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산불이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산불이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
  • 채영택
  • 승인 2022.12.15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 기후 생태계 변화와 산림 화재
척박한 땅에서 잘 크는 소나무
휘발성 물질 ‘테르펜류’ 함유
산불 나면 잎이 작은 굴뚝 역할
바닥에 쌓인 잎은 잔불의 원인
산불, 진압보다 예방 더 중요
간벌로 나무 간격 유지하고
단계적 수종 갱신 추진해야
척박한 토양은 인공개량 필요
사진2
소나무림 아래에 낙엽이 쌓여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잔불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다.

겨울로 진입한 우리나라가 언론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부분은 아마 산불일 것 같다. 최근 산림청에서는 가을철 산불조심기간(2022.11.1.-12.15)을 정해서 경보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직은 파란색 관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보의 표시는 관심 단계인 파란색과 노란색의 주의 단계 주황색의 경계 단계 그리고 마지막 빨간색의 심각 단계로 나뉜다.

지난 2019년도 봄에 일어난 강원도 고성 산불, 2022년 봄에 발생한 울진 삼척 산불과 동년 5월에 발생한 밀양 산불은 주로 봄철에 일어난 대형 산불이었다. 특히 울진 삼척 산불은 동해안 쪽으로 바람을 타고 넘어가 대형 산불로 발달한 경우다.

거의 매년 우리나라는 대형 산불의 발생으로 인해 산림 생태계가 황폐화 되고 복원에만 수 십 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도 강수량이 적고 공중 습도가 낮아 낙엽과 풀들이 가장 메마른 3-5월 사이다. 대형 산불이 일어나는 지역은 주로 강원도를 비롯한 백두대간 일대 산지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울진 삼척지역에서 일어났던 산불은 아직 명확한 원인은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나서 원인을 밝히려고 애쓰고 있으나 추측성 결과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최초 산불 발화 이후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서에서 동으로, 강원도 고산 지대를 통과하는 바람이 저온 다습한 상태에서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 푄 현상이 대형 산불로 진화(進化)한다는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산불 발생의 원인은 과실(過失)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물론 자연 발화의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극히 드문 일이지만 낙뢰에 의한 경우다. 2006년 강원도 홍천에서 일어난 산불이 산림청 산불통계연보에 등록된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낙뢰에 의한 산불은 극히 제한된 요소로 보이며 우리나라의 산불화재 원인 중 이러한 자연 발화로 일어난 사례와 연구는 그리 많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실험적 연구로는 물이 든 버려진 페트병에 의한 돋보기 렌즈 효과나 계곡의 얼음 결정으로 인한 돋보기 렌즈 효과로 표토에 쌓인 낙엽과 계곡 사이에 모인 낙엽에 발화가 되어서 산불로 번지는 경우 등이 자연 발화의 원인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이나 낙뢰가 유난히 많이 떨어지는 호주(2019년 대형 산불은 낙뢰에 의해 발생)나 아메리카 대륙의 넓은 초원지대 등 해외 사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어 산림 지형이나 기후대가 다른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산불이 일어나면 그 피해는 언제나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동반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산불이 일어났을 경우 진화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기능적 방재 측면은 많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산불을 사전에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논의는 없는것 같다. 물론 산림청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산불의 예방과 관련한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산불의 예방과 화재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산림의 생태적 특성과 다양한 수종의 분포 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산림지에 가장 먼저 식재한 수종이 양수(陽樹)인 소나무류였다. 양수는 햇빛이 있어야만 잘 자라는 특성상 민둥산에 이 수종을 선택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토양이 황폐하다는 의미는 토양에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인 유기물이 거의 없는 척박한 땅으로 이곳에 그나마 견디며 살 수 있는 수종이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등이었다.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마이코리자(mycorrhiza)라는 미생물은 이러한 척박한 토양에서 각종 무기 영양분이나 토양 공기중에 있는 질소를 가용성 질소(암모니아)로 만들어 뿌리에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미생물로 그 역할을 대신한다. 물론 활엽수인 아까시나무나 싸리나무도 심었는데 이들 역시 콩과식물이면서 토양의 공중 질소를 고정하는 박테리아가 있어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산불이 나면 신속한 진화와 인재 물적 피해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산불을 미리 예방하거나 산불이 나더라도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대책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현실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 국토녹화 사업으로 우리나라 산림은 온통 소나무림으로 뒤덮히게 되었다. 그 뒤 수십년이 지나 현재의 산림 식생분포 현황을 보면 자연천이(autogenic succession, 自然遷移)에 의한 수종의 갱신이 크게 일어나 전체 산림 수종 중 침엽수인 소나무의 비중이 22% 정도로 줄고 대신 활엽수인 참나무류의 비중이 25%로 역전된 상태다. 나머지는 기타 다양한 교·관목류로 이루어져 있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생의 변화는 잎이 넓고 수관부가 크게 퍼지면서 자라는 활엽수림대로 바뀔 것이다.

