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무례(無禮)
[목요칼럼] 무례(無禮)
  • 승인 2022.10.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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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무례하다' 즉 예의(禮儀)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예의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사회에서 사회생활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바른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하여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 요청서를 보낸 것에 대해 문대통령이 '대단히 무례한 짓'이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일어나고 있다.
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기획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문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의 서면 조사 통보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직접 언급했다고 전하면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문대통령의 반응이 전해지자 야당인 민주당은 감사원의 행위에 대해 '경악한다'라는 극단적인 표현과 함께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하고, 이재명 대표는 '정치 보복'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해가며 비난하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도 없고 조사에 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문제가 없으면 그냥 이랬다고 답변하시면 될 텐데 왜 저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으며, 오히려 당황스럽게 무례하다고 화를 내신 것을 보고 정말 뭔가 문제가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국가기관의 질문 앞에 무례를 운운했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대통령이 아닌 봉건시대 왕의 언어이다"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직격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문대통령이 정말 극도로 화가 많이 난 상태이신 것 같다면서 "평소 문 대통령의 화법을 생각하면 이러한 표현은 전혀 쓰실 것 같지 않은 굉장히 강한 발언"이며, "같은 조사 요구라도 이게 그럴만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이렇게까지 과연 하셨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반응을 보이신 이유는 이번 감사원의 서면질의가 항간에 계속 떠돌고 있는 문대통령 자신의 재임기간 일어난 일에 대해 현 정부의 정치적 보복 시작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과거 문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소환해가며 반격해가고 있다. 즉 과거 문대통령이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에 대해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퇴임 후 불기소 특권이 없어지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한 발언과 이재명 대표가 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에 대해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던 발언들을 소환해가며, 전직 대통령은 감사에서 제외되는 불가침 성역인가라며 비난을 하고 있다.
감사원도 문대통령이 서면조사 요구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이것이 정치쟁점화되자, 이례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전직(前職) 대통령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즉 감사원은 감사 수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했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발부 사례로 1993년 노태우 대통령, 1998년 김영삼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보낸 바 있으며, 노대통령과 김대통령은 질문서를 수령해 답변하여 이를 감사결과에 활용하였고, 최근 들어서도 2017년 이명박 대통령과 2018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두 전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기존에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감사결과를 정리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어떤 전직 대통령도 서면질문 요청에 이번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고 하면서 자신들 행위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정말 '무례한 짓'이라는 표현을 윤건영의원이 문대통령이 불쾌해하는 반응을 보고 유추해서 전한 말이 아니고, 문대통령이 직접 하신 말이라고 한다면 전후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한번 즈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필자가 아는 한 정치지도자들은 몸짓 하나 말 하나에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문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금기어에 가까운 '무례'라는 표현을 헌법기관에 대해 무엇 때문에 하셨을까. 그냥 '모욕적이다'라거나 '대단히 불쾌하다'고 표현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면 전혀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 것을 말이다.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사실 무례(無禮)라는 용어는 평등한 관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용어이다. 즉 무례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 대해 사회통념에 크게 벗어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윗사람으로 자신에게는 어떠한 불미스런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선민사상에 빠져 감히 나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 하는 식으로 생각할 때 나올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문대통령의 '무례한 짓'이라는 표현이 부지불식간에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필부로서는 그 깊은 뜻을 알 길은 없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너무나 평범한 논리로 볼 때 헌법기관 감사원의 행위에 대한 표현으로서는 지나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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