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신이 만든 위대한 분지’…이곳에 달구벌 만들어져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신이 만든 위대한 분지’…이곳에 달구벌 만들어져
  • 김종현
  • 승인 2022.11.01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겉껍질을 몇 겹 벗겨야 드러나는 새하얀 배추속살
기온변화·비바람에 팔공산·비슬산 솟아
선인들 ‘번영·평온 약속받은 땅’ 직감
소중히 자자손손 뿌리내릴 터전으로
배추에 민족 기상 느껴 ‘배추 숭’ 만들어
엄동설한에도 송백처럼 푸름 잃지 않아
겉으로 보기엔 고담대구 속살을 살피자
비슬산너들경
비슬산 너덜겅. 그림 이대영

◇‘약속한 나라(Promised Land)’

지구지질학에서 달구벌은 1억4천만 년에서 1억 년 사이에 형성되는 동안, 화산폭발, 대륙의 이동, 융기와 침강(지각변동) 등을 반복하면서 ‘신이 만든 위대한 분지(The God-made Great pot)’달구벌이 이곳에 만들어졌다. 이글거리는 마그마 암류에서 형성된 달구벌은 기온변화, 대류 흐름, 비·바람의 작용 등으로 팔공산(중악-공산-팔공산)과 비슬산이 솟아났다. 낮은 곳이었던 금호강과 낙동강이 흐름에 따라 5~15m 사질수성퇴적암이 지표층을 덮음으로 두물거리(兩水扇狀地)마다 비옥한 초승달(肥沃新月)을 만들었다. 끝내 백리벌판 축복받은 달구벌을 탄생시켰다. 선인들은 이곳을 보고 곧바로 꿀과 젖이 흐르는 번영과 평온을 약속받은 땅(Promised Land Really Flowing with Milk and Honey)임을 직감했다. 소중히 자자손손이 뿌리내릴 터전으로 삼았으며, 정성들여 가꾸고 다듬어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 한마디로 2021년에 유행했던 유행가 제목이, 2022년 1월 24일부터 ABC방송극 가족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되었던 ‘약속한 나라(Promised Land)’를 연상하게 한다. “고개 떨구어 시계바늘을 쳤지만, 시간은 굴러가기만 하지 결코 멈추진 않아... 내게 약속된 땅은 어디에 있는가? 이곳 사막 길섶은 불같이 뜨겁지만 나에겐 차갑기만 해. 결단코 착륙할 수 없는 비행기의 선회처럼(Circlin’ like a plane that never lands)”라는 노래마냥 우리는 지금 방황하고 있다. 우리는 방황하는 동안 혼 줄을 놓았다는 증거가 동트는 달구벌이라고 아침신시(朝市 : 迎朝之市祭)를 열었던 이곳이 고담대구로 의지 사막화(will desertification)를 향해 걷고 있다.

한편, 우리들의 선인들은 엄동설한에서도 송백(松柏)처럼 푸름을 잃지 않는 채소 배추에다가 민족적 기상을 느껴 ‘배추 숭’자를 만들었다.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남색, 푸르게 염색을 드리는 풀(藍染靑草也) 혹은 푸른색, 동쪽을 의미하는 색(靑東方色也)이라고 적었을 뿐, 한민족의 “매서운 추위가 닥쳐야 비로소 푸른 송백의 지조를 알 것이다.”라는 의미를 숨겼다. 어떤 추위에서도 푸름을 조금도 잃지 않고, 몇 껍질 감싸고 있는 하얀 속살은 뭘까? 겉으로 보기에 고담대구이지만 배추처럼 겉껍질을 몇 겹이고 벗기고 하얀 배추속살을 살펴보면 어떨까?

◇꿈을 안고 미래로 흘려가는 비슬산 너덜겅

신라어 제2인칭 ‘너(汝)’혹은 ‘니(爾)’는 ‘애태우는 심정을 몰라주는 목석연한 연인(木石然爾)’을 돌(石)에 비유해 ‘너(乭)’로 표현했다. 신라향가 ‘도솔가(兜率歌)’에서 “솟아나게 한 꽃아, 너는(巴寶白乎隱花良汝隱)”이라고 기록했다. 돌을 너(乭)로 표현한 말로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너덜(崖錐, stony slope)’ 혹은 ‘너설(岩矗, rocky spot)’, 그리고 ‘널(棺, coffin)’혹은 ‘너와(乭瓦, stone tile)’라는 파생어가 생겨났다. ‘너덜’은 덜렁거리며 흐는 돌 강이며, ‘너설’은 앙탈이 설긴 삐죽삐죽한 돌산’이라고 비유했다. 점토판석 혹은 청석판을 이영이나 기와를 대용해 돌기와(너와)집을 강원도(느에 혹은 능에), 함경도 등 산골마을에서는 너와집을 지었다. 조선시대에 와서 청석너와 대신 나무너와(수지가 많아 잘 썩지 않는 수피와 목재)를 사용했다.

