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휴대폰 주고 사라져
빈소에 유족·친척 울음소리만
대구시·달서구 조기 보내 위로
“친구와 놀러 갔다가… 혼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31일 오후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여·24)씨의 유족은 탄식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삼 남매 중 둘째이자, 유일한 딸인 A씨는 지난 29일 친구들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을 찾았다가 꽃다운 나이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서울 보라매병원에 안치돼 있던 A씨는 이날 오후 고향인 대구 달서구로 옮겨졌다.
이날 오후 5시 이후부터 A씨의 빈소에서는 유족과 친척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빈소 주변에서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A씨의 유가족은 이날(31일) 새벽 A씨의 친구를 통해 딸의 사망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구 손에 자신의 휴대폰을 쥐여준 채 사라진 A씨는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A씨의 고모부는 “조카가 친구들과 이태원에 갔다가 친구들은 빠져나왔는데, 혼자 갇혀있었다고 한다”며 “조카 친구가 오늘(31일) 이른 새벽 전화로 실종됐다고 연락했다”고 전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 등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유족을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태훈 달서구청장, 홍석준 국회의원 등도 조기를 보내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는 지난 29일 밤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대규모 인파가 모여들면서 발생했다. 31일 오후 6시 기준 이 사고로 집계된 사망자 수는 154명, 부상자 수는 149명에 달한다. 희생자 대부분은 20~3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참사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오는 11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게 된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