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새삼 종교를 생각한다
[대구논단] 새삼 종교를 생각한다
  • 승인 2022.11.30 21: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고교 시절, 질병으로 휴학 중 동네 아주머니의 권유로 통일교회에 나간 적이 있다. 기도를 받으면 병이 낫는다고 했다. 교회에서는 성경 위주의 설교를 하지 않고 창조원리, 타락원리 등 궤도에 그림을 그려놓고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지성인이 모이는 교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두어 달쯤 다니다가 그만 뒀지만 기성교회들로 부터 이단이라고 지목받던 통일교회가 이제는 세계적인 종교조직으로 성장하였다.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는 국가에서는 종교재단 등록에 하자가 없으면 그 종교의 내용이 어떻든 간섭하지 않는다.

종교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복 받기를 바라면서 한정된 삶을 사는 인생은 믿음의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토테미즘을 시작으로 좀 더 조직적인 체계로 발전한 것이 종교조직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체제는 고정적이 아니고 발전·생성한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종교는 특수한 영역이라고 말하지만 역시 사람이 신을 앞세우면서 종교조직을 체계적·전문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교를 통하여 복을 희구하면서 정신적 안정을 얻는다.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는 사람을 미혹하는 기술이 있고 그런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인간이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체계화된 신앙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원래 종교는 정치의 수단으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권력자가 종교의 이념을 정치화하여 그 목적하는 가치를 역이용하고 종교조직의 권한이 방대해 지면서 정치를 뛰어넘는 권력 수단으로 변형되어 갔다. 현대종교는 순수한 종교 가치를 가지면서도 그 속에는 종교지도자의 개인적 이념과 욕구가 중첩되어 조직의 확대를 위해 경제적·금전적 추구를 예사로 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오랫동안 쌓여 온 일탈된 종교적 바벨탑을 깨뜨리는 데서 출발한다. 종교지도자들 가운데는 보통사람과 다른 독특한 인간형이 있다. 종교를 앞세워 경제적 이를 취하는 거짓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종교이념에 정치를 이식하여 자신의 위치를 강화해 나가는 정치형 지도자도 있다. 최근 가톨릭 한 신부가 지나치게 현실 정치에 편향되어 종교의식이 아닌 굿판을 벌인 사실을 보면서 종교를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무당이나 토테미즘 미신자들이 자기가 믿는 신을 향해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는 모습을 가톨릭 신부가 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달 12일 그는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이미지를 SNS에 올렸다. 신부가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에서 추락하기를 바라는 저주의 기도를 하다니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세계적 종교 토픽감이다. 하나님이 그의 기도를 들어 줄 리 만무하지만 그는 정치에 함몰되어 신부로서의 위치를 완전 망각하는 양태를 보였다. 그가 한 짓을 보면서 가끔 영화에서 신부 옷을 입은 성직자가 악령의 종이 되는 장면을 떠 올리면서 마귀의 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가 속한 대전 교구장은 홈페이지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면서 “박 신부가 언급한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 많은 분들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에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신부는 정직 처분을 받아 면직되지 않고 신부직은 유지된다고 한다. 그런 사이비 신부를 파면하지 않는 것에 의아심을 가진다. 모르긴 하지만 세간에서 잊혀지면 악령의 신부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톨릭이나 기독교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라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 그는 또 이태원 참사에 “경찰분들, 윤석열과 국짐당이 여러분의 동료를 죽인 것이다. 여러분들에게는 무기고가 있음을…‥” 이라는 글도 올렸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가. 경찰에게 무기를 들고 나오라는 말이 아닌가. 성직자인 신부로서 가히 할 말이 아니다. 대전교구는 “박 신부의 언행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남과 동시에 교회의 공적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교회로서는 그런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시민단체로 부터 내란 선동죄로 고발 당한 상태다. 항간에는 손가락질 받는 스님도 목사도 있지만 박 신부같이 노골적으로 남을 죽이기 위해 저주를 퍼붓는 성직자는 없다. 교회의 사명과 종교지도자의 역할이 세속화 되어서는 안된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믿는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