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도심에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것이 축복이구나”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도심에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것이 축복이구나”
  • 노용호
  • 승인 2022.10.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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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올해 여름에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
두꺼비 서식지 망월지
대도시에선 보기드문 귀중한 곳
다양한 생물 함께 모여 살아가
두꺼비 새끼는 차에 치여 죽기도
모아서 산 속에 옮겨주니 ‘뿌듯’
우포늪 워크샵
거제초 동문회 임원진 방문
1박2일간 무료 해설 진행
팽나무 언덕의 절경에 “와~”
망월지1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우리나라 최대 두꺼비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2년 전 퇴직을 하고 생태관광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있는 집과 우포늪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낸다. 대구 수성구의 시지라는 아파트 밀집 지역에 사는데, 다행히 한강 뷰(view)만큼은 아니지만 멋진 숲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뷰(view)를 가진 곳이라 즐겁다. 이곳에 살기 전에는 경산시에 살았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올라가기 전 유치원에 다닐 때 이곳으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한국 대표 두꺼비 서식지, 망월지

집을 나서 5분을 걸으면 도심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는다. 두꺼비의 대표 서식지인 망월지라는 저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저수지 앞에는 망월지가 한국 최대 두꺼비 서식지라는 표지판이 몇 개 서 있다.

몇 년 전부터 보아 온 두꺼비의 어린 새끼들은 검은색인데 너무도 작아서 지나가는 차들에 치어 죽기도 한다. 몇 년 전 어느 가족이 그 작은 두꺼비 새끼들을 모아서 산쪽으로 옭겨주는 모습을 보았다.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행동에 동참했다. 한참을 하니 허리가 아팠지만 지금도 그때가 생각나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망월지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간다. 물 안에는 창포 집단 서식지가 있어 눈길을 끈다. 마름과 물수세미 등이 있고, 나무로는 왕버들과 선버들도 보인다. 남색과 붉은색 나팔꽃도 피어있다. 가장자리에는 무궁화나무가 제법 크게 자라고 있다. 대나무도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금방 번지고 자기 나라를 만들어 버리는 식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꺼비 산란지이자 많은 생물의 서식지인 망월지는 수백만 명이 살아가는 대도시에서는 보기드문 매우 귀하고 소중한 곳이다.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단순한 저수지 기능만이 아닌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종 다양성이 풍부한 멋진 이곳이 잘 보전되기를 바란다.

망월지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욱수골이라는 계곡이 시작된다. 물이 깊지 않아 어린아이들이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계곳의 하류에는 새마을단체와 함께 대구 수성구청이 나무도 심고 작은 분수도 만들었으며, 쉼터와 작은 공연장까지 갖춰 놓았다. 올라가는 길가에는 요즘 자주 볼 수 없는 큰 미루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미루나무를 자세히 보면 아주 많고 많은 줄기들을 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기의 분신이자 새끼들이기도 하다. 대도시에서는 자주 보지 못하는 미루나무라 반갑다.

사람들은 욱수지가 바라보이는 곳에 만들어진 정자에서 쉬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올해는 유달리 더웠다. 너무도 더운 지난 8월 어느날 욱수지를 지나 올라가다가 두 명의 남자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발을 담그고 쉬고 싶어 인사를 하고 발을 담그니 시원했다. 두 번째로 발을 담구니 20초 이상 발을 담그기가 어려운 정도였고, 세 번째 발을 담갔을 때는 10초 이상 발 담그기가 싶지 않을 정도로 시원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낸 생각지 않은 호강을 누렸다.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여름의 더위가 가시기 시작한 지난달 어느날 아침 6시 30분에 견과류와 물 그리고 사과 1개를 챙겨 집을 나섰다. 체력단련장까지 걸어가서 운동을 하고 내려오면 하루가 잘가고 즐겁다. 부산의 친구에게 전화하니 그 친구가 “니는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이 체질화되어 있어 도심지로 이사하지 마라”고 하였다. 집에서 걸어 10분 내에 자연을 보는 곳에 산다면 축복이라고 했다. 여자들은 새집으로 이사하는 거 좋아하는데 이사 하더라도 대구 도심지로 가지 말고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경산이 좋겠다고 하였다. 나도 “경산역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서울 등으로 가기도 편하고.

◇우포 해설에서 연극단 창단으로

우포늪에 부산의 거제초등학교 총동문회 임원진들이 1박2일로 워크샵을 왔다. 우포하얀팬션이라는 곳에서 방 1개 당 5만 원 총 10만 원으로 방을 빌렸다고 했다. 해설은 내가 무료로 하였다.

동기 중에 관광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이전에 대대제방 쪽으로 우포늪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생태관 밑으로 와서 대대제방을 걸었단다. 그 친구는 ”뭐 이래 더운 곳으로 왔어?“ 하면서 도중에 집으로 가버렸다면서 우포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우포늪생태관과 대대제방 코스로 그들을 안내하지 않았다. 여름에 우포늪에 오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무덥고 습한 곳이 바로 대대제방 방향이기 때문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지로 우포늪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멋진 팽나무 언덕을 보여주었다. 와우(wow) 하는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다음에는 TV에 우포늪이 소개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소목나루터로 갔고, 산토끼노래가 만들어진 학교인 이방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그리고는 징검다리를 건너 사초군락으로 가서 우포늪이 보이는 물가로 갔다. 모두가 좋아했다.

다음 날에는 산밖벌로 갔고 출렁다리를 건너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물풀식물원에서 빅토리아수련과 가시연꽃을 보기도 하였다. 물론 내가 만든 생태춤을 같이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대 이상의 멋진 코스를 보고 체험한 동문들이 집에 가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감사하다는 전화를 해주었다. 1박 2일 동안 무료로 해설을 해주었고, 집을 떠나 잠을 자면서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는 고단함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가졌기에 기분이 좋았다.

◇연극 이야기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연극을 보았다. 첫 경험이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제목이 ‘카사불랑카여 다시 한번’ 이었는데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우포늪을 찾은 동문들에게 “인생이 연극이고 춤이다”라고 말하면서 외우지 않는 연극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약 2주가 지난 뒤 후배들이 부산의 연제구청에서 11월에 공연을 하기로 하였다며 연락이 왔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나는 10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만 한 것을 이 후배는 2주 만에 행동으로 옮겼다. 대단한 실행력이었다.

나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2가지를 강조하며 말했다. 첫째, 대사를 외우지 않고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연극으로 한다. 둘째, 방청객과 함께 즐기는 연극을 추구한다고. 혼자 즐거운 것이 아닌 방청객과 체험하면서 함께 즐거운 것이 중요하다. 같이 즐거운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니, 누군가가 ”그래 혼자 즐거우려면 산에 가서 자기 혼자서 하면 되지“라고 말했다. 공감 가는 말이었다.

연극의 제목은 쉽다. ‘요즘 뭐하노?’ 이다. 누구나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쉽게 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영국의 세익스피어와 미국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연극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 이야기와 나 자신의 이야기들을 연극으로 하기를 바랐다.

틀을 깨는 창의성있는 연극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유치원 학생들부터 90대 노인들까지도 참여가 가능한 연극이다. 이 연극 형태를 널리 퍼트리고 싶다.

알고지내던 분들에게 전화통화를 하면서 요즘 연극을 하게 되었다 하니 놀라면서 어떤 연극인지 알고 싶어했다. 대구의 음악 전공 교수 한 분과 부산의 시의원 한 분이 같이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 연극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시(詩)를 낭송하고 싶다고 한다. 끼를 가진 많은 분들과 함께하는 연극을 하고자 한다.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 곧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 여긴다.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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