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아웃]해피 매직 아워, 해피 뉴 이어
[백정우의 줌인아웃]해피 매직 아워, 해피 뉴 이어
  • 백정우
  • 승인 2022.12.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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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백정우의줌인아웃-더우쵸우텐호텔
영화 '더 우쵸우텐 호텔' 스틸컷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몇 편의 영화를 찾는다. 김주혁 봉태규 주연의 ‘광식이 동생 광태’와 양조위의 ‘유망의생’. 그리고 미타니 코키 감독의 ‘더 우쵸우텐 호텔’이다.

‘더 우쵸우텐 호텔’의 배경은 새해 카운트다운을 몇 시간 앞둔 고급 호텔. 투숙객에게 근사하고 의미 있는 새해를 선사하기 위한 호텔 측과 예측불허의 손님들 사이에서 품격 넘치는 부지배인 신도와 보조 야베의 유쾌한 좌충우돌이 터지기 직전이다. 한 해 마지막 날 밤인 오늘의 중요한 투숙객은 다음과 같다.

올해의 인물 수상자인 교수 부부와 부패스캔들로 피신한 상원의원과 자살충동에 사로잡힌 국민가수와 신출귀몰한 콜걸과 오늘을 마지막으로 퇴사하는 가수지망생 벨 보이. 부지배인 신도의 역할은 호텔에 모여든 인간군상을 조율하고 사고를 수습하며 카운트다운을 무사히 끝내는 것. 그러나 상황은 신도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컨대 올해의 인물 수상자는 콜걸과의 밀회가 들통날까봐 안절부절 하고, 상원의원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국민가수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축하공연 팀은 단원 이탈로 패닉에 빠졌다. 심지어 갑자기 등장한 전 부인 앞에서 허세를 부리며 더 복잡한 상황으로 끌고 가는 부지배인 신도까지. 아무리 캐릭터영화라 해도 이 난장판을 어찌 수습할지 걱정될 정도다. 그렇다고 그저 그런 유치한 신파를 떠올려선 곤란하다.

미타니 코키가 누군가. TV시리즈의 대가였지만 연극무대에서 더욱 빛났고, 영화감독이면서 극작가로서의 재능도 압도적인 미타니 코키라면 천의무봉의 솜씨로 캐릭터를 드라마에 흡수시키며 관객을 쥐락펴락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타니 코키는 그의 모든 영화를 통해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얘기하는 감독이다. 미타니 코키는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이고, 허구의 세계를 전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만드는데 일가견 있는 장인이라는 얘기다.

과연, 사건 사고는 수습되고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신년 카운트다운도 무사히 끝냈으며 파안대소로 새해를 축복하는 모습은,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가 꿈꾸던 순간이었을 터. 섣달그믐날 밤에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가 또 있을라고.

영화의 백미는 부패정치인 무토다를 향한 옛 연인 하나의 충고이다. “조롱을 감수해요. 미래를 다시 생각하고 개선시켜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게 둬요. 그리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요. 난 이제부터 그렇게 할 거예요.” 돌이켜 보면 나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늘 주위를 살피면서 현실과 타협해온 시간의 연속이었다. 새해부터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겠다는 객실담당 하나의 결심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올해 마지막 칼럼이다. 코로나 여파가 여전하여 힘들고 지친 이들이 유독 눈에 띄는 시절이다. 돌이켜보면 삶이 막막하지 않은 때가 있었으랴. 한 해 마지막 밤 영화 속 호텔을 드나든 손님들처럼 우리들 각자의 2022년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오갔을 터. 나의 올해도, 독자 여러분의 한 해도 해피엔딩이길 빈다.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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