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막 내린 ‘팀 버튼’展, 팀 버튼식 ‘기괴함’은 어떻게 우리 마음을 훔쳤나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막 내린 ‘팀 버튼’展, 팀 버튼식 ‘기괴함’은 어떻게 우리 마음을 훔쳤나
  • 류지희
  • 승인 2022.09.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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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유령신부·빅피쉬 연출
공포스럽고 귀여운 분위기 특징
어린시절 공동묘지서 혼자 놀고
친구들 사이 따돌림도 당했지만
독보적 세계관 구축 원동력 삼아
유일한 친구였을 ‘상상 속 괴물’
핸디캡 가진 영화 캐릭터 제작
위로 필요한 관객에 공감 전해
영화-가위손
팀버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영화<가위손>의 명장면으로, 주인공은 내면의 핸티캡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추억과 상처는 공존하고 있다. 단, 그 기억들이 살아가면서 어느 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며, 혹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계 유명한 작가들의 경우, 그러한 내면세계를 외부로 끌어내어 대중들에게 공유하고 함께 공감하며 끊임없이 심오한 메시지를 던지고는 한다. 특히,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고난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로 자리매김하였다.

지난 4월 30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되고 있는 팀 버튼의 The World of Tim Burton 전시회는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멋진 기회이다. 외롭고 무서웠던 어린 시절의 심리와 정신세계를 영화와 그림, 글 등으로 고스란히 표현한 그의 인생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필자가 다녀온 지난 주말에는 사전 티켓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발권 후 두 시간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전시장은 그의 작품을 찾는 많은 관객들로 붐볐다.
 

팀 버튼의 특별전
2022년4월30일~2022년9월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중인 팀 버튼의 특별전 모습이다.

특유의 기괴스럽고 공포스러운 캐릭터와 몽환적이면서도 귀엽기도 한 작품들을 통해 팀 버튼 감독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명작 <찰리와 초콜렛 공장>, <가위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유령신부>, <크리스마스의 악몽>, 그리고 최근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빅피쉬>가 그가 연출한 대표작들이다. 그의 전시는 외부 공식 포토죤을 제외하고 내부 작품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자칫하면 혐오스럽고 공포스어운 캐릭터들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때로는 위로보다 더한 위안이 되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전시장 내에서는 관람하는 동안 오로지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에만 더욱 집중하며 이야기나눌 수 있었는데, 이 마저도 관람객들의 배려한 그의 철학일지도 모르겠다.
 

팀버튼특별전시장2
팀버튼 특별전시장 외부 포토죤에 있는 <화성침공>영화속 주인공 외계인의 모습으로,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영화와 관련된 그의 10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러스트, 회사, 사진, 글 등 다채로운 작품세계들은 때로는 동심을, 때로는 사회를 퐁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관람하게 된다. 피가 튀고 눈알이 빠져 나뒹굴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공포 속에서도 팀 버튼이 대중들에게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삶에 대한 메시지가 숨겨져 있어 그것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자신 내면의 눈과 귀에 충실하여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움을 넘어 순수함에 대한 동경과 경이로움까지 자아 해내고 있었다.

<가위손>에 나오는 주인공은 무시무시한 가위로 만들어진 손에 의해 마을 사람들과 사랑하는 여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상처만 입히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로 담고 있다. 사실 어쩌면 뾰족하고 상처 난 마음의 핸디캡을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어린 시절 팀 버튼이 결코 화목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그로 인해 내성적인 성향이 더욱 발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공동묘지에서 놀거나 하루 종일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었다. 왕따를 당했던 학창 시절과 피규어 수집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들도 있었지만 그에게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다. 되려 평범함에 대한 암묵적인 강요와 순응에 대한 강압이 자신만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내면세계를 만들어 나가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준 것은 아닐까. 상처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도 잔혹해 지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3시간여 동안 관람한 전시장의 마지막 부스에서는 팀 버튼의 짧은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온다. “살아가면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친구를 만나기를 쉽지 않다. 하지만 만나는 순간 서로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 그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팀 버튼에게 공포스러운 괴물과 유령, 악마는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자신의 세상 속에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소중한 친구였던 사실을.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이고 무섭고 끔찍한 대상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릿해 왔다. 영화와 그림, 설치작품을 통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함께 걸어 나온 느낌이 들었고 심오한 정신세계를 탐험하고 이해한 자신에게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보편적인 사회에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받기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유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예술일 것이다. 뾰족뾰족 가시 돋치고 모나고 조각난 마음의 모양도 되려 흥미로운 관심과 독창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대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시선을 맞춰 가까이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예술이 가진 포용력이 얼마나 광활하고 가치로운지를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서로의 이해와 사랑이 필요한 가족들이지만 모순적이게도 반대로 가장 깊은 내면에 상처를 입히기 쉬운 것도 가까운 사람들이다. 깊어가는 가을.. 보다 이해하고 싶은, 이해받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상처를 주제로 다룬 영화나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며 하지못했던 마음의 이야기를 빗대어 나누어보아도 좋겠다. 때로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제 3의 매체인 누군가의 작품을 통해 서로를 공감해 보는 것도 아름다운 치유법이 될 테니.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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