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디지털 시대, 대구경북에서 멍 때리자
[박한우의 미래칼럼] 디지털 시대, 대구경북에서 멍 때리자
  • 승인 2022.11.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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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스마트폰으로 쇼핑 상품을 스캔만 하면 관련 정보들이 쏟아진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제목과 연주자가 궁금하거나 주변 식물의 이름을 알고 싶으면, 검색창에 입력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이 최근에 텍스트 기반에서 음성과 이미지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영상인식 기술의 새로운 발전은 포털과 플랫폼 회사에게 또 다른 시장 창출의 기회를,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편리함을 주고 있다.

사실 우리 뇌가 주의를 기울여 처리 가능한 정보는 입력 분량의 약 0.0004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기기의 도움 없이 시시각각으로 쏟아지는 스마트폰 속의 문자 내용, SNS 게시 글과 사진과 동영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이런 부주의함과 불완전함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가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을 빨리하기 위한 계산기 즉, 유용한 도구로 처음 발명되었다. 컴퓨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장애 없이 온라인에 접속한 누구와도 통신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는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는 실감 미디어가 되었다. 나아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말했듯이, 컴퓨터는 인공지능과 만나면서 다른 누구보다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시시각각 반응해 주는 사회적 행위자로 재탄생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 사람들이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고 정보의 홍수를 차단하도록 도와주는 디지털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데이터 저장과 움직임 추적 기술의 비용도 저렴해지고 나날이 혁신 중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우리는 비즈니스 출장에서 레저 활동과 여행지에서 하나라도 놓치는 정보가 아까워서 열심히 기록하던 시대에 살았다. 그렇지만 이제 망각하는 것이 기억하는 작업보다 더 어려워진 세상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알 권리(right to know) 못지않게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도 중요하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온라인 공간에 영원히 돌아다니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디지털 족적이 지적 자산 등 재산권 행사와 연관된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정보의 효율적 관리가 아니라 데이터 미니멀리즘이지 않을까.

멍 때리기는 탈데이터화, 탈정보화, 탈디지털화 등에 유용한 방법이다. 스마트폰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산만해지거나 정신적 활동을 멈출 필요가 있다. 한강공원에서 개최된 멍 때리기 대회는 누가 스스로 편한 상태로 멈춰있을 수 있는지 겨뤄보는 놀이터이다. 우리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해탈한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지 못할지라도, 번아웃 되기 전에 세상의 번잡한 활동으로부터 잠시나마 잘 벗어나자는 것이다. 번아웃은 영어 ‘burn out’에서 나온 용어로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 무기력증을 느끼며 정상적 활동을 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멍 때리기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온라인보다 대면 회의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602명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이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포장지 등의 물건을 나눠주고 활용 방법에 대해 5분간 아이디어를 내게 했다. 두 팀 사이의 아이디어 개수는 20퍼센트 차이가 나타났다. 참여자들이 대면 회의보다 화상회의에서 상대방에만 집중하고 여러 공간적 정보들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이 창의성을 오히려 억제한다는 것이다.

멍 때리기와 창의성 효과를 확실하게 증명한 학술적 논문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멍 때리기를 명상으로 일반적으로 간주한다. 명상 즉, 마음챙김과 창의성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조사한 기존 연구들이 비교적 많다. 예를 들면, 2020년에 국제학술지 ‘Thinking Skills and Creativity’에 발표된 논문 ‘Mindfulness and creativity: Implications for thinking and learning’의 주요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챙김도 연습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마음챙김 연습은 창의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skill)이나 마음의 습관을 향상시킨다. 마음챙김과 창의성의 관계는 복잡하지만 일반적으로 긍정적 상관성이 존재한다. 나아가 의도적인 마음의 방황과 챙김은 창의성을 오히려 지원할 수 있다. 학습 환경에 의도적으로 마음챙김을 포함시켜야 한다. 마음챙김이 학생들의 학습, 창의성 및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을 멍 때리기의 핵심지역으로 육성하자. 이러한 주장이 생뚱맞고 낯설다고 느끼는가? 대구는 학생 저자 10만 명 양성 사업을 통해 초등학생도 책 쓰기를 동참하게 했다. 어릴 때부터 멍 때리기 연습을 시작하면 명상과 마음챙김을 통해 참신하고 창의적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다. 경북은 멍 때리기 생활화가 가능한 동네와 소도시뿐만 아니라 해변과 휴양림 등이 많다. 대구경북이 협력하면 도심에서 멍 때리기를 시작하고, 가까운 교외로 벗어나서도 대구에서 하던 멍 때리기를 경북에서 연결해 지속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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