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호우시절…영화 속 ‘비 내리는 풍경’을 따라서
[신간] 호우시절…영화 속 ‘비 내리는 풍경’을 따라서
  • 석지윤
  • 승인 2023.0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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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이고 차갑고 처연하고…
다양한 분위기 연출 가능한 ‘비’
감독별·장면별·정서별 작품 탐색
호우시절_표1
백정우 지음/피서 산장/288쪽/1만6천 원

22년간 무수한 영화 속에서 유영하던 영화평론인가 저자가 네 번째 영화이야기인 책에서 조명한 건 ‘비’다. 그는 비를 좋아한다. 아니 엄밀히 말해 흐린 날을 좋아한다.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영화관을 자주 찾는다. 비가 주는 남다른 정서에 매력을 느껴서다.

영화에 내리는 비는 비정하고 차가운 느낌으로 극적 리얼리티를 디자인하기 쉽다. 정제된 텍스트도 필요 없다. 비가 내리는 것만으로 냉기 가득한 비정과 처연함과 서글픈 정조가 배어 나온다. 하지만 그가 비 오는 풍경에 매혹당한 건 놀랍도록 정반대의 분위기로도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냉철하던 비는 때론 한없이 낭만적이고 따뜻한 정조를 피워낸다.

‘라쇼몽’에서 처마를 때리듯 억수같이 퍼붓는 의심의 비부터 안온하고 평화로운 정조가 가득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봄비,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한껏 품은 ‘우묵배미의 사랑’의 처연한 비와 운명적 사랑을 여닫는 열쇠로 매개되는 ‘클래식’의 설렘을 실은 비까지. 이 책이 담고 있는 비의 풍경은 다채롭다. 비를 보면 설렌다는 저자처럼 영화 속 비의 세계로 조금씩 빠져들어 보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비가 주는 긴 여운과 매력에 촉촉하게 젖어들 것이다.

책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캐릭터 간의 갈등, 사건, 편집, 촬영 기법, 카메라 앵글의 종류, 미장센 등 다양한 코드로 ‘비’라는 매체를 읽어낸다. 책은 크게 3개의 주제로 엮었다. 1부는 비 내리는 장면으로 최고의 미장센을 만든 5명의 감독을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왕가위, 봉준호, 샘 멘데스, 임상수가 그 주인공이다. 2부에서는 비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인 한국, 일본, 대만, 서구영화를 리뷰와 함께 풀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쓰리 타임즈’를 거쳐 ‘비포 더 레인’까지 빗물 영롱한 영화들을 촘촘하게 만날 수 있다. 3부는 비가 만들어낸 독특한 정서를 다룬다. 비가 내리지 않았거나, 불길함을 예고하거나, 따뜻함을 안겨주거나. 이 주제에 맞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첩혈가두’, ‘사도’, ‘이웃집 토토로’ 등의 작품에서 내리는 멋진 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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