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네가 이해해라
[달구벌아침] 네가 이해해라
  • 승인 2022.11.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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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줄어들지 않는다.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상처받는 사람은 계속 나온다. 좀처럼 잘 변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금은 그 이유가 보이는 듯하다. 바로 주위 사람들이 잘못을 한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피해를 당한 사람보고 '참아라, 이해해라'라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잘못을 한 사람이 변할리 만무하다.

어느 마을에 한 총각이 살았다. 그의 삶은 늘 무료했다. 함께 놀던 친구들은 모두 직장을 구해, 타지로 나가고 결혼 한 친구들도 많아서 자신과 놀아줄 친구가 없었다. 심심하고 지루하고 짜증 나는 시골 마을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타지로 나가자니 가지고 있는 돈도, 기술도 없다. 그렇다고 시골에 남아있자니 답답하고 힘들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 들길을 걷고 있다가 앞에 작은 돌멩이 하나 보여서 답답한 마음에 공중으로 그냥 멀리 던져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슝~'하고 날아가는 돌멩이 하나가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 작은 돌멩이가 뭣이라고 정말로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때부터 그 총각은 콩알만 한,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큰 돌멩이를 주머니에 한가득 넣고 다니면서 심심해서 한번, 그냥 한번. 짜증이 난다고 한번, 이렇게 하늘을 향해 돌을 던져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들판, 개울가에서 던지기 시작했던 돌멩이는 이제는 집 마당에서 던지기 시작했다. 혹여나 사람이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돌을 하늘 높이 던짐으로써 느끼는 희열의 기분을 멈추지 못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옆집 순이 엄마 머리에 돌멩이가 떨어졌다. 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총각이 느낀 건 사람들 없는 곳에 던질 때 보다 더 스릴 있고, 재미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돌을 맞고 놀라는 순이 엄마의 표정도 웃겼고, 던진 사람을 찾으려고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도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들키지 않음의 짜릿함이 총각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이제 돌멩이의 날아가는 방향은 허공이 아니라 순이 엄마로 바뀌었다. 그날부터 순이 엄마는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길을 걸을 때도 하늘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작은 돌멩이를 맞지 않으려 하늘을 살피며 걷기 시작했다. 심지어 하늘만 보며 걷다가 벽에 부딪히기도, 도랑에 빠질뻔하기도 했었다.

이대로는 안 되었다. 범인을 찾아야만 했다. 찾아서 혼을 내어서 행동을 멈추게 하고, 도대체 왜 그런 장난을 치는지 묻고 따져야 했다. 돌멩이가 날아온 시간, 날아왔을 법한 장소, 그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을 특정 지어 보니 한 사람으로 좁혀졌다. 바로 옆집 총각이었다. 곧바로 총각에게 찾아가서 따져 물었다. 하지만 총각은 시치미를 떼었다. '내가 언제 그랬냐'며 되려 화를 냈다.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에 마을 사람들에게도 하소연을 해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했다. 조금 걱정해 주는 사람은 그냥, 참아라, 그 총각이 심심해서 그냥 그러는 것이니 '네가 이해해라'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이후로도 총각의 행동은 멈추지를 않았고 순이 엄마의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때리는 사람이 있고 맞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사람들이 때리는 사람을 별로 나무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린 사람은 계속 때리고 있는데 맞은 사람보고 '네가 이해해라'라고만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상처 주는 사람은 여전히 그 행위를 계속하고 있고, 상처받은 사람은 그를 이해해야 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혹여나 속이 상해서 때린 사람에게 따지고 화를 내기라도 한다면, 이제 사람들은 그 사람을 신경질적인 사람, 공격적인 사람이라 평가하기 시작한다. 특히 주위 사람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식의 도움 되지 않는 중재를 한다. 그렇게 되면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해결 방법일까?

먼저 맞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얼마나 다쳤는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맞은 사람을 위로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때린 사람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때리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확인이 되었다면 이제는 때린 사람보고 '왜 자꾸 때리느냐? 앞으로는 절대 때리지 마라!"라고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 그 후 때린 사람은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냥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간다거나, 장난이었는데 뭘 그렇게 과민 반응하냐는 식의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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