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김강산 웹툰 작가...직업이란 틀 벗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 키워야
[나는 청년입니다] 김강산 웹툰 작가...직업이란 틀 벗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 키워야
  • 배수경
  • 승인 2022.11.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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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창작에 매몰되지 않고
수제 초콜릿 패키지 디자인
다양한 분야 회화 적용 노력
출판·만화·영화·게임·방송…
콘텐츠 산업 분야 영역 ‘다양’
융복합적 사고 훈련 큰 도움
대학 진학 대신 우도 생활 5년
“남들과 다른 길 가려는 이들에
용기 주고 귀감 되고 싶어”
청년-김강산작가-초콜렛
플리마켓에서 자신의 작품을 녹여넣은 초콜릿 제품을 선보이는 김강산 작가. 작은 사진은 일상을 담은 김강산 작가의 작품.

◇콘텐츠 관련 일자리에 대한 보편적 단상

그동안 정부는 콘텐츠 분야가 1인 창조기업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젊은 창조기업들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 콘텐츠 제작, 마케팅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여 청년 스스로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0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는 ‘콘텐츠산업의 일자리 창출 및 안전망 강화 방안’을 의결한 바 있는데, 이때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선도할 인재 양성과 일자리 안전망 구축 방안을 제시해 인력수급 불일치, 고용불안 등 상황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2022년까지 70만 명 고용, 매출 100억 원 이상 콘텐츠 기업 수 2000개, 수출 134.2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목표했다. 현재 시점에서 사업성과와 지속적 정책 수립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2022년 한 해 동안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담해서 콘텐츠 분야 청년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만 214억 원 규모였다는 사실 만으로도 관련 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OTT, 메타버스, NFT 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전문가, 비전문가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제언한다. ‘하드웨어보다는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의 경쟁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콘텐츠가 가지는 가치의 중요성을 보편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였으며 대중의 눈높이까지 끌어올렸다. 이러는 동안 콘텐츠 산업분야는 청년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직업’이라는 정형화된 틀 안에서 콘텐츠 산업분야의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우리나라 교육시스템 안에서 아쉬운 점을 한 가지 꼽으라면 ‘다양한 산업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 훈련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아직까지 우리 교육에서는 직업 영역을 일차원적으로 바라보게 하여 자신의 재능을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현 가능한지에 대한 학습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로부터 정형화되고 명명된 ‘직업’이라는 툴 안에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게 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진로 탐색을 더 어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본질적인 문제들은 경계를 넘어설 것을 요구하는데, 경계를 넘어 관계로 이어질 때 새로운 발견이 등장한다”라고 말 한 바 있다. 한 가지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 ‘경계 넘기와 관계 맺기’를 강조한 것인데, 이것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조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경북 영천에서 만난 김강산 작가는 ‘산과 보롬’이라는 빈투바(Bean to Bar) 수제 초콜릿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본캐는 웹툰 작가이고 부캐는 초콜릿 전문점 대표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워낙 좋아했었기 때문에 창작 활동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 확신했지만, 대학 입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붕어빵 같은 입시 미술과 정형화된 그림 평가는 김 작가에게 절망적인 숨 막힘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고 했다. 먹선이 만들어 내는 수려함과 화려함에 푹 빠져 고등학교 3년 내내 한국화를 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성이 아닌 입시 위주의 그림을 그려내야만 하는 압박 속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디자인해 보겠다는 신념이 커졌고, 대학 대신 제주섬 우도행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일’, ‘여행’, ‘일상’을 5년간 함께 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우도에서의 5년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준 기폭제였다고 말한다.

“대학에 갔다면 저는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도 헤매고 있었을 것 같아요. 우도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저의 20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줬어요.”
 

청년-김강산작가-초콜렛
자신의 작품(산과보롬 툰)을 소개하는 김강산 작가.

◇삶의 좌표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원하는 삶의 좌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삶의 방향에 대해서는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가 더욱 타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체제 순응적 모범생’되어야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깊숙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결과물은 아닐까?

이미 현시대는 과거의 성공 잣대로는 살아갈 수 없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고,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하는 삶이 개인의 행복을 100% 달성하게 해 준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삶의 좌표가 모두에게 똑같이 한 방향을 가르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교육의 영향으로 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수가 바라보는 한 방향만을 바라보다 젊은 날의 시간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김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향이 적어도 자신의 삶에서는 틀리지 않은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을 가서 취업을 해야만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계속해서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자신의 삶이었지만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김 작가는 평범하지 않은 방향 설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그 이후에 이어지게 될 오해가 두려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자유롭게 펼치고자 했던 작은 소망에서도 멀어지게 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대학 대신 사회에서 친구를 사귀고, 여행 과정에서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며 20대를 보내온 김 작가는 팔로워 1천 명의 순수 팬층을 확보한 어엿한 작가가 되었다.

“삶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께 용기와 귀감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저의 소명 같아요.”

◇취미가 직업으로

콘텐츠 산업만 놓고 보더라도 출판산업, 만화산업, 음악산업, 게임산업, 영화산업, 애니메이션산업, 광고산업, 방송산업, 캐릭터산업, 지식정보산업, 콘텐츠솔루션산업, 공연산업 등으로 분류되는 산업 영역이 다양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단일한 직업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김강산 작가는 자신의 작품 활동이 위에서 열거한 콘텐츠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양한 산업분야에서도 ‘쓰임’ 그 자체로 가치로울 수 있기를 희망했고, 자신의 작품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쉽도록 본캐와 부캐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경제적 활동 자체를 ‘직업’이라고 보고 거기에 자신의 취미이자 특기를 덧붙이는 작업을 이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초콜릿이라는 제품에 입혔고, 우도에서 보낸 5년이라는 시간과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간들을 웹툰으로 기록하며 그 자체가 또 다른 가치를 지닌 콘텐츠로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를 돈벌이라고 봐서는 안 돼요. 취미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되는 순간부터 그 의미는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제가 그리고 있는 ‘산과보롬 툰’ 이 책으로, 영상으로, 캐릭터 상품 굿즈 등으로 다양하게 재탄생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성장 경험의 나눔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

20년 전이었던 2002년, 네이버는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기회의 문이 활짝 열어놓았었다. 당시 네이버에는 ‘아마추어 만화’, ‘만화 작가 지망 코너’ 등의 게시판 서비스가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청년들은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자신의 꿈에 도전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콘텐츠 산업분야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청년들의 의견이다. 왜냐하면 도전에 비해 성공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방법 자체를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배들의 성장 경험의 나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역량 있는 청년들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강산 작가의 사례는 콘텐츠 분야에 재능을 가진 청년들로 하여금 여러 분야의 융복합적 사고를 가능케 함과 동시에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이 메시지는 청년들의 경제활동과 지속 가능한 작품 활동을 연결시키는 합리적 발전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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