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독립운동가 206명 애국혼 서린 곳
영호남 독립운동가 206명 애국혼 서린 곳
  • 박용규
  • 승인 2022.11.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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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의 날’ 맞아 찾아본 대구형무소
서대문형무소 순국 서훈자보다 많아
흔적은 사라지고 사적 안내 기념물만
국민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 안타까움
중구-삼덕교회 ‘추모의 벽’ 제작 협의
대구형무소3
옛 대구형무소 터인 대구 중구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뒤편에 있는 ‘대구형무소 사적 안내’ 기념물.
박용규기자
17일은 ‘제83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국가보훈처는 제83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미주 한인사회를 규합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집한 함삼여 선생 등 76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한다.

이번에 포상되는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애족장 15명, 건국포장 13명, 대통령표창 48명으로 포상자 중 생존 애국지사는 없고, 여성은 11명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39년 11월 21일, 한국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지청천, 차이석 등 6인의 제안에 따라 망국일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했다.

‘제83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돼 순국하거나 옥고를 치른 대구형무소를 돌아봤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해 훗날 유공자로 서훈받은 독립운동가 수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순국 서훈자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호남의 아픈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지만 서대문형무소와 달리 흔적도 없고, 국민들의 기억에서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대구형무소를 선열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기억공간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북 영천 출신 강봉학(1889?∼1914) 지사는 정환직 의병장이 이끄는 산남의진에 참여해 의병으로서 항일 운동을 전개했다. 일본군과 접전, 총기 노획 등 공로를 세우다 1909년 붙잡혀 1914년 대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경북 안동 출신 저항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는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에 연루돼 체포, 대구형무소에서 2년 7개월간의 옥고를 치렀다. 이어 1930년에도 대구격문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돼 6개월간 구금되기도 했다.

대구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에 따르면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해 훗날 유공자로 서훈받은 독립운동가 수는 202명으로 서대문형무소 순국 서훈자 175명보다 27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을 받지 못한 선열까지 합하면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 애국지사는 206명에 이른다.

서대문형무소가 역사관으로 재탄생돼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쓰이는 것과 달리, 대구형무소는 원형이 보존되지 못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지조차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구 중구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뒤편에 ‘대구형무소 사적 안내’로 일제강점기와 1950년대 당시의 대구형무소 사진, 저항시인 이육사의 시 ‘광야’와 함께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으며, 비석에 새겨진 이름은 31명밖에 되지 않아 206명을 모두 담지는 못했다.

이에 대구 중구청은 통한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후세들을 위한 교육 및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기 위해 연말까지 옛 대구형무소 순국 애국지사 206인 ‘추모의 벽’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뒤편 ‘대구형무소 사적 안내’ 벽면에 애국지사 206명의 명단을 새긴 트릭 아트를 제작해 설치하는 사업이다.

중구청은 사업비 2천만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삼덕교회 측과 ‘추모의 벽’을 설치하기 위한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구 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대구형무소에 대한 역사적 내용을 담아낼 공간을 만들기 위해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국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업회 관계자는 “희생자분들의 이름을 새겨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대구형무소 복원의 개념은 될 수 없다”라며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하면서 한 층 정도는 대구형무소 홍보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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