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흔들기와 뿌리내리기
[대구갤러리] 흔들기와 뿌리내리기
  • 승인 2022.10.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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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걸작낯선풍경

박걸 작가
박 걸 작가

'누구는 놀기 위해 산다'고 한다. 노는 것에 고상함, 진지함, 무거움을 덧씌워 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여가가 있어야 놀 수 있고 즐기는 법도 좀 알아야 한다. 2019년에 직장에서 명퇴를 하고 작업실을 짓고 먹고 자고 하면서 오로지 그림에만 매달렸다. 그 해 말 프랑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어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계기를 맞았다. 그간의 나의 작업들을 돌아보면서 또 나의 작업과 연결고리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면서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는 '흔들기'를 시도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와 새로 지은 작업실에서 '화가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시도하고 싶었던 많은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흔들기'는 낯선 곳 프랑스에서도 작업실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즉 장소와 시간에 의해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존재하는 그놈의 어설픈 발명가 기질과 새로움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러기에 실험적인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는 '흔들기'만 하고 있는 셈이다. 어쩜 이러다 영원히 '뿌리내리기(자신의 정체성)' 찾기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계속 된 흔들기 탓에 그나마 수년간 해왔던 '낯선 곳에 등장하는 낯선 몸'과 그 후에 해왔던 '인체와 패턴의 오버랩'이라는 작업들과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최근에야 '이 시대의 토템'이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재료를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조금씩 '뿌리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 이래로 토템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변화되어 오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자연현상에 대한 토템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엔 인간의 능력이 무한대처럼 보이고 AI, 메타버스 시대가 등장하는 변화의 시대가 되자 모든 사람들이 시대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시대변화를 이끄는 그 무엇에 대한 경외와 숭배가 자리 잡게 되고 그런것이 토템으로 설정되지 않을까 싶다. '흔들기와 뿌리내리기'는 누구나 반복하는 일이지만, 나는 새로운 실험 작업을 계속하면서 변화를 찾는 '흔들기'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작품의 아우라에 집중하는 '뿌리내리기'를 할 것인지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믿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간절하면 허공에서 말을 걸어온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새로움이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웃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쳐 보고 있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간절함에서 부지런히 '흔들기'를 하면서 작업해 왔다면, 이제는 좀 놀아봐야겠다. 새로움은 놀고 먹고 마시는 행위 속에서도 문뜩 찾아질 수도 있고. 그리고 천천히 '뿌리내리기'를 생각 할 여유를 갖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박걸 작가는 영남대 조형대학원 서양화과 졸업하고 6회의 개인 및 초대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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