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Step by Step
[대구갤러리] Step by Step
  • 승인 2022.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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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 작

김순 작가
김순 작가

빛이 들어온다. 문을 열기만 했을 뿐인데 빛은 허락도 없이 들어온다. 벽에도 바닥에도. 벽은 공간을 만든다. 공간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바로 빛이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질감이 드러나게 하며 형태를 인지할 수 있게 한다. 빛으로 인해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의 사각 벽면과 바닥은 빛의 반사로 인해 다양한 허상의 새로운 공간이 된다.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넘나들게 만든다. 문을 닫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사라진다. '빛이 만들어 낸 공간', 거부할 수도 숨길 수도 없이 드러난 공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실존의 모습을 고민해 본다. 나의 작업은 인격체의 은유적 표현방법으로 '공간'을 소재로 삼았다. 영어'space'의 사전적 의미 중 '우주'라는 의미를 선택한 것이다. 공간 속으로 쏟아지는 빛은 꿈, 희망, 생명, 진리, 정의 등 모든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속 계단은 출구이며 길이다. 그 계단은 빛을 향해있다. 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수단인 계단, 매일 계단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현대인, 특히 도시인들에게 있어 생활 그 자체다. 역사 속 계단 중 욕망의 상징인 바벨탑과 고대 신전의 계단들, 그 신전의 계단은 단순히 이동의 기능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위대한 존재를 위한 의식의 장소에 오르는 하나의 공연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 질문해 본다. 어떤 의미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가? 욕망의 계단일까, 염원의 계단일까. 나의 계단은 step by step의 의미다. 빛을 향하여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두르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말고. 작품 속에서 점점 공간을 이루는 벽은 사라지고 계단의 형태는 커져 간다. 사실 공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계단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여러 개의 계단을 한 번에 뛰어 올라가지 말라고 외치고 싶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멀리하고 싶다. 내려가지 말고 빛을 향해 올라가자고 말하고 싶다. 빛은 모든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김순 작가는 대구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서울 갤러리블라썸 'Step by Step' 등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구문화예술회관 '2022 함께하는Q&A'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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