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응원단이 필요해
[달구벌아침] 응원단이 필요해
  • 승인 2022.10.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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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쉽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저 해가 뜨면 하루를 살아가고, 해가 지면 잠을 자고, 먹고, 사랑하고, 노래하면서 그렇게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참으로 많다. TV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거의 우울한 소식밖에 없다. 전쟁, 자살, 살인, 코로나, 금리 인상, 정치권의 다툼 등. 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는 듯하다. 우울의 늪에 빠진 듯, 웃을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에겐 쉼이 필요하다. 쉼 속에서 다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길을 걷는 여행가에게 시원한 물 한 모금이 절실하듯, 우리에겐 삶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있을 때, '괜찮아' '힘내. 내가 곁에 있어줄게'라며 다시 우리를 일으켜 세워줄 응원단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응원단이지 팬은 아니다. 팬은 보통 TV에 나오는 잘나고, 멋진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팬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유명인이라는 소리고, 멋진 사람이라는 증거다. 하지만 팬을 가질 만큼 그렇게 멋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개인에게 팬이 생긴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들도 실상으로 들어가 보면 눈물 나도록 힘든 일도 많고, 초라할 정도로 못난 모습도 많이 있다. 어느 날 인기가 떨어지고, 기대했던 것만큼이 아닌 못난 모습일 때 팬들은 다른 스타를 찾아 곁을 떠나간다.

하지만 응원단은 팬과는 다르다. 그들은 현재 보다는 미래를 보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지금보다는 내일이 더 멋져질 거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비록 초라한 모습일지라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준다. 그 박수는 팬이 보내는 박수와는 조금 다르다. 잘나서, 멋져서 보내는 박수가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 보내주는 박수다. 그래서 그 박수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힘이 되는 박수다. 삶이 행복으로 가득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삶을 응원해주는 응원단이다. 이런 응원단이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다.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아들이 포도농사를 지은 지 이제 2년 차가 되었다. 올해 샤인 머스켓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기존의 농사 오래 지으신 선배 농부들에 비해 노하우가 없어서 알 굵고 멋진 모양의 포도, 균일한 크기와 균일한 당도의 포도가 아니라 이 나무, 저 나무마다 모양도 다르고, 당도도 모두 다르다. 이건 경험의 문제라 차츰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또 다른 고민은 판매의 문제다. 이 부분은 농부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고 실제적으로 제일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과일을 공판장에 출하를 하는 농부는 싼 가격에 출하를 해야 하고, 실제로 사 드시는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 구입을 해야 한다. 농부는 농부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모두 유통과정에서 생긴 중간 마진 때문이다. 그래서 농부와 소비자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도, 농부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해야 한다.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 소비자가 확보되면 아들은 맛있는 포도 만들기에만 집중하면 되고, 소비자는 정성으로 키운 신선한 포도를 맛보기만 하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 아들에게 응원단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다. 팬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팬이 되려면 훨씬 더 모양 좋고 당도 높은 곳의 포도를 찾아서 그곳의 팬이 되면 된다. 하지만 아들은 지금 팬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응원단이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들의 포도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의 첫발을 내딛고 있으니 앞으로 더 멋진 브랜드로 성장할 거라 이 아버지는 믿는다.

우리는 모두 응원단이 필요하다. 응원단은 그야말로 응원해주는 사람이다. 축구 경기에서 응원단은 선수가 잘할 때도 응원하지만 못할 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조금 못해도, 지금은 좋은 성적 아니라도 '괜찮다'라며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팬이 아닌, 따뜻한 눈빛으로 지친 손 '꼬~옥' 잡아주는 응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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