다만 아직도 경북 북부와 강원도 일대의 고산 지대에는 소나무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관(권춘근 씨)의 말에 의하면 산불이 날 경우 소나무의 짧고 여러 가닥으로 쪼개져 있는 잎이 작은 굴뚝 역할을 하고 떨어져 두껍게 쌓여 있는 잎은 잔불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는 산림의 수종 갱신과 산림보호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나무류의 수종은 향후 60-70년 후면 우리나라에서 강원도 몇몇 고산 지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멸종의 길을 걸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피해 규모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미리 산림을 적절히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첫째, 적당한 간벌을 통해 나무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이다. 적당한 간격은 산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출뿐만 아니라 수관을 열어주어 빗물의 유입을 원활하게 해서 낙엽의 분해를 촉진시킨다. 지금의 낙엽층은 나무의 간격이 너무 밀생한 나머지 빗물의 유입이 어려워 미생물이 잘 살지 못하는 메마른 표토층으로 인해 유기물 생산이 매우 더디게 일어난다. 따라서 분해되지 않는 잎이 매년 쌓이게 됨으로 산불이 나면 이곳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서 지표화로 타다가 진화(鎭火)를 하더라도 잔불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 낙엽층의 두께를 적절히 조절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단계적인 수종 갱신이 필요할 것이다. 소나무에서 발견되는 지방산 화합물인 정유, 특히 휘발성 물질인 테르펜류(terpenes)는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증가시킨다. 나무 상부에서 상부로 번지며 타는 불을 도깨비불이라고 하는데 휘발성 물질은 이러한 형태의 산불인 수관화(樹冠火)를 더욱 부채질하는 연료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소나무의 테르펜류는 다른 수종의 화재 위험도보다 2배 이상 더 높아진다고 한다. 결국 소나무림이 울창한 강원도나 백두대간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되면 발화부터 산불이 대형화 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나무로는 내화력이 큰 나무 즉 불에 잘 타지 않고 타더라도 고온에 잘 견디는 나무인데 침엽수로는 은행나무나 잎갈나무, 가문비나무, 개비자나무 등이 있고, 활엽수로는 아왜나무, 가시나무, 동백나무, 피나무, 고로쇠나무, 참나무류, 가중나무 등이 있다. 침엽수의 발화 온도가 약 280°C이고 활엽수의 발화 온도가 310°C 인 점을 보더라도 침엽수 특히 소나무류로 이루어진 산림이 훨씬 더 화재에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셋째, 척박한 토양의 인공적 개량이 필요할 것이다. 두꺼운 낙엽층과 적은 미생물 그리고 메마른 표토의 특성은 유기물이 적은 산성화된 토양이다. 이러한 척박한 토양을 중화하는 석회 등을 시비해서 매년 인공적으로 개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수종갱신 과정에서 활엽수의 생장이 더 잘 이루어 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더욱 중요한 점은 불이난 이후의 사후 조치다.

홍석환(부산대 조경과 교수)교수에 의하면 산불이 난 곳의 나무는 베어내지 말고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대로 둘 경우 화재로 타고난 재로 인해 유기물이 공급된 땅에는 자라난 관목류나 초본류에 의해 식생이 더 빨리 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가올 장마나 폭우로 인한 급격한 산사태의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생태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어찌보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소나무림의 천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천이 결과 내화성 수종이자 활엽수의 대표격인 참나무류의 득세는 우리가 원하던 풍요로운 산림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물적 성장을 토대로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기후 변화와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적극적 산림 관리와 차세대 수종으로 번영하는 산림·생태강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임종택<생태환경작가·다숲연구소 대표>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