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선거구제 개편 과연 가능할까?
[목요칼럼] 선거구제 개편 과연 가능할까?
  • 승인 2023.01.11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정치권력을 형성하는 절차의 하나인 선거제도에 있어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나 집단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표면적으로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결국 자신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없이 많은 선거에 있어 제도 개편을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고 논의하여 왔지만 결국에는 시대적 상황과 힘 있는 강자의 이해에 따라 결정되어 온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새해 벽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언급하였고,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국회의장이 이에 동조하면서 이 문제가 계묘년 새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즉 윤 대통령이 연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어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과 동시에 평소 중대선거구제가 지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던 김진표 국회의장이 2월까지 각 정당에 선거법 개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하면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9일 출범하였는데,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자문기구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에서 선출할 국회의원의 정수는 1인으로 하고, 국회의원지역구는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21조(국회의 의원정수) 제②항과 제24조의2(국회의원지역구 확정) 제①항을 2024년 4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금년 4월 10일까지는 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동안 우리의 정치권들의 행태를 보면 여·야 구분 없이 당리당략과 당 내부에서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논란을 거듭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정해놓은 법정시한을 밥 먹듯이 무시하다가 선거기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정치적 대타협이라는 미명하에 개정하여 실시할 가능성은 남겨져 있다. 이는 지난 1988년 13대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제 변경을 여·야간에 논란을 거듭하다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그해 3월 '국회의원선거법'을 개정하여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꾸어 도입한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만약 개정한다면 아마 이번에도 이러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주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여 왔지만 지난 5대와 9∼12대 선거에서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바가 있다. 그러나 1960년 7월의 5대 선거는 의원내각제로 전환된 시절로, 상원인 참의원 선거에만 중선거구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대통령제로 한정하면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는 9∼12대로 4차례에 불과하였으며, 1988년 4월의 13대 선거이후 현재까지는 소선거구제가 3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은 소선거구제가 문제가 많은 제도로 비판받고 있지만 1988년 당시에는 중선거구제가 그러하였다. 즉 중선거구제가 유신(維新) 시절인 1973년 2월 9대 선거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당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를 위해 도입되었고 따라서 '여·야 동반 당선', '여·야 나눠 먹기식' 제도라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소선구제로의 전환은 유신 정치제도를 청산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소선거구제는 재도입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중대선거구제로 회귀가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대인 1997년 10월 여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인 이회창 총재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였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는 제16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대통령이 "지역주의 정당구조를 전국정당화하기 위해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참여정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 구도를 해소하기 위해선 중대선거구제가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밝히며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주도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소선거구제가 지역주의 정치 갈등과 지역별 일당독점 체제 강화의 주요 원인으로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을 제안하였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바꾸라는 판결을 계기로 중대선거구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농촌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가 논의되기도 하였다. 이제 '윤석열 정부'에서도 대표성 강화를 이유로 중대선구제의 불씨를 다시 지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할 대안으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 과연 지역주의와 거대 양당 구도를 타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제도일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비록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 지방선거에서 실시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칼이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듯이 어떤 제도이든지 운영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쪼록 시작된 선거구제 논의인 만큼 어떻게 하는 것이 이 땅의 정치풍토를 진일보 시킬 수 있는지 중지를 모아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