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마지막을 처음처럼
[달구벌아침] 마지막을 처음처럼
  • 승인 2022.11.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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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사고는 마지막에 잘 발생한다. 익숙하지 않은 처음보다, 충분히 익숙해진 그 어느 마지막 말미 즈음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어떤 일이든지 처음에는 낯섦 때문에 긴장도 하고, 조심도 하는 편인데, 어느 정도 그 일이 익숙해졌다 싶으면 조심성은 떨어지게 되고 방심하게 된다. 바로 그럴 때 사고가 나는 법이다. 뒤로 갈수록 당연히 처음보다 힘도 부족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차오른다. 그렇게 마지막 '하나만 더'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사고는 고개를 치켜세운다. 마지막을 처음처럼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평생을 살면서 어디 하나 골절되어 본 적 없던 본인은, 2년 전 처음으로 손가락이 골절되었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닭 뼈 부러지듯 사선으로 부러져 버린 것이다. 원인은 드릴에 장갑이 말린 탓이다. 2년 전 아들이 군대를 전역하고 청년 농부의 길을 정하고 포도 농사를 시작했는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아들과 본인이 직접 하우스를 짓게 되었다. 돈도 돈이었지만 직접 해봄으로써 경험이 쌓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아픈 상처를 남겼다. 장갑이 드릴에 말리면서 강한 압력으로 손가락이 뒤틀려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손가락 하나가 부러진 것이다. 늘 사용하던 그 작은 드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후로 드릴 작업을 할 때 장갑이 끼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긍정적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몇 달을 고생해야 했다. 한마디로 비싼 수업료를 낸 것이다.

처음에는 드릴로 둥근 작은 파이프에 나사를 박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다칠 위험도 있어서 조심조심하면서 나사를 박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작업은 속도가 붙었다. 처음보다 작업속도는 두 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일하는 재미도 붙었고, 전문가가 된 양 멋진 내 모습에 도취 되어 있을 때쯤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나사 박는 작업을 한 뒤, 점심을 먹으러 갈 때가 왔다. 함께 일하던 일행들이 하나둘 작업을 멈추고 있을 때, 나는 여전히 드릴을 손에 쥐고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고 있었다.

일하던 모든 사람이 밖에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차에 타고 있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사다리에 올라가 있는 나의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사다리를 옮겨서 다시 제대로 자리 잡고 박아야 하는데, 그냥 하나쯤이야 가볍게 생각했다. 불편한 자세로 작업을 하게 되었고, 생각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삐끗하면서 드릴이 장갑의 손가락 부위로 감겼고 손가락이 마치 강한 힘으로 빨래를 쥐어짜듯 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작은 기계를 우습게 본 것에 대한 대가는 아주 컸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손가락의 뼈가 부서져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가락은 대각선으로 찢어지듯 골절이 되었고, 깁스를 하고 몇 달을 고생해야만 했다. 그때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말은 건축업을 하시던 분이 나에게 했던 '마지막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을 처음 하듯이 해라'라는 말이었다. 왜 진작 알지 못하고 다치고 난 뒤에 생각하게 된 것일까. 참 어리석다.

'마지막을 처음처럼'이라는 이 말은 작업현장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아직 잘 모르기에 긴장도 하고, 예의도 잘 지킨다. 하지만 어느 정도 친해져서 이제는 편해졌다 싶을 때 항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관계의 긴장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의도 덜 차리게 되고,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쉽게 내뱉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만큼 익숙해지고, 편해졌다는 증거다. 이런 순간에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깨진 그릇 같아서 아무리 튼튼하게 붙였다고 하더라도 깨진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그 흔적이 살면서 순간순간 삶 속에 파고든다.

지난여름 터키, 그리스 한 달여 간의 자유여행에서도 일행 중 한 분이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다치는 일도 바로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렇듯 마지막은 늘 사건, 사고가 숨어있다. 똬리를 틀고 있는 뱀처럼, 사슴을 노리고 있는 사자처럼 사고는 항상 빈틈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처음이든, 마지막이든 조심성과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고(事故)라는 놈에게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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