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종중의 농지소유등기 허용할 때 됐다
[목요칼럼] 종중의 농지소유등기 허용할 때 됐다
  • 승인 2022.11.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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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바야흐로 농촌에서 수확의 계절인 음력 10월에 접어들면 우리 민족의 혈연공동체인 많은 종중(문중)에서는 제사와 차례를 지내지 않는 조상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재사(齋舍)나 묘소 또는 단소(壇所)에서 오늘의 자신들을 있게 한 것에 대한 감사의 제사를 지낸다. 향사(鄕祠)·묘사(墓祀)·세일사(歲一祀)등으로 불리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우리는 자신들의 뿌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문화이다.
필자도 어찌하다보니 나이가 들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종중의 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종중의 일에 참여하다보면 가장 크게 논의되는 것 중의 하나가 종중운영에 필요한 재산의 관리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산소나 재사를 관리하거나 제사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선조들이 어렵게 마련해 둔 위토답의 소유권문제가 논의의 초점이다. 이는 비단 필자가 속해 있는 종중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으로 많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모든 종중의 문제이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 의하여 모든 부동산은 실권리자명의로 등기해야만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은 무효로 하고 있지만, 종중의 부동산은 예외적으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경우가 아니면 명의신탁이 허용되고 있고, 종중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이 농지인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왜냐하면 농지는 헌법 제121조에서 규정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농지법 제2조 제2항과 제3항 및 제6조 제1항에 규정에 의해 종중이 소유는 할 수 있으나 소유권등기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농지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인 농업인 또는 농업법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데 종중은 비법인 사단으로 위 두 가지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6조 2항에 예외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우가 제시되어 있지만 종중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국의 많은 문중에서는 소유하고 있는 위토답을 농지취득 자격이 있는 종원(宗員) 개인명의나 연명으로 등기하는 등 명의신탁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즉 등기상 소유주인 종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인적인 금융부채로 인해 경매에 넘어가 버리거나, 불량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팔아버려도 막을 길이 없고, 사망한 경우 상속받은 자식들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소송을 해야 하는 등 종중으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중이 종원을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해당 농지에 대해 종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어 또 다시 다른 종원에게 명의신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종중소유 농지에 대해 명의를 빌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이 농지의 가치가 자신의 자산에 포함되어 노령연금 수급에 제한을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종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농촌 형편상 명의를 빌려주고 있는 종원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인하여 잦은 소유권 변경이 발생할 여지가 많고 이로 인한 각종 세금 또한 위토답의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종중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런 사정은 농촌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종중에서는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농업 경영을 하지 않더라도 종중명의로 농지 소유를 허용하도록 하는 농지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었으나,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발로 인해 무산되었다. 당시 농림식품부에서도 농지를 농업경영 주체가 아닌 종중이 소유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종중·종친회 등 단체의 경우 책임 있는 농업경영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종중에 농지소유를 허용하게 될 경우 동일성격의 비농업인에게 전면적으로 농지 소유를 허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법 개정에 반대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농지를 위토답으로 소유하고 있는 종중으로서는 이의 관리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농지를 처분하여 농지가 아닌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현금으로 보관하는 방법, 종원들로 구성된 영농조합 법인의 설립, 등기명의자로부터 약정서 또는 각서를 받는 방법, 종원 연명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가등기 하는 방법, 다수 종원의 명의로 합유등기를 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으나 어느 하나 종중명의로 소유권을 등기하는 것보다 안정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나날이 농촌의 인구는 감소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난 1996년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도시거주자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2003년부터는 '주말농장'제도가 도입되면서 비농업인도 일정 범위 내에서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과거 농민이 국민의 절대 다수이던 시절 소작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벗어나 엄격한 절차에 따라 종중의 운영과 관련된 농지의 경우 종중의 명의로 소유권을 등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혈연공동체인 종원간에 일어날 수 있는 소유권 분쟁을 예방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풍양속이며 전통문화인 조상을 추모하는 행사가 잘 보존되고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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