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기다림
  • 여인호
  • 승인 2022.12.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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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다림이라고 한다. 유튜브나 컴퓨터에서 검색할 때,화면 가운데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아이콘이 떠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짜증을 내며 삭제 기능을 클릭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내가 간절히 기다리는 것이라면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가령 연인과 함께 방문한 최고의 맛집이라면? 꼭 보고 싶었던 전시회나 공연, 영화라면? 아니면 최근에 있었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라면 어땠을까?

2022년 11월 28일(월) 22:00, FIFA 카타르 월드컵 대회 대한민국 대 가나, 12월 3일(토) 00:00.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 12월 6일(화) 새벽 4시, 대한민국 대 브라질 경기가 예고된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맘으로 자정과 새벽 경기를 기다렸을지 누구라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어떤 이는 일터에서 서둘러 하던 일 정리하고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경기 시간 즈음하여 타이머를 맞추어놓고 초저녁잠을 청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거리 응원을 선택하여 방한복과 핫팩, 응원 봉을 챙겨 추운 날씨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생일을, 크리스마스를, 합격 통지서를, 제대할 날을, 사랑하는 사람을, 결혼식을, 열 달 동안 품은 아기와 조우할 날을,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이루어지기를,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전쟁이 끝나기를….

2007년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리스트’가 상영된 후 국내에 알려진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중세 시대 교수형을 집행할 때 양동이를 찬다는 ‘Kick the Bucket’ 이란 영어 관용어에서 유래한 ‘버킷리스트’를 ‘소망 목록’이라는 순화어로 제시했으며, ‘후회 없는 인생 설계’라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필자도 새해가 시작되면. 버릇처럼 이루어야 할 ‘소망 목록’을 작성하여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실행하려고 애써왔다. 그리고 마음 술렁이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연초에 세웠던 리스트를 점검해 보곤 한다. 해마다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목록, 시작도 하지 못한 목록이 있어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는 것은 소망 목록에 기록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는 지속적으로 해 왔다는 것이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경기 불황에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어 더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게다가 유난히 눈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따뜻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의 기다림을 이루어주는 행위자로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에 관심을 가져봄이 어떨까? 종교를 초월해서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마태복음 25:40)’란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강순화 <아동문학가·글로벌교육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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