또한 신라어 ‘겅(溪 혹은 渠)’이란 오늘날 강원도, 충청도 혹은 경상도에서 ‘거들랑’, ‘~들랑’혹은 ‘거랑(혹은 거렁)’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상주, 대구, 경주 및 울산 등지에선 ‘거랑(시냇물, 巨浪)’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유가면 쌍계리 치마(馳馬)거랑마을, 경남 울산 매곡천의 돌거랑(石川), 언양의 감내거랑 등이 있다. 큰 개울을 ‘큰 거랑’ 혹은 ‘냉거랑’이라고 하고, 작은 개울을 ‘보또랑’이라고 했다. ‘강(江)’의 어근,‘걸(gul, 傑)’ 혹은 ‘거랑’의 ‘걸(gul, 傑)’과 어원이 같다. 오늘날 ‘갈매기(海鷗, sea-gull 혹은 sea-mew)’란 물이란 의미가 있다. 몽고어(蒙古語) ‘고올(河, kol)’ 혹은 만주어 ‘골오(河身, kolo)’, 돌궐어 ‘골(kol, 湖 혹은 澤)’은 같은 어원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확장하면 바이칼호수에서 ‘칼(kal)’이란 고어(古語)를 풀어보면 갈(gal) → 갈이(gali) → 가이(gai)→ 개(gae)로 변천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선사시대 장례에서 시신보호를 위한 돌쌓기(積石)를 ‘널(棺, coffin)’이라고 했다. 재료에 따라서 나무 널(木棺), 돌널(石棺), 독 널(陶棺) 혹은 항아리 널(甕棺), 기와 널(瓦棺), 진흙 널(粘土棺), 석회갈무리 널(灰藏棺), 쇠 널(金屬棺), 건칠 널(乾漆棺) 등으로 분류하며, 만드는 모양에 따라 상자모양 널(箱子棺), 배 모양 널(舟形棺), 집 모양 널(家形棺), 사람모양 널(人形棺), 동물모양 널(動物形棺) 등으로 제작했다. 오늘날은 대부분 상자형모양이고 석관과 금속관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널(null)이란 불교(梵語, 산스크리트어)에서 색즉시공처럼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無見是空)는 뜻을 담고 있었다.

너덜겅(stone river)이란 지질학용어로는 애추(崖錐, talus, がいすい)라고 하는 돌이 흘러 내린 강(비탈)을 뜻한다. 비슬산 대견사 옆에서 반경이 1~2m 정도의 바위덩어리가 2km 정도 흘러 내린 너덜겅을 지난 2003년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했다. 좀 어려운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너덜겅의 지형은 지금부터 1만 년 내지 10만 년 전 오늘날 알래스카와 비슷한 기후환경인 주빙하적 기후환경(周氷河的氣候環境, peri-glacial climatic environment)에서 초기엔 거력(巨礫, boulder)과 세립(細粒, fine grain)이 뒤섞인 큰 유동성괴(流動性塊)로 동활침식(凍滑侵食, solifluction)과 동상포행(凍床匍行, frozen-bed crawling)의 모양으로 비탈진 산경사면(15도 정도)을 따라 서서히 흘러내려 움직였다. 주빙하적 기후환경이 끝남과 거의 같은 때에 흘러 내림(流動性)은 사라지고 너덜겅 모습(巖塊流形)으로 자리 잡았다. 세립은 침식과 운반으로 유실되었으나 큰 돌(거력)들만 남았다. 이런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큰 바위엔 돌 버섯과 이끼류가 표면에 나타나는 화석화 지형(fossilized floor)이 만들어졌다.

◇팔공산·비슬산의 융기

지질학적 위상에 대해서 언급하면, 팔공산이 968m 정도 융기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비슬산 대견사의 옆 해발 1,000m(1,000m/SL) 인근에서 시작해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던 암괴류가 750m/SL지점에서 합쳐져 450m/SL까지 흘려 내려오고 있다. 규모로는 길이가 2,000m, 폭 80m, 두께 5m 정도로 총면적은 989,792㎡ 정도다. 돌덩어리(巖塊)는 지름이 1~2m나 되는 거력이 있으며, 평균지름은 1.9m, 물론 단경의 평균지름은 1m 정도였다. 보다 정확하게 살펴보고자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고위평탄면(high-level plane)에 암괴류가 나타난 건 비슬산이 1,000m/SL나 융기(uplift)했다는 지질학적 융기단서(geological uplift clue)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비슬산(琵瑟山)만 아니라, 대구 나아가 한반도가 융기했다.

한편, 비슬산의 너덜겅이 세계 최대의 빙하기 암괴류 유적이라고 하여 가슴 두근거림을 억제할 수 없었다. 세계 최대 돌 강(largest stone river in the world)으로 구글 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쳤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주의 영토에 있는 남부우랄의 타가나이산맥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거대한 바위와 혼란스럽게 뒤범벅을 이루면서 길이 6km, 평균너비 200m(최대 700m)의 ‘빅스톤 리버’가 있었다. 다음으로 불가리아 비토샤 산 말락레젠 봉우리 1,800m/SL에서 시작되는 보토샤 돌강(Vitosha Stone River)은 길이 2.2km, 폭 150m로 큰 바위(수십에서 수백톤의 거력)에 붙어사는 지의류(이끼류)가 발산하는 황금빛으로 ‘황금 징검돌다리’ 혹은 물소리도 물고기도 없는 ‘고요한 강’이라고 한다. 불가리어론 즐랫나이트 모스토브(Zlatnite Mostove)다. 이들 돌강은 비슬산 너덜겅(block stream)의 규모(길이, 폭, 면적, 거력 등)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글·그림=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