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밥상 앞 이야기
[데스크칼럼] 밥상 앞 이야기
  • 승인 2023.01.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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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설날 아침. 형님 집에 온 가족이 모였다. 함께 차를 타고 온 가족들이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주차 때문에 조금 뒤에 혼자 들어가려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멀리 맞은편 나무에서 까치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던가. 새해 첫날 아침에 까치 소리라... 올 한 해가 통째 반가운 손님이 되어 기분 좋게 몰려올 듯하다.

청식(聽識)이라고, 소리로 그해의 운수를 점치는 방법이 있단다. 설날 새벽에 발 닿는 대로 걷다가 사람이나 짐승 소리, 또는 처음 들리는 소리로 그해의 운수를 점치는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반가운 손님이 올 거라는 까치 소리를 처음 들었으니 올해는 운수가 술술 풀릴 것만 같다.

소고기 고명을 넣은 떡국에, 서로 세배를 하고 각자의 덕담을 내어놓으며 그렇게 한집안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밥상머리에 다 같이 앉으니 또 이런저런 얘기들이 술술 피어오른다.

어린 시절, 설날이면 논두렁으로부터 몰려오는 찬바람이 얼마나 매웠는지, 그 바람에 시린 귀를 손으로 감싸며 이른 새벽부터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일가의 제사를 차례로 지내던 일이며, 제사상에서 내린 곶감 조각 하나까지 아끼며 나눠 먹었던 코흘리개 적의 기억들이 무용담 처럼 펼쳐지고...

자연히 화제는 그 옛날 우리는 얼마나 가난했던지와, 이제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로 모였다. 초등학교 시절 빵과 우유를 급식으로 타 먹던 우리가 이제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강국이 된 나라에서 질 좋은 음식을 골라가며 마음껏 먹게 됐다는 이야기로까지 이어진다.

대화의 전개는 금세 현재의 우리나라로 옮아오고, 아파트 가격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리, 건설노조의 불탈법 현장, 민주노총에 대한 대공수사 상황, 법무부 장관과 법치국가 등등 주제들이 밥상머리에서 넘실거린다. 어른 아이 할것 없이 한마디씩 거들며 나라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 가족의 설 밥상머리 주제는 끊일 줄 모른다.

급기야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윤 대통령이 이번에 외국 순방 중에 동행한 기업인 만찬회에서 ‘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입니다’고 말한 게 가슴으로 밀려왔다”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나는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라고 말할 때 기업 총수들의 마음속에도 잔잔한 파도와 울림이 밀려오지 않았을까”라고 묻는다.

이윽고 밥상머리 주제가 국민의힘 당권경쟁으로 옮겨 가다가 야당 대표의 등짐 이야기로 번졌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위장탈당 이라는 국회법과 민주주의 유린으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해 법치를 주저앉힌 야당이 다채로운 범법 혐의가 가득한 보따리를 안고 당 중심으로 들어 온 대표의 소환을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마당이니 도대체 야당 의원들은 자아가 있기나 한 것인가에 대한 탄식. 국민에게 한 약속을 한 번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전(前) 대통령에 대한 얘기들도 쏟아졌다. ‘조용히 잊혀지고싶다’면서 책방을 만들어 세력 규합에 나서려는 행태부터 입 밖으로 내뱉은 말들을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과거의 일들이 차례로 도마에 오른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겠다’고 했으면서 1억 원이 넘는 무궁화대훈장은 기어코 수여 받았다느니, ‘낙하산 보은 인사 악습을 끊겠다’면서도 임기 말까지 알박기 인사에 열중한 일,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고 광화문 시대를 열어 퇴근 후 국민과 만나 소통하겠다는 약속까지... 하나하나 이야깃감이 되었다.

이 대표의 수사 결과를 놓고 내기를 하더라는 어느 가족 남매의 이야기도 나왔다.

그랬거나 말거나 이번 설 역시 먹고 사는 문제로 밥상 앞의 이야기들은 귀결되었다. 서민들의 최대 관심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다. 하지만 어쩌랴. 막상 우리 정치는 법안처리나 민생을 챙기는 것보다 정치적 공세와 정쟁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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