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핼러윈
[대구논단] 핼러윈
  • 승인 2022.10.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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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 중 발생한 압사 사고로 사망자가 153명 발생했다. 중상자도 다수 있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주로 10대, 20대이며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급작스런 사고로 피해를 당한 사람과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심정만 가득하다.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 축제인 핼러윈은 한국에서 어린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많은 사람이 축제를 즐기는 행사에서 안전문제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월 31일, 핼러윈 문화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핼러윈의 역사는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Celts)의 ‘서우인Samhain, 11월 1일’ 풍습에서 기원을 찾는다. 고대 켈트족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기념했고 그 전날인 10월 31일까지는 모든 수확을 마치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을 가졌다고 한다. 10월 31일이 올해와 내년을 이어주는 날인 것처럼, 마찬가지로 인간의 세상과 영령의 세상을 이어주는 날, 산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날 이라고도 믿었다. 따라서 이날에는 죽은 영령들이 인간의 세계로 넘어와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믿었기에 고대인들은 수확한 곡물을 바치며 영령들을 달래는 풍습을 가졌다고 한다.

5세기경에 로마 가톨릭이 켈트족에게 전파되며 서우인 풍습도 가톨릭의 영향을 받는다. 이교도들의 믿음이나 전통을 무조건 말살하기보다는 인정해 주면서 복음을 전파하기로 방침을 정한 로마의 그레고리 교황에 따라 이교도인 켈트족의 축제였던 서우인은 가톨릭 ‘성인의 날’로 바꿔서 유지되었다. 이에 따라 성인(=hallow)의 날의 이브인 10월 31일은 핼러이브 즉 핼러윈이 되었지만 이 날에 정령들에게 음식을 바치는 겔트족의 전통은 이어지게 되었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하나님 이외에 이교도들이 숭배하고 믿는 초자연적 존재들은 모두 하나님에 반하는 악의 무리들로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오늘날 핼러윈에 전통적으로 등장하는 마녀, 잭오랜턴, 요정 등은 크리스찬의 관점에서 개념적으로 모두 악마(demon)로 간주되는 것들이다.

핼러윈이 고대 켈트족에게 곡물과 과일을 추수하는 수확의 의미를 지니고, 초자연적 존재에게 조공을 바치는 제의적 개념이 포함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추석과 매우 비슷한 풍습이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추석이 음식을 바치는 대상이 사랑하고 공경하는 조상신이라면 고대의 할로윈은 갈 곳 없이 헤매는 위험한 정령들을 달래고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핼러윈의 시작은 미국의 핼러윈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김희정, 이정민, 이순형, 이강이의 2016년 연구에 의하면 대덕 연구단지가 있는 도룡동에서 1990년부터 핼러윈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도룡동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는 도룡동 핼러윈 축제는 해외에서 한국사회로 편입한 아이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완화하는 행사이고, 부모와 지역 주민들에게는 교류와 나눔을 통해서 지역 공동체에 대한 마음의 뿌리를 내리는 행사였다고 한다. 핼러윈이 아이들에게 즐거움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소통의 장치로 공동체의 가치를 쌓는 사회문화적 축제였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외국인 영어 교사들을 통해서 학원이나 학교에서 핼러윈에 대한 문화수업이 지속되며 어린 시절 교실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행사가 되었다. 이제는 에버랜드, 롯데월드, 이월드 등의 유원지에서도 열리는 축제가 되었으며 심지어 동네 마트에서도 호박랜턴과 분장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 상업화되고 있다. 필자 수업을 듣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대체로 초등학교 3, 4 학년 영어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핼러윈 축제를 경험했다고 하며 핼러윈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온 외국 학생들은 핼러윈을 알기는 하지만 그렇게 호감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중국인 학생은 핼러윈을 문화적 침략(cultural invasion)이라고 생각해 좋지 않게 보는 견해가 중국에 있다고도 전했다.

우리나라 달력에서 핼러윈을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의 달력을 보면 10월 31일을 핼러윈으로 표시하고 있다. 지정 공휴일은 아니라서 공공기관과 비즈니스 근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스코트랜드와 아일랜드의 이민자들이 할로윈 풍습을 미국에 가져온 이후 미국에서 핼러윈은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큰 축제로 자리 잡았다. 호박과 옥수수 등의 할로윈 상징들은 도시의 가족들에게 농촌의 가을과 수확의 정취를 전달하는 문화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핼러윈을 어린 시절에 경험하며 성장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그 문화적 추억을 소환하는 행사로서 압구정, 이태원, 홍대 거리 축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9일 밤 발생한 사고는 많은 사람이 모인 행사에서 항상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함을 또다시 명확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들의 욕구가 늘어날수록 이를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시설의 대비가 우리 사회에 특별히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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