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저출산 고령사회, 미국은 같이 살고 우리는 따로 산다
[윤덕우 칼럼] 저출산 고령사회, 미국은 같이 살고 우리는 따로 산다
  • 승인 2022.10.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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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약 400조원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독사와 노인빈곤 등 노인 문제 해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며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 감소와 100세 시대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했다. 주거, 교육은 물론 고령화 시대 고용 해법 등 종합 대책을 세워나가겠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 29일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생활비 마련 등의 목적으로 일을 더 하고 싶어한다. 이는 전체 인구 중 17.5%가 고령자다. 통계청은 3년 뒤인 2025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519만5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24.1%다. 고령자 가구의 ⅓을 넘는 187만5천가구가 1인 가구다. 핵가족 분화와 1인 가구 증가를 조장하는 현재와 같은 사회분위기로는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 이런 가족구조로는 출산율을 높이고 노인 부양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돈을 퍼붓는 온갖 정책들을 쏟아내도 백약이 무효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보듯 한때 부모를 모시고 대가족으로 살았던 우리나라는 핵가족으로 분화된 지 오래됐고 지금은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야 하지만 지금 우리들이 사는 모습은 정반대다. 대한민국은 지금 뭉쳐사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모두가 흩어져 살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이에 편승하거나 어느 정도 조장하고 있다. 함께 살면 큰일 나는 줄 안다. 그러니까 자녀양육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노인부양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녀양육 환경이 어려우니 출산율은 떨어지고 노인 고독사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 23%정도가 3세대 이상으로 살았으나 2015년에는 5%아래로 추락했다. 2022년에는 훨씬 더 줄어들었다.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노부모들은 요양원에서 지내거나 성인자녀와 따로 살아가야한다. 이런 문화가 당연시 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은 최근 세대 간의 공존기간이 길어지자 조부모의 역할 등 대가족 내지 확대가족의 유용성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사회 분위기는 우리와 크게 다르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한지붕 아래 같이 사는 대가족 내지 확대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확대가족 비중은 1970년대 이후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71년에는 7%였던 확대가족 비중이 1980년에는 12.1%(2천800만 명), 2021년에는 무려 18%(5천970만명)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PEW RESEARCH CENTER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다. 미국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일간지와 ABC, CBS, NBC 등 유력방송사들도 이러한 추세를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대가족으로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과 갈등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함께 살면 프라이버시 문제 등 단점도 있지만 대가족은 세대 간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기능이 핵가족보다 강하다. 특히 대가족은 함께 사는 부모로부터 자녀양육 도움과 집안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부모들은 손자녀를 양육함으로써 역할 상실감을 회복하고 소외감을 해소할 뿐 아니라 자녀들로부터 부양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별도의 출산장려책을 쓰지 않고 있다. 그래도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대가족 내지 확대가족의 구조는 경험적으로 높은 출산력을 설명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생활비 등 경제적으로도 서로 큰 도움이 된다. 미국은 저출산고령사회에서 그들만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는 북유럽의 복지모델에 빠져있지만 미국은 어쩌면 우리가 헌신짝처럼 던져놓은 유교문화권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핵가족화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에서 답 없는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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