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도가 바뀐다] (3) 잊혀진 구도심이 주목받는 골목상권으로
[대구 지도가 바뀐다] (3) 잊혀진 구도심이 주목받는 골목상권으로
  • 강나리
  • 승인 2022.09.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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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곳곳 특화거리 형태 신흥 상권 발달·쇠퇴 거듭
향촌동, 1950~60년 ‘전성시대’
이젠 장·노년층 사교의 장소로
교동,최근 5년 새 핫플레이스로
복고 콘셉트 술집·카페 등 인기
옥산로, 스포츠·문화 어우러져
볼거리·먹거리 넘치는 신흥상권
1960~80년대 대구의 중심 상권은 향촌동·교동 일원이었다. 도심 상권은 60년대 대구역 맞은 편의 향촌동에서 시작해 동성로를 거쳐 반월당 부근으로 남진해 왔다.
 
향촌동1
대구 향촌동 상권은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대구의 중심 상권 기능을 해왔지만, 경기 불황과 산업 쇠퇴, 소비자 수요 변화 등에 따라 서서히 침체했다. 지금의 향촌동에는 성인텍과 음식점 등이 자리해 장·노년층의 유흥·사교의 장소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강나리기자

대구의 근현대사가 깃든 향촌동·북성로, 교동 상권은 지역 경기 불황, 유통환경 현대화 흐름, 유동인구 감소, 업종 쇠퇴 등이 맞물리며 90년대를 전후로 서서히 쇠락했다. ‘1등 상권’ 타이틀을 넘겨받은 동성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대구의 대표 상권 공식은 깨졌다. 현재는 도심 곳곳에 특화거리 형태의 신흥 상권이 발달·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옛 풍경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거리와 독특한 외관의 가게가 어우러지면서 교동거리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낡은 주택가와 공장 지대가 밀집했던 북구 고성동 역시 젊은층의 관심을 끌면서 주목받는 상권이 됐다.

(편집자주)

◇쇠락한 옛 도심 상권 향촌동

대구 중구 포정동~대안동~향촌동~북성로1가로 이어지는 구간인 향촌동 상권은 1980년대까지 대구의 중심 상권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산업 쇠퇴, 교통 축의 이동 및 소비자 수요 변화 등에 따라 차츰 침체에 빠져들었다.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후반까지 10여 년간은 그야말로 ‘향촌동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대구 사람들이 ‘시내’라고 부르는 곳은 지금의 동성로가 아닌 향촌동 주변이었다.

향촌동은 옛 대구읍성의 북쪽 성곽(현 북성로) 주변으로 지금의 대구역 맞은 편 지역이다. 과거 이곳이 음식점·주점 등이 밀집한 대표 상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번화가와 두루 인접한 입지 덕분이었다. 헌옷과 각종 빈티지 소품 등을 판매하는 구제의류 가게, 수제화 가게도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를 전후로 상권의 중심 축은 향촌동·북성로 주변에서 동남쪽인 동성로로 이동하게 된다. 경북도청이 1966년 대구 북구 산격동(현 대구시청 산격청사)으로 이전한 뒤, 10여 년에 걸쳐 향촌동은 구도심이 됐다. 도청 부지 일부에 중앙상가가 들어서고 1978년 대보백화점, 1979년 무궁화백화점이 들어서며 주변 상권 변화가 기대됐지만, 동성로·교동의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에 밀려 상권 기능이 퇴조했다.

지금의 향촌동은 60·70대 장·노년층이 주로 찾는 유흥·사교의 장소로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다. 무궁화백화점 동쪽 길에서 북성로로 이어지는 약 300m 거리에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성인텍(카바레)과 음식점 등이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곽형준(75)씨는 “트로트 노래도 듣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 찾는다. 80년대에 유행했던 간판이나 상표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젊었을 때 생각이 난다”며 “지금은 분위기도 침침하고, 노인들이나 찾는 철 지난 뒷골목처럼 돼 버려 아쉽다”고 말했다.
 

