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9988234
[달구벌아침] 9988234
  • 승인 2022.11.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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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한때 건배 구호로 9988234를 외치던 때가 있었다. 비밀번호 같은 이 번호가 무엇이냐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구십구(99)세 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삼(23)일 아프다가 사(4)일 되는 날 죽자'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구호를 외치면서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자 다짐했을 것이고, 즐겁게 노년 생활을 하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냥 멀게만 느껴지고 막연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던 99세라는 나이가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99세까지 살자'라고 말하면 '빨리 죽으란 말이냐'며 화낼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후에 이 구호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면서 새로운 버전도 나왔다. 어떤 사람은 '구십구(99)세까지 팔팔(88)하게 이삼(23)십대처럼 사(4)알자'라고 외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구십구(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삼(23)일 아프다가 다시 사(4)알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말 100세 인생이 온 것이다.

하루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노년'을 위한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 인생을 달리기 경주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생은 달리기 경주와 같아서 몇 등으로 출발했느냐보다 몇 등으로 골인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고 난 뒤 우리 삶도 인생의 초반, 중반도 중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시기는 마지막 노년의 시기라는 것을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위의 9988234 구호를 힘차게 외쳐보았다. 그런데 그때 한 어르신께서 "강사님요 99세까지 살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까지 사는 사람이 여기 안에 있겠습니까? 강사님 그건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내 나이 팔십인데 주위에 죽은 사람 '수두룩 빽빽'입니다. 칠십 넘고 팔십 넘으면 내일을 장담 못 합니다. 그러니 그런 구호는 그냥 구호일 뿐인 겁니다." 그 말씀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내일도 모르는데 아직 저기 멀리 있는 십 년 뒤, 이 십 년 뒤를 이야기하니 왜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 않겠는가.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하지만 99세까지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상은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99세라는 의미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99세라는 말은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 날은 언제일까? 신이 아닌 이상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마지막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고, 또한 그 마지막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위 강의 장면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보자.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아보자고 했을 때 99세까지 어떻게 사냐면서 따지듯 묻는 어르신께 내가 해드린 말은 "99라는 숫자를 단순히 숫자 99가 아니라 나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이 언제냐?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오늘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오늘이 나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오늘을 사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오늘을 열심히, 신명 나게, 팔팔하게 살자는 말이 바로 9988234의 진짜 뜻입니다."라는 말이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마지막 날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는 시간이 중요하다. 지금이 나의 마지막 날일지 우리는 죽기 전까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면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처럼 의미 있게 될 것이고, 다시 다음날이 되어 아침에 눈을 뜨면 새날을 선물 받은 것처럼 기쁜 날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냥 아주 소박한 일상의 일이 대다수일 것이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내가 좋아했던 음악을 듣는 것, 내가 평상시 좋아했던 초콜릿 한 알을 입안에서 녹이는 것 등의 아주 사소한 일일 것이다. 너무 사소해서 종종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소박한 것들. 이제 사소함을 다시 소중함으로 되돌릴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괜찮은 시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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