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간신(奸臣) 백비들이 설치는 대한민국
[윤덕우 칼럼] 간신(奸臣) 백비들이 설치는 대한민국
  • 승인 2022.10.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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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강대국이 되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멸망하는데는 강력한 외적보다는 내부의 분열로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그 분열을 일으키는 자들을 간신이라고 부른다. 망국에는 위정자의 잘못이 크지만 간신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 발전하던 나라가 망하는 이유는 어리석은 위정자와 간신들 때문이다. 나라가 멸망하는데는 영향력있는 간신 1명이면 충분하다.

춘추시대 말기 국경을 접한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원수처럼 지냈다. 36년간의 물고 물리는 전쟁 끝에 월나라의 승리로 끝났다. 기원전 496년 오나라 왕 합려(闔閭)와 월나라 왕 구천(勾踐)이 ‘추리’라는 곳에서 크게 싸움을 벌였다. 이 전투에서 화살을 맞아 중상을 입은 오왕 합려는 죽으면서 아들인 부차(夫差)를 불러 말했다. “월왕 구천에게 아비의 원수를 갚아다오!” 새로 오나라 왕이 된 부차는 복수를 맹세했다. 그는 그 맹세를 잊지 않으려고 딱딱한 장작더미를 깔고 누웠다(臥薪).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궁을 출입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도록 했다. “부차야, 너는 월나라 사람들이 네 아버지를 죽인 일을 잊었느냐?” 부차는 복수의 칼을 갈며 밤낮없이 군사를 훈련시켰다. 2년 후인 BC 494년에 이러한 낌새를 눈치 챈 월왕 구천이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오나라 군사에게 오히려 지고 말았다. 부차는 승세를 몰아 월나라 수도인 회계까지 쳐들어갔다. 구천과 월나라 군사들은 회계산 꼭대기에 포위됐다. 살아남으려면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던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에게 대부(大夫) 문종 (文種)을 보내 항복의 뜻을 전했다. “이제부터 왕의 자리를 버리고 오나라 신하가 되겠소.” 동시에 문종은 미녀와 재물로 오나라 간신 백비(伯嚭)를 매수했다. 뇌물을 받은 백비는 감언이설로 합려가 월왕 구천의 목숨을 살려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차는 항복을 받아들이고 구천을 오나라로 불러 자기 노예로 삼았다. 당시 오나라의 명장 오자서는 부차에게 합려의 유언을 얘기하며 구천을 죽일 것을 강력하게 주창하지만, 부차는 간신 백비의 말을 따라 월나라를 속국으로 삼는 것으로 끝냈다.

월나라 정치를 문종 등 신하들에게 맡기고 오나라에 노예로 간 구천은 3년 동안 부차의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는 일을 했다. 그러면서 구천은 부차가 병이 들자 그의 대변까지 맛보면서 충성하는 시늉을 했다. 결국 오왕 부차는 그가 보인 쇼에 마음이 누그러져 3년만에 구천을 월나라로 돌려보냈다. 구천 대신 월나라 정치를 맡은 문종은 구천이 나라를 비운 사이 오나라 몰래 부국강병책을 추진하고 백비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주면서 충신 오자서와 합려 사이를 부지런히 이간질했다.

마침내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치욕을 갚으려고 이를 갈았다. 그는 자기 마음이 나태해질까 염려해 머리맡에 쓸개를 달아 놓았다. 그러고는 앉으나 서나,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마다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嘗膽)말했다. “너는 지난날에 당한 치욕을 잊었느냐?” 그 유명한 사자성어 와신상담( 臥薪嘗膽)은 이렇게 생겨났다.

구천은 귀국 후 절치부심하며 복수의 기회를 노렸다. 구천은 문종의 계책으로 오를 멸망하게 하는 부국강병의 아홉가지 계책 멸오9술(滅吳九術)을 착실히 진행했다. 오자서는 부차에게 수차례에 걸쳐 구천을 죽일 것을 권유했으나 그때마다 거부하고 백비의 이간으로 부차는 오자서를 점차 멀리한다. 월의 뇌물에 취한 백비는 부차에게 오자서가 모반을 하려한다며 모함해 부차는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한다. 월나라 구천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를 강력 주창한 오자서는 자결 직전, 내가 죽은 후 눈을 빼서 월나라 방향의 동문에 걸어 친히 오가 월에 멸망하는 장면을 보겠다고 유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월나라는 오자서가 자결하는 등 빈틈을 보인 오나라를 공격해 멸망시키고 중원의 패자가 됐다.

요즘 대한민국과 북한의 상황이 오나라와 월나라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이 끝이 없다. 9·19 군사합의는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판’이지만 북한은 이를 밥 먹듯이 위반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을 편드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오나라 백비같은 인물들이다. 감언이설과 교언영색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속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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