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로 본 민심
[윤덕우 칼럼]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로 본 민심
  • 승인 2022.12.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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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택한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이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476표(50.9%)를 얻은 과이불개가 압도적이었다. 2위는 137표(14.7%)를 얻은 '욕개미창(慾蓋彌彰)'이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3위는 129표(13.8%)의 '누란지위(累卵之危·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 4위 124표(13.3%)의 문과수비(文過遂非·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 , 5위는 69표(7.4%)의 군맹무상(群盲撫象·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다) 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는 교수신문에서 그 이유를 두가지로 들었다. 하나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당이나 야당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잘못(過)을 고쳐서(改) 좋은(善) 쪽으로 옮겨간(遷) 사례가 여럿 있었다"고 했다. 성군(聖君)으로 알려진 세종 역시 잘못한 일이 많았다고 한다. "세종이 잘못해서 후회한다고 말한 기록만도 『세종실록』에 10여 차례 이상 나온다"고 밝혔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60대·공학)"과 같은 답변이 많았다. 특히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나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아울러,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50대·인문)"이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잘못하고 뉘위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라고 개탄한 교수도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념진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내지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60대·사회)"이라는 답변이 눈길을 끈다.

관련기사 댓글이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댓글에서도 독자들의 이념대립이 확연했다. 조선일보 댓글이다. 닉네임 동방삭은 과이불개 4행 시조를 남겼다. '과거에 지가한말 현재의 자신공격 // 이같이 후안무치 대통령이 있었을까 // 불쌍한 병걸린개 파양까지 하고서는 // 개달력 만들어서는 돈을벌려 하네요' 이 댓글은 12일 오후3시 현재 찬성 809명, 반대 8명 이다. 양민은 이재명과 민주당 그리고 문재인에게 해당되는 사자성어라는 댓글을 남겼다. 찬성은 672명, 반대 9명이다. 무영탑(無影塔)은 이갬이(의겸)에게 한말이고, 쌍욕쟁이 몸통에게 한말이고, 左들 뺏지 떨거지들에게 한말이군! 이 댓글에는 찬성 546명, 반대6명이다. Anti Commu****는 말도 안되는 사자성어 쓰지 말고 그냥 우리말로 해라. 얼굴 두껍다 창피해 할줄 모른다. 공산주의자들은 원래 그렇다해도 품위와 지적 우위를 가져야 하는 보수도 창피해 할 줄 모른다 '저놈들이 더 잘못했으니 나의 작은 잘못은 괜찮다고 한다. 후손에게 더 좋은 나라를 물려줘야 겠다는 생각은 없다. 나만 잘살다 가면 된다고 하는 나쁜 정치만 있다. 찬성 154명, 반대는 없다. 닉네임 곰돌이는 "국회의원들도 문제지만 고치지 않는 인간들에게 표를 못줘서 안달이 난 개돼지들이 더 문제다."는 댓글을 달았다. 찬성 131명이다. 조선일보에는 관련기사 댓글은 모두 113개였다. 중앙일보는 23개, 동아일보는 5개의 댓글이 달렸다. 관련 댓글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이재명·김의겸·조국·대장동 비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도 각각 39개와 17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들 신문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은 그 해법으로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 마음을 비우는 자세(60대·사회)"를 제시했다. "남탓보다는 제탓하기(60대·의약학)"다. 더욱이,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사회(50대·인문)",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집단지성의 성찰에 의해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50대·예체능)"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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