코로나19의 최대 수혜(?) 분야의 하나로 꼽힐 정도다.

오프라인 요식업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반면, 배달 요식업은 최고 활황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요식업 뿐만 아니라 도서관 이용 등 비교적 정적인 독서 문화에서도 비대면 스타일이 활성화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문화 현상은 편리함과 속도라는 긍정적 측면을 가져다 주지만, 아울러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부정적 현상도 파생시키고 있다.

◇‘코로나 수혜’ 음식 배달 시장 명암

직장인 이 모(37) 씨는 퇴근 후 음식 배달 앱(배민1)에서 ‘냉면’을 검색해 주문했다. 해당 음식점 기준 최소 주문 금액인 1만 5천 원을 맞추고 배달비로 4천 원을 내고 보니 한 끼 식사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다. 그는 “비싼 배달비를 내면 음식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배달비가 올라 음식을 시켜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성장한 음식 배달 플랫폼에 불만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먼저, 갈수록 오르는 배달비가 부담돼 전화로 포장 주문 후 직접 음식을 받아가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여러 플랫폼을 이용 중인 음식점들도 상승한 중개 수수료 비율과 치솟은 물가로 인해 주문 건당 남기는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 모(39) 씨는 “올해 3월 배달의민족이 중개 수수료를 올렸다. 이후 식자재 값까지 올라 음식 가격이나 (소비자 부담) 배달비 중 하나는 올려야 했다”며 “거리 두기 해제 이후로 주문 건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매출을 올려 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정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올리면서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3개 기업이 전체 음식 배달 플랫폼 시장의 97%를 지배하고 있다. 당초 이들 플랫폼은 고객 확보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몸집을 키웠고, 독과점 상황이 되자 수수료를 올리며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도 매해 적자 행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3년간(2019~2021) 매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2018년 이후 매년 수백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음식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배달원(라이더)프로모션 비용과 광고·마케팅 비용 등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음식 배달 플랫폼 내 주문 건수도 줄고 있다.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앱 내 결제 추정액은 올해 3월 2조 3천500억 원에서 6월 1조 8천7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외식 수요가 증가한 탓이 크지만, 배달비가 부담돼 플랫폼을 외면한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음식 배달 시장에서 소비자와 음식점, 음식 배달 플랫폼 중 어느 하나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고비용 시장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코로나 엔데믹, 소비자 불만과 맞물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라이더도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배달 경쟁 심화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보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와 배달 대행 업체, 라이더, 음식점, 소비자 등 이해 관계자가 다수인 시장에서 형성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배달 플랫폼 업체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나설 거고, 음식점이 내야 할 수수료는 더 오를 거다. 또 음식점이 배달비나 음식 가격을 올리면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야 사람들이 아쉬운 대로 음식을 시켜 먹지만 앞으로는 다를 거라 생각한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데다 코로나 재유행까지 수그러들면 플랫폼 이용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음식 배달 플랫폼이 크게 성장했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롱런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적지 않은 라이더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이책 이용 줄고 전자책 시장 급성장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종이책 수요가 전자책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독서에 대한 개념도 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대구 공공도서관 1관당 방문자는 2019년 29만5천여 명에서 지난해 13만5천여 명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1관당 대출도서는 15만9천여 권에서 13만8천여 권으로 줄었다. 방문자 추이와 비교하면 대출권수 하락 폭은 완만한 편이다.

그 이유는 비대면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문체부는 “코로나19로 문화시설이 휴관 중일 때도 공공도서관은 비대면 서비스를 개발해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무인대출서비스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무인대출서비스 ‘스마트도서관’ 이용은 2020년 124만1천여 건으로 전년 대비 62.6% 상승했다.

출판 업계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1년 출판시장 통계’를 보면 웹툰·웹소설 등 전자책 주요 플랫폼 8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4천9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7% 뛰었다.

동시에 독서율은 낮아졌다. 문체부가 국민 독서실태를 조사한 결과 2020~2021년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47.5%,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 91.4%로 1년 새 각각 8.2%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다. 종이책 독서율은 성인 40.7%, 학생 87.4%로 감소 폭이 더 컸다.

이 조사에서 성인 66.5%가 ‘웹소설’, 학생 57.2%가 ‘만화책’을 독서에 해당한다고 답해 독서 범위에 대한 인식이 종이책 외의 읽기 매체로 확산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문체부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매체 이용 다변화가 독서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재생시간이 짧은 동영상이나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 여가를 보내고 독서를 멀리하게 되면서 글을 이해·해석·창작하는 능력, 문해력이 전반적으로 저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심심한 사과’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서울의 한 카페가 지난 8월 20일 “사인회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올린 사과문에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라니”라는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로 쓴 ‘심심(甚深)’을 누리꾼들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일어난 해프닝이다. 더해서 사흘을 3일이 아닌 4일로, 금일(今日)을 오늘이 아닌 금요일로 오인하는 경우가 실질 문해력 실태를 보여주는 주요 사례로 언급된다.

일선 교사들은 모바일 콘텐츠가 청소년 문해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교사 1천152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학생들 문해력 수준은 70점대(C등급)”라고 답했고, 문해력 수준이 낮은 이유로 ‘유튜브와 같은 영상매체에 익숙해서(73%)’,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를 꼽았다.

찾는 이가 줄었다고 해서 도서관 쓰임까지 축소하는 건 아니다. 각 도서관은 도서를 원하는 장소까지 배송하는 ‘택배 대출’, 차에 탄 채로 도서를 전달 받는 ‘승차 대출’ 등 비대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의 경우 ‘구립도서관 드론 책 배송 서비스’ 구축하고 나섰다. 지난 1월 드론으로 책과 샌드위치·음료를 범물동 용지봉 정상(해발 629m)으로 배달하는 자율비행을 선보이기도 했다.

출판 업계는 ‘투 트랙’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양상이다.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종이책을 고집하는 마니아층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민음사는 2018년부터 돌로 만든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한 방수 책 ‘워터프루프 북’을 출간하고 있다.

한편 교육 당국은 문해력이 기초학력 핵심 요소인 만큼 초등교육 단계에서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문해력 돋움학교’를 개설했다. 올해 노변초·두산초·달산초 등 15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운영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정은빈·조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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