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좋은시를 찾아서]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 승인 2022.09.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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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시인

모란꽃 하염없이
뚝뚝 떨어질 때
연두색 화려한 봄빛
시간의 헛간 안으로 차츰 사라진다

한 잔 소주 걸치고
가눌 길 없는 몸 비틀거리며
마음 한 구석 남은 희미한 빛
눈물에 적신다

남은 자는
언제나 슬프나니
가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의 무게
이기지 못하는구나

새봄의 기약은
도통 잡을 수 없어
숨결을 고르며
하늘 저 먼 곳에 나를 띄운다

◇신평= 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판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공익로펌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로는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 ‘일본 땅 일본 바람’,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등이 있다.

<해설> 잠깐 조는 사이, 목련, 벚꽃지고 복사꽃, 철쭉 기다린다. 피고 지는 것은 꽃의 일상, 순간 스치는 찰라의 봄은 느끼고 싶은 자의 것이다. 인간은 한 사람에게만 흐르기에도 부족한 강물이다. 어느 경우나 삶에 처절함은 그대로 남아있다. 만인의 연인이기 보다는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그 누군가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하는 것은, 처절함이 배인 삶과 영혼이 어우러져 그때그때 도출된 양상일 뿐이다. 인간의 삶, 즉 일상은 끊임없이 생동生動한다. 삶의 모습이 의미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연속이라 해도, 수많은 자잘한 사건들과 현상들이 맞물려 변화하며 지속된다. 삶의 본질은 어느 한곳에 머무름이 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누구나 세상을 알아서 즐기지만 무분별한 천박함은 사절하며, 때론 강렬하게, 때론 은은하게,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그렇게도 살아 볼 일이라고 봄이 얘기 해줬다.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디서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지만, 찬란하지 않은 것도 없다.

-성군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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