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누구의 잘못인가?
[달구벌 아침] 누구의 잘못인가?
  • 승인 2022.09.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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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 소장
"사기를 친 사람이 잘못일까요? 아니면 사기당한 사람이 잘못일까요?"
한 번씩 강의 도중, 사기와 관련된 말이 나올 때 물어보곤 하는 질문이다. 위와 같은 질문에 기대했던 것은 "사기를 친 사람 잘못입니다." 라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사기당한 사람 잘못입니다." 혹은 "둘 다 똑같습니다."라는 대답들이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정말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잘못일까? 사기를 친 사람과 사기를 당한 사람이 비슷한 수준일까? 나는 이건 인정할 수 없다. 사기 친사람은 사람의 영혼을 속인 아주 나쁜 사람이고, 사기를 당한 사람은 그냥 사기를 당한 사람일 뿐이다.
변해가고 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변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사기를 친 사람이 "다시는 그러면 안 되겠구나."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를 당한 사람이 "다시는 사람을 믿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변해가는 사람을 욕하거나 잘못이라고는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더 이상 상처를 받기 싫어서 어쩔 수없이 선택한 나름대로의 최선의 방법일테니 말이다. 이해가 충분히 된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뿐이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해 가는 듯해서 말이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반면 사기 친 사람은 어떨까? 그들은 전혀 변하려 하지 않는다. 정말 변해야 하는 사람은 사기를 친 사람인데 말이다. 아니 그에게 사람이라는 말도 과분하다. 그냥 사기 친 놈이고, 사기 친 년이라 말하고 싶다. 변해야 할 것이 변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그 이기적이고 악한 마음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믿는 순수한 마음이 변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그대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
요즘은 사기 친 사람은 당당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를 욕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주위의 사람들이 사기꾼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당한 사람을 욕하니까 그는 별로 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 결과 사기꾼은 욕도 얻어먹지 않는다. 손가락질도 받지 않는다. '어~사기 쳐도 괜찮네'라고 생각한다.심지어 그 상황에서 쏙 빠져나와 사람들 무리 속에서 함께 사기당한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어리석은 놈아"라며 욕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기를 친 사람은 더 이상 살던 마을에서 살아갈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 모두 사기 친 사람을 욕했기 때문에 사기를 친 사람은 부끄러워서 그 마을을 떠나야 했다. 흔히 쪽(얼굴)이 팔려서 더 이상 얼굴 들고 다니기 부끄러워 살 수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사기 친 자기를 욕하고 사기를 당해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해주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그렇지 않다. 사기를 친 사람은 당당히 보란 듯이 살아간다. 심지어 지혜롭고 영리한 사람으로까지 비친다. 그와 반대로 사기당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웅성거림이 부끄러워 살던 곳을 떠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도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낯선 누군가의 친절은 더 이상 고마움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저 사람이 왜 나한테 친절하지? 분명 내게서 무언가를 뺏어가려고 하는 나쁜 사람일 거야"라는 의심부터 한다. 친절한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오해받기 딱 좋은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친절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앞으로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한다면 "나 착한 사람이요" 하는 '착한 사람 증명서'라도 목에 걸고 있어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은 누군가 고의로 발을 걸어 넘어져 울고 있는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넘어진 사람, 손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밟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배웠다고 머리로 그를 가르치려고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치 세상을 다 깨달은 양 "네가 사기를 당한 까닭은 네 속에 사기성이 있었기 때문이야. 결국 네가 너를 사기 친 거지"라는 간디 물레돌리는 소리 같은 가르침도 하지 말자. 그냥 우리가 해줄 말은 "많이 속상하겠다. 많이 힘들지." "네 잘못 아냐. 그놈이 잘못한 거야."와 같은 따뜻한 위로의 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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