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도가 바뀐다] (4) 설 땅 잃은 향토백화점, 유통 대기업 경쟁적 진출…지역시장 잠식 가속
[대구 지도가 바뀐다] (4) 설 땅 잃은 향토백화점, 유통 대기업 경쟁적 진출…지역시장 잠식 가속
  • 강나리
  • 승인 2022.09.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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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백화점 업계 ‘쌍두마차’
대구百, 1969년 동성로 진출
상권 축 남쪽으로 완전히 이동
화성산업이 1972년 만든 동아百
1990년대까지 흑자경영 성과
2010년 이랜드리테일에 매각
대구백화점본점전경4
1969년 12월 대구백화점의 등장과 함께 동성로는 대구 상권의 중심이 됐다. 대백 개점을 계기로 동성로 주변에 의류점과 식당 등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중심가 상권이 남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동성로 시대가 열렸다. 대구백화점 제공

대구지역 핵심 상권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1980~90년대 동성로가 대구의 대표 상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최초의 백화점인 대구백화점 덕분이었다. 대백은 동성로 상권 확장·발전을 이끌며 지역 유통 근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3년에는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서면서 대구역 주변 상권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다. 2011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반월당 상권의 변화를 주도했다.

지난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백화점이 오픈하면서 지역 유통업계 판도는 또다시 변했다. 대구신세계는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현대를 빠른 속도로 앞지르면서 대구지역 백화점 맹주 자리를 꿰찼다.

‘빅3’ 유통 대기업이 지역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향토백화점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쇠퇴일로를 걸었다. 대구 대표 백화점이었던 옛 동아백화점 본점이 경기 침체와 운영난 등으로 개점 47년 만인 202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데 이어, 전국에서 마지막 남은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동성로 본점 개점 52년 만인 지난해에 영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구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대구지역 유통지형 중심 축이 사실상 동구로 옮겨간 모습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던 위기와 명품 소비 현상 역시 지역 유통지형을 뒤흔드는 계기가 됐다. (편집자주)
◇‘대월동화’ 명성 뒤로한 채 역사 속으로

대구백화점은 옛 동아백화점 본점과 함께 1990년대 지역 백화점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대월동화’(대구백화점은 월요일 휴무, 동아백화점은 화요일 휴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백화점은 대구시민에게 남다른 상징성이 있다.

대구백화점의 모태는 창업주인 고(故) 구본흥 명예회장이 1944년 1월 10일 대구 삼덕동에 연 20여 평 남짓한 ‘대구상회’다. 이후 대구상회보다 규모가 10배 컸던 유복상회를 인수해 ‘대구백화점’으로 간판을 달면서 향토백화점의 역사가 시작됐다.

1960년대 들어 규모와 외관을 갖춘 대형 상점들이 속속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대구 상권의 중심지였던 북성로와 서문로 일대의 무영당백화점과 세신백화점, 국제아케이드, 동양백화점 등이었다. 백화점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대부분 20~30평 규모의 소매점이었다.

1962년 교동 일대에 백화점다운 외형을 갖춘 합자회사 대구백화점이 등장한다. 100여 평의 2층 목조건물이었던 합자회사 대구백화점은 당시 근무 직원만 30여 명이 넘었고 상품 구색도 다양해 큰 반응을 얻게 되고, 이에 힘입어 1969년 12월 26일 현재 위치인 동성로로 확장·이전하면서 주식회사 대구백화점으로 개점하게 됐다. 당시 지역 상권의 중심은 향촌동 일대에 형성돼 있었고 동성로는 미개발지역이었다. 대구에 10층짜리 건물이 없던 시절, 지하 1층·지상 10층의 지역 최고층 건물로 지어진 대구백화점은 지역 유통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대구백화점이 동성로에 들어섬과 동시에 지역 상권의 축이 바뀌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가로 남아있던 대구백화점 주변에 의류점과 식당 등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중심가의 상권이 급속히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동성로 시대가 열리게 됐다.

