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물성의 흔적에서 발견하는 인간내면의 모습
[대구갤러리] 물성의 흔적에서 발견하는 인간내면의 모습
  • 승인 2022.11.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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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작

다시-이선희 작가
이선희 작가

이른 아침에 강둑을 따라 작업실로 향하는 길은 태양과 강 그리고 자연에서 에너지를 받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신전 같다. 강은 하루도 같은 모습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늘 생각들이 날아다니는 내 머릿속 조우에 실마리를 주곤 한다. 강변을 따라 오늘도 여행을 나섰다.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마치 독백 같다.

아크릴물감의 물성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 작업은 수성이 주는 맑고 투명한 질감에 주목하게 하고 덮어지는 편리함보다 흔적에 집착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깊이를 찾아 헤매다 만나는 것은 결국 인간 내면의 모습이다. 자연은 태양의 빛이 있어 투명하며 깊이를 가지듯 고통은 인간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닿을 즈음, 나의 독백은 시작된다. 칠하고 뿌리고 그리는 반복된 작업은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절대자를 만나고 나의 시간과 마주하게 하여 천천히 이야기하게 한다. 때로는 기도로 혹은 회한으로 시작된 붓질은 어느새 온전히 나를 잊게 하고 문득 나는 캔버스 안으로 들어가 있다.

작업실 문을 열고 스위치를 올렸다. 어제 하다가 만 캔버스들이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고 햇살이 창으로 한줄기 들어와 고요한 작업실을 깨운다. 나는 오늘도 여행 중이다.

※이선희 작가는 경북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022 갤러리코튼필드전 등 4회의 개인전과 갤러리 스페이스 129에서의 2022 대구예술제 기획전시 ‘Answer’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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