교동상권2
대구의 구도심인 교동 일원은 최근 5년 사이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 상권으로 떠올랐다. 거리의 옛 모습을 ‘복고’ 콘셉트로 재해석한 술집·카페 등이 인기를 끈다. 사진은 주말인 지난 18일 오후 7시께 교동 주변이 북적이고 있는 모습. 강나리기자

◇옛 동백본점 상권,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부상

교동 주변 상권의 전성기는 1970~80년대였다. 귀금속거리, 먹자골목, 옷가게 골목, 컴퓨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전자골목, ‘미제’ 수입품을 판매하던 일명 ‘양키골목’, 조명기기 상가 등이 호황을 누렸다. 이 상권은 1972년 교동시장 인근에 동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80년대까지 절정기를 맞았으나, 현대화 흐름에 따른 업종 쇠퇴와 도심공동화 현상 등이 맞물리며 침체에 접어들었다.

향촌동과 함께 잊혀진 대구의 구도심인 교동 일원은 최근 5년 사이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이 거리의 옛 모습을 ‘복고’ 콘셉트로 재해석한 술집·카페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말인 지난 18일 오후 7시께 찾은 교동 거리. 옛 동아백화점 본점 자리에서 대구시청 동인청사까지 약 400m 구간에는 수 십년 간 명맥을 유지한 전자기기 업소들 사이로 개성 있는 인테리어의 카페·펍(pub)들이 즐비했다. 이 주변에는 오피스텔 건축 공사도 진행 중이다.

골목 곳곳에 음식점, 카페, 술집, 부티크호텔 등이 성업 중인데, 기존 건물 구조는 살리면서 빈티지 콘셉트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 가게들이 큰 인기다. 젊은 층 사이에서 ‘복고 감성’이 유행하다보니 낡은 건물, 오래된 간판을 그대로 살린 가게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도 새롭게 들어서 골목상권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19일 기준 인스타그램의 교동 관련 게시물은 약 50만 개에 달한다.

대구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젊은 사장들이 운영하는 개성 있는 가게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침체됐던 이곳이 2030세대의 ‘밤문화’가 있는 새로운 상권으로 뜨고 있다”며 “콘텐츠가 있는 가게들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집객 효과도 좋은 편이고 인근에 주거단지도 조성 중인 만큼, 앞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상권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후 공장지대였던 대구 북구 옥산로 일원, ‘힙’한 골목상권으로 변신

삼성창조캠퍼스 및 복합스포츠타운이 있는 대구 북구 옥산로 일대 역시 스포츠와 문화가 어우러진 골목상권으로 떠올랐다. 대구시는 ‘옥산로 주변 테마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이 일대 환경도 대폭 개선했다.

간선도로인 옥산로~호암로 구간, 도시철도 3호선 북구청역~대구은행파크 고성북로10길 구간 등에는 카페·음식점·술집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다. 특히 고성북로10길 일대의 낡은 공장들은 ‘빌리웍스’, ‘나인블럭’ 등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특색 있는 카페로 하나 둘 탈바꿈했다. 부자재를 쌓아 놓던 철강공장 창고와 오래된 폐교회를 그대로 활용한 카페 ‘빌리웍스’는 이 골목의 대표 명소가 됐다.

옥산로 일원은 1970~1980년대 제일모직과 대한방직으로 대표되는 대구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지역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대구의 성장과 부침을 함께 한 곳이지만, 1990년대 들어 섬유산업의 쇠퇴와 수성구·달서구 등 신흥 주거지 개발과 맞물려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고성동의 경우 대구 도심과 가까움에도 불구, 저밀도 주택과 공장이 밀집해 경제 활동 배후지가 쇠퇴했다. 인근 침산동, 칠성동이 개발될수록 상대적으로 슬럼화가 심화했지만, 도심재생사업과 재개발을 계기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들어 대한방직 부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및 대형마트로 개발됐고, 제일모직 부지는 오페라하우스와 삼성창조캠퍼스로 조성됐다. 또 시민운동장의 낡은 경기장도 현대적 시설인 대구은행파크와 사회인 야구장으로 재단장하면서 일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최근에는 대구은행파크, 삼성창조캠퍼스 등 주변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로 과거와 현대, 스포츠와 문화, 볼거리·먹거리를 관통하는 대구의 신흥 상권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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