1970~80년대 지역 백화점 산업을 이끌어온 대구백화점은 1993년 9월 15일 중구 대봉동에 프라자점(대백프라자)을 새롭게 열었다. 대백프라자 오픈은 6·25 전쟁으로 인해 대피한 피난민들이 두부를 만들며 살던 일명 ‘두부촌’ 일대를 일시에 변모시킨 계기가 됐다. 지하 5층·지상 11층으로 ‘전생활백화점’을 표방한 대백프라자는 당시 한강 이남 백화점 중 최대 규모로 문을 열면서 유통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개점 당일 입점객이 10만 명을 넘어섰고, 개점 3년째에는 매출 3천억 원 돌파, 하루 매출 40억 원 등 단일 백화점으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대구백화점은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2016년 대구신세계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의 잇따른 지역 진출로 위기를 맞는다. IMF 파고를 이겨내고 힘겨운 경쟁을 이어오던 가운데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결국 동성로에 위치한 대백 본점 자산양수계약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고, 현재는 대백프라자를 중심으로 유통업을 이어가며 재도약 방향을 모색 중이다.

대백과 함께 대구 유통산업을 이끈 쌍두마차였던 동아백화점. 지역 건설사인 화성산업이 유통사업에 진출하면서 개점한 동아백화점 본점은 2000년대 초반까지 대구백화점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동아백화점은 1972년 유통산업 근대화 정책에 맞춰 문을 열었다. 개점 당시 대구에는 슈퍼마켓이란 근대적 유통업체가 아예 없었다. 백화점 뒷편을 일상 생필품 코너로 꾸며 동아백화점이 시작한 슈퍼마켓이 대구 최초의 슈퍼마켓이다.

90년대 동아백화점 본점 매출은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유통산업 발전기와 맞물려 매장 확장과 직영점 확산 등 잇따른 성과를 내며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하지만 화성산업의 건설부분 사업 악화로 2010년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매각됐다.

이랜드리테일이 동아백화점을 인수하면서 향토기업 타이틀은 내려놓게 됐지만 상징성 때문에 ‘동아아울렛’으로 이름만 변경해 영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울렛 주변 상권 침체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운영난을 겪으면서 2020년 결국 폐점했다.
 

대구백화점
대구백화점은 옛 동아백화점 본점과 함께 1990년대 지역 백화점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지만, 유통 대기업의 지역 진출로 인한 경쟁력 약화, 경기 침체, 코로나19 사태 등 유통환경 변화 여파로 운영난을 겪다 지난해 동성로 본점의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은 동성로 대백 본점 건물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 강나리기자

유통 대기업 ‘빅3’의 등장
‘에루샤’ 품게 된 신세계百
개점 4년 만에 연매출 1조원
현대百은 ‘더 현대’로 변경
롯데, 수성의료지구 몰 조성
2025년 경쟁 재가열 전망


◇명품·규모 따라 흔들린 백화점 지형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2020~2021년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매장 이동으로 대구지역 백화점 업계의 매출 희비가 엇갈렸다. 명품 소비 패턴이 지역 백화점 판도를 뒤흔든 셈이다.

지난해 7월에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이 10여 년 만에 철수했다. 앞서 샤넬은 같은해 3월 대구신세계백화점에 새 매장을 열어 2개의 매장을 운영하다, 현대 대구점 매장을 철수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20년 11월에는 ‘에르메스’가 현대 대구점 매장을 빼고, 한 달여 만에 대구신세계에 둥지를 튼 바 있다.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을 모두 품은 대구신세계는 대구권을 넘어 전국 수요를 빨아들이는 백화점이 됐다. 경부선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동대구역 및 동대구 고속·시외버스터미널과 연계된 뛰어난 입지에다, 해외 명품 브랜드 라인업이 탄탄한 ‘럭셔리 백화점’이라는 이미지까지 선점했다.

광역상권을 기반으로 대구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개점 4년 11개월 만의 성과다.

대구신세계가 당분간 1강 독주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나, 지역 유통업계의 판도가 다시 한 번 뒤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롯데가 수성의료지구 내 복합쇼핑몰(이하 대구 롯데몰)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맞불을 놨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백화점 업계의 주도권은 점포의 규모나 명품 라인업에 따라 이동한 바 있다.

대구 롯데몰은 연면적 33만㎡ 규모인 대구신세계를 따라잡기 위해 이보다 조금 더 큰 35만㎡ 규모로 조성 중이다. 롯데몰 오픈이 예정된 오는 2025년이면 복합쇼핑몰 간 치열한 상권 경쟁이 다시 한 번 벌어질 전망이다.

올 연말 지방 백화점 중 처음으로 ‘더현대 대구’로 간판을 바꿔 달 현대백화점 대구점에도 지역 유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점 11주년을 맞은 현대 대구점은 최근 점포 리뉴얼을 통해 MZ세대 취향에 맞춘 콘텐츠 중심의 백화점으로 탈바꿈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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