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자가격리 7일
[달구벌아침] 자가격리 7일
  • 승인 2022.09.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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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코로나 확진을 받고 의무적 자가격리 7일을 지켜야 했다. 동거가족과도 거주공간을 분리하고 동선도 겹치지 않아야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되고 대화도 할 수 없으며 함께 밥을 먹거나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자가격리 1일째는 많이 아팠다. 코로나 양성이라는 당혹감과 자가격리로 인한 직장업무와 집안일, 아이 픽업 등 매일 자신이 했던 일들을 자신이 하지 않으면 엉망이 되고 뒤엉켜 난리가 날 것만 같아서 피로가 극심한 상태였다. 약을 먹고나니 혼수상태처럼 잠이 쏟아졌다. 낮부터 밤까지 잤다. 약을 먹기위해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갔다와서 또 잤다. 하루 세 번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그 외에는 잠만 잤다.

둘째날도 목기침, 근육통은 심했다. 잠을 많이 자서인지 다리에 힘도 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끝내 아프지 않은 몸과 어지럽지 않은 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코로나 휴유증도 있고, 위중증 환자도 있다는데 점점 심해지면 어쩌나 싶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우렁각시처럼 살그머니 나가서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전용 밥그릇에 반찬을 담아와서 먹고, 전용수세미로 설거지를 하고 다시 방으로 가져오는 일도 번거롭고 귀찮았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혹시 침이 씻겨져내려가지 않아 가족 중 누구에게 감염이라도 될까 조바심내는 것도 피곤했다.

셋째날은 아프기 시작한지 4일째 되는 날이다. 그 쯤 되니 몸이 많이 나아졌다. 잠도 줄었고, 어지러운 정신도 맑아졌고, 근육통도 줄었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싫고 무기력을 더할 것 같은 몸이었다. 집안 청소라도 하고, 반찬도 해야하고 하고 싶어하는 몸이었다. 그러나 가족이 집에 없는 상태여도 코로나 격리 해제가 안 된 시점에 아직 자가키트 두 줄이 나오는 상황에 두 손으로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가족에게 독이 될 수 도 있는 일이여서 방밖에서는 아무일도 해서는 안 되었다. 단지 자신의 배고픔과 생리적 욕구 해소를 위해서만 밖을 나가야 했다.

이러한 것이 감금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몸이 좀 나아지니 홍희에겐 금같은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방해 받지 않고 자기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남과 관련된 일도 감정도 생각도 없이 오로지 ‘나’만 있었다. 남편은 아이 픽업과 밥 차려주는 일을 쉽게 해내었고, 아이는 원래대로 아침 일찍가서 밤늦게 돌아와 자기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 남편이 집에 일찍 귀가해도 코로나 양성인 아내에게 문 밖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하지 않았고 요구를 하지 않았다.

홍희는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들이 시공간을 침범해서는 안되는 격리기간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집안일, 직장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했다. 뭔가 생각을 해서 써내려고 할 때 남편이 방문을 벌컥열고, 자기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말은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엇다. 그래서 남편이나 아이가 잇을 때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럴 염려가 전혀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완전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토록 원했던 자기만의 방이 생긴 것이다. 아무것도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의무수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을 위한 시공간 자가격리 7일. 누구에게는 감금과도 같은 시간이 홍희에겐 금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아무에게도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 내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오늘같은 시공간이 올까. 더 많은 시간을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의 생각과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낼 나만을 위한 시공간이 홍희에겐 필요하다는 절실한 생각. 그동안 너무 잊고 있었다. 더운 여름이 끝나가니 벌써 한 해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 이외의 가족을 위해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부터는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물론 코로나 양성은 아닌 이유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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