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복생어미’(福生於微) 생각하며 ‘다행일기’ 쓰기
[데스크칼럼] ‘복생어미’(福生於微) 생각하며 ‘다행일기’ 쓰기
  • 승인 2023.01.0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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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연말연시는 사람이 편의상 나눠놓은 것일 뿐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별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요며칠 전해지는 새해 덕담과 전국 곳곳의 일출 사진에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비록 작심삼일에 그치더라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결심을 해야할 것 같다.

매년 연말이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지난 연말에 발표된 사자성어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의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2001년부터 시작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그간 부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주를 이루었다. 한해가 시작될 때의 희망찬 마음과는 달리 되돌아 본 한 해는 아마도 아쉬움과 회한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리라.

새해는 '허물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고치라'는 '개과불린(改過不吝)'으로 시작된다. 지자체나 단체 등에서도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서 발표하는 곳이 많이 눈에 띈다. 연말에 발표하는 사자성어와는 달리 의욕적이고 희망찬 것이 특징이다.

대구는 '대구가 다시 힘차게 우뚝 솟아오른다'는 의미의 '대구굴기'(大邱
崛起)를 내세웠다. 민선8기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이후 보여준 거침없는 행보를 보면 올해는 반드시 대구가 힘차게 우뚝 솟아오를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중소기업계는 '정성이 쇠와 금을 뚫는다'는 '금석위개'(金石爲開)를 택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누구랄 것 없이 힘든 시기를 지나오고 있지만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지 다 해낼 수 있음을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때라는 의미다.

대전 중구는 '의지를 갖고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선정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기도 한다. 그동안 모든 면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내온 만큼 이제는 좋은 시절이 올 거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꼭 사자성어일 필요는 없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저마다의 화두를 하나쯤 정해보면 어떨까. 필자의 선택은 '복생어미'(福生於微)다. '복은 작은 것에서 생긴다'는 뜻이다.

행복은 거창한 것에 있지 않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싹튼다. 올해 88세의 정신과 의사 이근후 교수는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2019)에서 이야기를 한다.

50년 넘게 15만명을 진료한 의사라는 겉으로 보이는 이력만 보면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지만 저자의 삶은 평탄한 길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4.19주동자로 감옥살이도 하고 전과자가 되어 유학도 취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고령의 나이 탓도 있겠지만 온갖 병을 다 달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상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 누리면서 유쾌하게 나이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노교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책 제목 앞에 붙어있던 '어차피 살거라면'이라는 말이 더 깊이 와 닿는다. 이왕 사는거 좀더 즐겁게 살면 좋지 않겠는가.

사실 인생에는 특별하게 즐거운 날이나 슬픈 날 보다는 별 일 없이 흘러가는 날이 훨씬 많다. 올해는 마음만 먹으면 얻을 수 있고 찾기도 쉬운 작은 즐거움을 찾아 복주머니를 차곡차곡 채워가고 싶다.

작은 행복들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이쯤에서 한동안 잊고 있던 '다행일기'를 떠올린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뇌과학자들이 실험을 했을때 우울한 사람들은 우뇌의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있고 행복감을 느낄때는 좌뇌의 전전두엽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긍정적 언행을 단 몇 주만 매일 실행해도 좌뇌의 전전두엽의 피질이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낮아지며 행복감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 이론은 감정코칭 전문가인 최성애박사의 책 '행복수업'(2010)에 나온다. 다행일기는 최박사가 미시간 공대에서 뇌과학을 가르칠 때 학생들의 긍정적 사고습관을 위해 시도했던 방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나는 ~라서 다행이다", "나는 ~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나는 비록 ~지만 ~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렇게 하루에 3가지를 꾸준하게 찾아쓰다 보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다행으로 느껴지고 고맙게 느껴지게 된다.

삶을 돌아보면 만족스럽지 않은 것들도 너무 많지만 찾아보면 또 감사할 일, 다행한 일이 참 많이 있다.

10여년 전에 썼던 다행일기를 찾아봤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다", "읽을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들이 학습지를 열심히 풀어서 다행이다" 얼마나 사소한 것들인가. 다행이란 감정은 이런 소소한 것들에서 시작된다.

새해 결심을 못 세웠으면 어떤가. 기껏 세운 새해 결심을 채 사흘도 못 채우고 허물어뜨렸으면 어떤가. 우리에게는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한 번의 기회(설날)가 더 남아있지 않은가.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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