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위치' 웃음·감동 적재적소 배치로 ‘힐링 보장’
영화 '스위치' 웃음·감동 적재적소 배치로 ‘힐링 보장’
  • 김민주
  • 승인 2023.01.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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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뀐 톱스타와 매니저
출세했지만 외로웠던 ‘나’는
매니저·남편·아빠로 살면서
잊고 지낸 일상 속 행복 찾아
가족애·코미디 초점 맞춘 전개
권상우·오정세 열연 ‘하드캐리’
새해 맞아 가족과 관람하기 딱
영화 ‘스위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혹시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의 내가 했던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이 맞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에 대한 궁금증도 마음 한편에 갖고 살아간다. 영화 ‘스위치’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본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을 현실로 풀어냈다.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살아보고자 결심한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영화다.

천만 배우이자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는 슈퍼스타 박강(권상우)의 삶은 화려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스캔들이 끊이질 않고 박강의 거침없는 행동은 자연스레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을 향한 갑질로 이어진다. 촬영 현장에서 대사를 손바닥에 적고 대충 읊으며 연기하면서도 눈치 한번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이 그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 상황을 수습하는 건 박강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조윤(오정세)의 몫이다. 오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과거 함께 배우를 꿈꿨지만 최종 오디션에서 박강이 합격하며 지금은 톱스타와 매니저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다. 초심을 잃어버린 그를 옆에서 돌보는 조윤의 애달픈 고충과 달리 박강은 승승장구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으나 박강은 축하와 기쁨을 나눌 가족이나 연인도 없이 외롭다. 그는 유일한 친구인 매니저 조윤과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자주 가던 껍데기 집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인다. 오랜만에 추억이 가득한 대학로를 찾으니 과거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첫사랑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조윤으로부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첫사랑 수현(이민정)의 입국 소식을 들은 박강은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집에 가기 위해 택시에 오른다.

조용한 택시 안, 첫사랑 수현이 절로 생각난다. ‘그때 나를 출세하게 해준 작품 대신 수현을 잡았더라면...’ 생각에 잠긴 그에게 택시 기사는 ‘행복하시죠?’라고 묻지만 그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상상에 빠진 채 스르륵 잠이 든 박강은 다음 날 아침,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정신을 차려보니 잠들기 전 했던 상상이 현실이 됐다. 수현은 아내가 되어 있고 처음 보는 두 아이는 자신을 아빠라고 부른다. 더 황당한 것은 자신은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명 배우이고 친구 조윤은 톱스타라는 사실이다. 즉 박강과 조윤의 삶이 말 그대로 ‘스위치’된 것이다.

잠에서 깨보니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 이러한 바디 체인지와 타임슬립물 설정은 이미 꽤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영화 ‘스위치’는 적재적소에 웃음 코드를 배치하고 감동을 적절히 섞어 놓으며 뻔함을 ‘Fun’함으로 바꿔 놓았다. 과장된 웃음이 아닌 이야기 속에 적절히 녹아든 유쾌함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영화는 최근 유행하는 회귀물이나 환생물은 아니다. 안하무인에 불친절한 주인공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개과천선하는 서사에 더 가깝다. 주인공의 나이나 시간대는 그대로이고, 주인공의 과거 선택만 변했다는 설정이다. 그 선택으로 박강을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바뀐다.

과거 친구였던 톱스타와 매니저, 펜트하우스와 도심 외곽의 전셋집 주택, 결혼과 비혼, 슈퍼카와 경차 등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대립되는 설정을 활용했다. 바뀌지 않은 건 박강 자신 하나다.

박강은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바뀐 삶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재연배우로, 조윤의 매니저로, 쌍둥이의 아빠이자 수현의 남편으로. 그동안 안 보이고 못 봤던 일상의 소소함이 행복으로 다가오고 새로운 안정과 따뜻함을 찾는다.

박강과 조윤의 관계에서는 웃음과 우정을, 박강과 수현을 포함한 가족 이야기에서는 가족애와 감동이 조화를 이룬다.

빌런이나 갈등이 없다는 것도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다른 스위치 물에서는 대부분 빌런이 등장해 주인공을 괴롭히고 그 갈등의 과정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스위치’는 이런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가족애와 코미디에 초점을 맞춰 따뜻함으로 꽉 채워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빗나가지 않는 전개다 보니 다소 단순한 이야기로 느껴질 영화를 이끄는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실제 톱스타인 권상우가 박강을 연기해 극 초반 관객들의 빠른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권상우는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너무도 유명한 밈이 되어버린 ‘소라게’ 짤을 직접 패러디 하며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 재연배우로 살아가는 박강이 열과 성을 다해 재연 연기를 펼치는 장면에서도 오버스럽지 않은 코믹 연기의 내공을 발휘하면서 캐릭터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을 줬다.

어떤 역할이건 완벽하게 소화하는 오정세의 활약은 코미디적 요소를 더욱 안정감 있게 만든다. 고달픈 매니저와 치명적인 톱스타 조윤을 각기 다른 얼굴로 연기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약 1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민정은 현실 밀착형 연기로 극에 활력을 더한다. 박강과 수현 부부의 사랑스러운 쌍둥이 로이·로아 역의 박소이, 김준 두 아역 배우들의 귀여운 열연은 러닝 타임 내내 미소를 짓게 한다.

한바탕 웃고 나면 진한 감동 속으로 빠져든다. 안하무인이던 박강이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연초, 허황된 것보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주는 공감과 위로의 중요성에 대해 새길 수 있다.

맵고 짠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누구나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 음악 같은 대중성을 확보한 영화 ‘스위치’에서는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딱 적합한 새해 영화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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