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수준 만큼의 삶
[달구벌아침] 수준 만큼의 삶
  • 승인 2023.01.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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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수준(Level)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삶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준의 변화가 없으면 딱 그 수준만큼의 세상과 수준만큼의 생각으로의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수준(Level)이 5인 사람이 3의 성과를 내었다고 했을 때 그는 그 성과를 두고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수준이 2인 사람이 3의 성과를 내었을 때는 그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자랑할 것이다. 같은 성과지만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속상해한다. 각자의 수준이 다른 이유다. 살인자에게 물어봐도 살인의 이유가 있고, 자기 행동에 대한 핑곗거리는 있기 마련이다. 자기 수준에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기반성과 자기 평가가 있으려면 지식과 삶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만나오던 사람을 만나고 늘 해오던 일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마치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새로 난 길을 찾지 못하고 늘 가던 길만 가는 것처럼 말이다.

약속을 쉽게 잡고, 또한 마음대로 어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전혀 부끄러운지를 모른다. 타인에게도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왜 그런가 보았더니, 그는 약속을 쉽게 하고, 쉽게 어기고 해도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 무리.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무리 속에 있는 사람은 모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같은 수준의 사람들을 만나니, 그들 세계에서는 그런 행동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UFC 선수였던 정찬성 씨가 운영하는 '좀비 트립'이란 유튜브 채널이 있다. 거기에선 전국을 다니면서 날고 긴다는 주먹을 찾는다. 격투기 프로선수와 스파링을 뛰어서 임팩트 있는 싸움 실력을 보여주면 5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곳에 출연하는 주먹 좀 쓴다는 일반인들이 하는 말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명 '부산 대장이다.' '인천 대장이다.'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자신이 그 지역에서 '주먹이 가장 세다'라고 주먹 자랑을 한다.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이 가장 주먹이 세고, 격투기 프로선수들을 한방에 눕힐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그렇게 큰소리치던 사람들도 격투기 프로선수와 한번 제대로 스파링을 뛰고 나면 말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눈빛이 순해진다. 스파링이 끝나고 난 후에 하는 말은 모두 짠 듯이 똑같다. "지금까지 자기가 제일 싸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센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디 가서 주먹 자랑하지 않겠다."라는 식의 말들을 한다. 작은 연못에서 사는 물고기는 그곳의 세상만 안다. 모두 비슷한 걸 보고, 비슷한 걸 경험하니 그 세계에서는 그것이 전부인 줄 아는 것이다.

바둑 1단 10명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1년 동안 합숙훈련을 하면서 바둑의 실력을 쌓아봐도 1년 뒤의 실력은 그렇게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모두 수준이 같은 1단이기 때문에 그 수준 안에서 실력을 뽐내고 등수를 매길 것이다. 그래서 실력은 합숙하기 전 1년 전이나 합숙 후 1년 뒤나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리 속에 9단의 수준인 사람이 한 명이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합숙 후 1년 뒤의 바둑 실력은 모두 9단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1단과 9단이 보는 세상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법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생활하는 사람의 눈에는 4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법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누가 새벽 4부터 움직이냐 생각하겠지만 그 시간은 그 시간대로의 삶이 있다. 새벽 2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 8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있다.

변화하고 싶다면 삶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 수준에 머물러 삶을 마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필자는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첫 번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책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어 자신의 세계관을 넓혀야 한다. 두 번째로 만나는 사람을 달리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벗어나 자기보다 수준 높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자기와 수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편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삶에 변화와 발전은 없다. 그렇기에 삶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고 싶거든, 지금 자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구도 좋지만 배울 것이 있는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 속된 말로 노는 물을 달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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