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모두 닫은 채
긴 시간을 날고 있다
졸고 있는 사람
자는 사람
작은 등(燈)을 켜고 책을 보는 둥 마는 둥
답답하다
지친다
창문을 열어 올린다
하늘 위를 달리고 있다 멋지게
멀리 구름층 끝으로
햇살이 빛나고 있어 장관이다
피곤함을 잊고
긴 여정을 즐기기 시작한다
미래를 이리저리 그려본다
눈을 돌리면 이렇게
딴 세상인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냥 살고 있다
우리들은
◇박철언= 1942년 경북성주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곳에서 가끔 벗어나는 일이 사람 마음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모른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대기 한 가운데서 작은 세상을 내려다보고 구름층 끝에서 비치는 장엄한 햇살을 볼 때 문득 자신을 깨우는 소리가 요동치며 들리기도 한다. 마음의 눈이 바라보는 곳에 따라 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그것은 곧 기쁨이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희망이기도 하다. 가슴 깊숙한 곳에 넣어둔 생각을 이 넓은 창공에서 다시 끄집어내 미래를 위한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본다. 한 번 돌아보면 세상은 늘 보던 대로가 아닌 또 다른 새로움으로 늘 내 곁에 있는 것이다.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