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리산학교 요리수업...감성 담은 제철요리 레시피
[신간] 지리산학교 요리수업...감성 담은 제철요리 레시피
  • 배수경
  • 승인 2022.11.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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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지리산학교’ 요리반 강사
입맛 돋우는 68개 레시피 공유
시골에서의 일상도 ‘고스란히’
지리산학교요리수업_표지
양영하 지음/ 나비클럽/ 368쪽/ 2만7천원

각종 과일이나 채소가 나는 계절을 딱 꼬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철’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보다 전화 한통화로 쉽게 한 끼를 해결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때에 맞춰 나오는 재료들로 만든 소박하지만 건강한 요리법을 담은 책이 나왔다. 양영하 씨의 ‘지리산학교 요리수업’이다.

하동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산학교’에는 글쓰기반, 기타반, 민화반, 사진반, 퀼트반 등 다양한 생활·문화 수업이 있다. 양영하 씨는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선생님이다. 10여년 넘게 이어진 이 수업은 수강신청을 서둘러야 하는 인기수업 중 하나다. ‘지리산학교 요리수업’에는 자연의 재료들에서 영감을 얻는 저자의 요리 레시피뿐 아니라 오랜 시간 자연 속에서 가꿔온 저자의 감성으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가족이야기, 요리를 중심으로 지리산 자락에 모인 사람들과의 따뜻한 이야기 등이 함께 담겨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이는 물론이고 ‘요즘 누가 요리를 해’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책장을 한장 넘기는 순간 예사롭지 않은 저자의 내공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자에게 지리산은 요리수업의 교과서이자 식재료의 근원이다. 발효산채요리반 수업에서는 기다림의 미덕을 알려주는 각종 발효요리,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릴 수 있는 산채요리와 천연조미료, 제철에 나는 산야초를 이용한 장아찌 등을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고 가끔은 함께 산으로 들로 재료를 구하러 다닌다.

직접 지리산학교의 수업은 들을 수는 없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발효산채요리반 수업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음식의 기본이 될 수 있는 맛있는 천연조미료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사계절에 나오는 재료들로 만든 68개의 제철요리 레시피가 이어진다. 매화가 피니 김장아찌, 인생의 쓴맛을 달래주는 머위된장장아찌, 야무지게 맛있는 쪽파김치, 꽃필 때까지 기다려 부추꽃부각, 저절로 행복해지는 간식 감자부각, 겨울마중 생강청 등 제목부터 흥미로운 요리들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눈개승마, 자소엽 등 도시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재료를 이용한 요리도 있고, 바질페스토를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 저자가 만들었다는 마늘쫑페스토도 있다. 버려지는 한라봉껍질을 활용한 정과 등 상상력을 발휘한 요리도 눈길을 끈다. 저자가 직접 연출해서 찍은 한라봉껍질 정과 사진 옆에는 시 읽는 농부이자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의 저자인 남편 공상균 씨가 쓴 시 한 편이 살포시 곁들여져 있다. 이 시는 매실퓌레, 매실청, 매실김치 등 남편이 생산하는 매실을 활용하기 위한 요리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아내에게 건네는 남편의 응원이기도 하다.

농사짓는 남편을 만나 전기도 없는 산 속에서 살던 저자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하동으로 이사해 여분의 방 두칸으로 민박을 시작했다. 찾아오는 이들이 고마워 밥상을 차렸는데 밥 먹으러 민박 오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숨어 있는 맛집이라며 관광버스를 대절해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학교에 요리반이 생길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저자를 떠올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첫 요리수업을 시작하면서 저자가 건넨 수줍은 인사말은 “우리 재미있게 한번 놀아요”였다. 자연을 텃밭삼아 수강생들과 함께 자유롭게 다니며 재료를 구하고 요리하는 재미도 책 속에 담겨있다.

요리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단순히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농부의 아내로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요리에 관심 없는 이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지리산 풍경과 어우러진 식재료와 요리 사진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에서는 계절에 따른 제철 재료에 뜻밖의 재료 한두 가지를 더했을 뿐인데도 전혀 새로운 간식과 반찬이 되는 응용요리와 몸에 좋은 발효요리가 풍성하고 소담하게 담겨있다.

독자들에게도 처음에는 레시피를 따라해보지만 얼마든지 창의력을 더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이야기를 건네는 듯 하다. 또한 몸과 마음이 지치도록 열심히 살아온 이들에게 자연의 지혜를 담은 건강하고 소박한 음식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든든한 응원처럼 전해진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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